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빛축제·정원박람회' 갈등 점입가경...시민사회 등 돌릴라

행정수도 지위에 걸맞은 생산적 토론과 미래 대안 제시 뒷전...정쟁으로 비화
9월 23일 원포인트로 다시 연 본회의...'최민호 시장 VS 김현미 의원' 대리전
상 의원, 일부 중재안 불구 격앙된 내부 분위기 여전...23일 극적 타협안 주목
9월 23일 원포인트로 개회한 92회 임시회 본회의 모습. 사진=시의회 방송 갈무리.

2024 빛 축제와 2026 국제정원도시박람회를 둘러싼 세종시와 시의회 간 대립각이 점입가경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그 안에 생산적 토론과 미래 대안 제시가 빠져 있어 시민사회의 등돌림 지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양당 모두 경계하는 부분이나 결과적으론 '국민의힘 vs 더불어민주당' 간 정쟁으로만 비춰지며, 행정수도 지위에 걸맞은 '세종시 정상 건설'이란 본질적 가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9월 23일 오전 원포인트로 개회한 제92회 시의회 임시회는 이 같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또 한번 최민호 시장을 위시로 한 국민의힘과 김현미(소담동) 시의원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시의회가 정면 충돌했다.

최민호 시장은 시정 연설과 제안을 통해 '빛 축제와 정원박람회' 예산의 재반영을 호소했고, 김현미 의원은 의회 결정을 뒤집기 위한 시도에 유감과 사과를 촉구하며 맞불을 놨다. 같은 민주당 소속이자 의장을 지낸 상병헌(아름동) 시의원은 그 사이에서 중재안을 제안해 그나마 일말의 타협 가능성을 열었다.

최 시장은 자신의 발언에 이어진 김현미·상병헌 의원의 의사진행 발언 이후 재차 발언권을 요구하다 임채성 의장으로부터 '권한 없음'이란 답을 돌려받았고, 이 과정에서 김현미 의원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최 시장은 시정 연설에서 "(91회 임시회에서 전액 삭감된 제2차 추경에 이은) 제3차 추경은 단순한 행사성 사업이 아니라 지역경제활성화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이라며 "(2004년) 행복도시 건설 초기부터 조성해온 정원 인프라(중앙녹지공간)를 활용, 지방정원과 국가정원 지정을 통해 정원도시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이라고 사업 추진 배경을 다시 설명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경제적 타당성 분석을 거쳐 기획재정부의 승인, 조직위원회 구성을 위한 행정안전부의 승인을 차례로 거쳐 기대효과도 충분히 확인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생산 유발(3910억 원)과 부가가치 유발(1431억 원), 고용 유발(3364명), 방문객 180만 명(45일 간) 효과도 제시했다. 이는 같은 시기 충남도에서 한 달 간 열리는 '2026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안면도)'의 생산 유발(336억여 원), 부가가치(206억여 원), 고용 유발(474명)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그는 "정원박람회는 (국비 77억 원과 입장료 수익 159억 원을 제외한) 지방비 150억 원 투입 대비 경제적 효과가 훨씬 크다는 분석이 나왔고, 이는 매우 효율적 사업"이라며 "빛 축제 역시 (지난해 12월) 제1회 당시 11만여 명 방문 효과부터 인근 상가 도움 등 겨울철 지역경제활성화를 유도했다. 시행착오가 있었으나 앞으로 시민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장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재정적 어려움에 대해선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경기 부양도 중요한 경제정책의 일환"이라며 "(2개 축제로) 우리 도시가 더욱 성장한다면, 시 재정 확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태안 국제박람회는 올해 초 추경예산 확보와 함께 이미 조직위원회가 출범했다. 12월 정부 예산안 통과 후 지방비를 반영하는 예산 구조가 아니다. (이렇게 되면) 상징공원 조성도 어려워진다"고 다시 한번 재검토를 제안했다.

시와 시민단체 간, 시장과 시의원 간 공개 토론회를 통한 공론화로 공감대 확산 의지도 피력했다. 최 시장은 끝으로 "새로운 대화와 타협, 협치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이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대승적 관점의) 심의를 다시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현미 의원은 "이번 92회 임시회는 전액 삭감된 제2회 추경예산을 다시 심사해달라는 최민호 시장님의 요청 때문"이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신중히 의결하고 삭감한 예산을 불과 2주도 지나지 않아 그대로 재편성해 다시 제출하는 것은 의회 예산 통과를 강요하는 것과 다름 없다. 유감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시급한 사안이라면 수정안이라도 제시하는 성의라도 보였어야 한다. 사전에 의회와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 했어야 했다. 어떤 사전 협의도 없이 그대로 상정하는 모습은 오만과 독선"이라며 "시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를 무시하고, 지방자치법 제47조에 명시된 의회의 예산심의 의결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처사"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소속 의원이기 이전에 시민의 최우선 가치를 실현하는 행복위와 예결위 위원으로서 발언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20명 의원 모두가 (정당을 떠나) 민생을 최우선에 두고, (2차 추경예산 전액 삭감은) 양심과 소신에 따라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며 "이런 결정을 내린 의원들이 매도되고 압박되는 상황이 안타깝다. 기존 예산안(조정 등)이 시급하고 어려울 때 편성하는 게 추경"이라고 밝혔다.

재정 건전성 우려가 크고, 세입 감소와 경기 악화로 인해 민생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국면이란 상황도 언급했다. 2026 국제정원도시박람회와 2027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준비에 따른 예산 만 매년 1000억 원에 달하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김 의원은 "물가 상승세를 감안하면, 엄청난 시 재정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경예산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아무런 수정안이 없는 상태에서 예산이 제출됐고, 지방자치법에 따라 열렸으나 누구를 위한 의회인가. 재발방지 약속과 의회에 대한 정중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반박했다.

다음 발언의 바통을 받은 상병헌 의원은 일말의 중재안을 내세웠다. 그는 "의회와 집행부는 극심한 소용돌이 빠져 있다. 동일한 내용의 제3회 추경 예산안을 ㅅ심의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근거해 예산 심의 확정 권한을 가진 의회를 시 집행부도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는 말로 서두를 건넸다.

상 의원은 현재 시의회가 자기 모순에 빠져 있는 점도 인정했다. "2023년과 2024년 정원박람회 관련 예산을 집행하도록 이미 의결해 쓴 예산만 10억 원에 이른다. 시 집행부는 이를 터전 삼아 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동일 사업에 대한 승인과 부결한 의회가 같은 모순이 발생했다. 이제는 스스로 노력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사전 조율 없이 임시회 개최를 요구한 데 대해 분명한 유감을 표명했다. 의회와 집행부 모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로 인해 시민사회의 갈등은 더 격화되고. 이는 모두에게 부담이란 점도 환기했다.

상 의원은 "좀 더 현명한 방안을 모색해가자. 세종시 발전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삶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 서린 곳"이라며 "담대한 결정으로 일할 기회를 주고, 성패에 대해선 냉정한 책임을 묻자. 모두 함게 공존할 방법을 머리를 맞대서 숙의하자. 시민들도 우리의 노력을 지켜볼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후 최 시장은 답변 시간을 요청했으나 임채성 의장은 "발언 기회는 의원에 한해 해당한다. 지방자치법과 의회 규칙상 발언 권한을 드리기 어렵다"고 거절했고, 곧바로 오후 4시까지 정회를 선포했다.

남은 시간 의회는 오전 11시부터 산업건설위원회와 행정복지위원회, 오후 2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칠 예정이다. 이 시기 시 집행부와 시의회 간 극적인 타협안이 나올 지 주목되고 있다.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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