하이힐 신고 군인과 입맞춤…'핀업걸’ 내세운 우크라이나 모병 광고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병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군이 ‘핀업걸’(Pin-up girl) 스타일의 여성 모델을 내세워 모병에 나섰다.
14일(현지시각)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기계화보병여단인 제3 독립돌격여단은 이달 초부터 새 모병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번 광고에는 핀업걸 스타일의 여성 모델들이 대거 등장한다. 핀업걸은 사진을 핀으로 고정해 벽에 걸어두고 볼만큼 매력적이고 성적으로 이상화된 여성을 뜻한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군인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여성 모델을 내세운 화보를 만들어내면서 유래됐다.
기부금으로 확보한 전국 1000여개 거리 광고판에는 군복을 입은 남성에게 안기듯 몸을 누인 여성이 지긋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모습이 담겼고, 비눗물이 묻은 군용 차량 위에서 빨간색 하이힐을 착용한 채 팔다리를 훤히 드러낸 여성의 모습 등이 담겼다.
모병용 홈페이지에는 한손에 권총을 쥔 채 연기가 치솟는 전장을 향해 오토바이를 모는 병사를 끌어안는 여성이 모델로 등장했다. 지난 13일 이 여단 유튜브 공식채널에 올라온 광고 영상에서는 군복 차림의 두 남녀가 입을 맞추고 끌어안은 채 서로를 쓰다듬는 장면까지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130여개 여단이 병무청을 통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병사를 모집하고 있다. 장기화된 전쟁으로 병력 모집이 어려워지자 우크라이나군 부대끼리도 모병 경쟁을 벌이는 구조가 됐다.
제3 독립돌격여단 미디어팀의 지휘관 크리스티나 본다렌코는 “현대전에서는 더욱 개방적일 필요가 있다”며 “군대에 있는 것이 멋지다(cool)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여단은 작년 3월 최전선 근처 병사들이 이례적으로 맨얼굴을 드러낸 광고를 제작해 하루 150∼200건씩 지원자가 몰리는 대성공을 거뒀다. 이를 시작으로 좀비 모습의 러시아군과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군 병사, 의자에 편히 앉아 푸른 하늘에 드론을 날리는 신병 등이 등장하는 광고를 잇따라 냈다.
이런 홍보 활동은 신병 모집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유튜브 광고료만 월 1만5000달러(약 2000만원)가량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본다렌코는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현지에서는 나라를 위해 싸우는 이들에게 감사와 응원을 보내는 반응이 나온 한편 “민망하다” “너무 선정적이다” “위험하다” 등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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