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도 못먹는 소년이었는데”…이제는 ‘얼굴’ 걸고 과일 들여오는 ‘이 남자’
날씨 탓 품질 이슈에도 매출 50% 신장
‘숨은 공신’ 김야긴 롯데마트 과일팀 MD
“농가와 ‘라포’ 쌓는 게 성공 비결이에요”
롯데마트가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고 당도가 높아 자꾸자꾸 손이 가는 샤인머스켓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소속 과일팀 MD(상품기획자)들의 공이 크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마트에 진열된 과일과 채소는 모두 MD 개개인의 수고를 거친다.
지난 21일 서울의 한 롯데마트에서 만난 김야긴(34) 롯데마트·슈퍼 과일팀 MD는 최근 언론에 얼굴을 알렸다. 송이가 큼지막하고 탱글탱글하고 빛깔까지 좋은 자신이 직접 기획한 고당도 샤인머스켓을 양 손에 쥐고 그 사이에 얼굴을 들이밀고 담담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다.
김 MD는 자신이 기획한 과일 상품 앞에서 언론에 배포되는 보도자료 사진을 찍은 건 처음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처음 언론을 통해 얼굴이 알려진 게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MD는 슬쩍 웃더니 “주변에 알아보는 사람이 아직 없더라~”라며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 보였다.
잠시 생각에 잠긴 김 MD “그때가 7살 이었다”며 “토마토를 먹고 체했는데 그 뒤로는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어지럽고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롯데마트 과일과 채소 담당 MD 직업을 갖게 된 그는 “처음 토마토를 맡고 농가를 방문했는데, 농장주분께서 정성껏 기르신 방울토마토를 계속 먹어보라고 권유하셨다”며 “계속 거절하기가 어려워 꾹 참고 먹은 뒤 나중에 집에서 고생한 기억이 있다”고 생생히 떠올렸다.
이어 김 MD는 “계속 먹다보니 어느새 토마토 트라우마를 극복했다”며 “그 이후로 3년간 토마토 농가를 다니며 여러 품종을 발굴했다”고 뿌듯해했다.
올해부터는 포도를 담당하게 된 김 MD는 과일 산지를 확보하는 비결로 신뢰와 친근감으로 맺는 인간관계인 ‘라포’를 꼽았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손수 정성껏 기른 농작물을 앞에 두고 ‘상품이 좋다’, ‘가격은 이정도면 될 듯하다’ 식의 말을 드리는 게 실례라고 생각해 되도록 가격 얘기는 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얘기보다는 인근 가게에서 음료나 간단한 먹거리를 사가 농장주분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라포(신뢰)를 쌓아 추후 거래하는 일이 생길 때 한결 수월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작물 작황이 좋지 않을 때는 아무리 판매가 필요한 과일이나 채소라도 마트에 들여오지 않는다고도 했다.
김 MD는 “품질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상품이 들어올 경우 고객 불만으로 이어져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는 과일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일의 어려움으로는 기후변화로 부쩍 변덕이 심해진 날씨를 꼽았다. 과일 생산량이나 품질에 날씨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
김 MD는 “최근 기후변화가 너무 급변하다보니 예측이 많이 어렵다”며 “기상청 예보도 간혹 틀릴 때가 많다”고 했다.
그는 “올해는 최장기간 폭염으로 햇빛을 너무 받아 과일의 무름 현상이 다수 발생했다”며 올 하반기 물량에 대한 걱정을 내비쳤다.
-MD 얼굴을 보도자료에 공개해 샤인머스켓을 홍보했다. 부담스럽지 않은지.
“AI선별 샤인머스켓 기사가 처음 얼굴이 나온 기사인데, 주변에서 알아보는 사람은 아직 없습니다.”
-산지에 가면 마트에서 온 사람을 통상 반기는지, 가격 흥정도 MD가 하는지, 산지 확보 비결은.
“농가에 방문하면 대체로 반겨주시는 편입니다. 농가에 가서는 가격 흥정보다는 해당 작물의 작황을 전반적으로 파악하는 게 주요 업무다보니 구체적인 단가 협의는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손수 정성껏 기른 농작물을 앞에 두고 ‘상품이 좋다’ 혹은 ‘가격은 이정도면 될 듯하다’ 식의 말을 드리는 게 실례라고 생각해 되도록 가격 얘기는 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 얘기보다는 인근 가게에서 음료나 간단한 먹거리를 사가 농장주분들과 이런저런 얘기하며 라포를 쌓아 추후 거래하는 일이 생길 때 한결 수월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게 노하우라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요새 롯데마트에 포도 종류가 많다. 신품종 ‘씨없는 캠벨’, 붉은 색을 띤 ‘레드 클라렛’, 사과향이 나는 ‘써니돌체’.
“제가 올해부터 포도를 맡아 업무를 하고 있는데, 캠벨 포도를 먹을 때마다 씨앗을 버려야하는 귀찮음이 어느 날 조금 크게 느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씨 없는 포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씨없는 포도 품종이 무엇이 있을까 찾던 중 ‘충랑’이라는 품종을 알게 됐습니다. 충랑은 충북농업기술원 포도연구소에서 육성한 신품종 포도입니다. 해당 포도는 흑청색 계열의 포도로 씨가 없고 크기도 다소 크고 식감도 쫄깃해 ‘캠벨’과 ‘거봉’의 장점을 합친 포도입니다.”
-맛 등 작황이 안 좋아도 소비자들이 원하면 과일을 들여오는 경우가 있나.
“일반적으로 당사 점포 입고 기준에 못 미치는 상품은 매장에서 판매될 수가 없기 때문에 들여오지 않고 있습니다. 물량이 부족해 품질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상품이 들어올 경우 고객 불만으로 이어져 롯데마트 과일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가 크게 하락하기 때문입니다. 샘플 과정 중 품질 기준을 통과하는 수량이 적을 경우 운영 점포수를 줄이더라도 고품질 상품만을 공급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일 하나만 꼽는다면.
“제가 포도 외에 여러 과일도 맡아 MD를 하다보니 과일별로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긴 합니다.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토마토를 맡았을 때 일어났던 일입니다. 제가 7살때 토마토를 먹고 크게 체한 경험이 있어 그 뒤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어지럽고 힘들어하는 편이었습니다. 처음 토마토를 맡고 농가를 방문했는데, 농장주분께서 정성껏 기르신 방울토마토를 계속 먹어보라고 권유하셨습니다. 지속적으로 거절하기가 좀 그러다보니 꾹 참고 먹은 뒤 나중에 집에서 고생한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먹다보니 어느새 토마토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그 이후로 3년간 여러 토마토 농가를 다니며 품종을 발굴했던 보람 있는 기억이 있습니다.”
-힘들게 들여왔는데 상품이 잘 팔리지 않는다면.
“모든 상품이 대박을 치지 않다보니 잘 안 팔릴 때도 간혹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점포 직원분들에게 판매와 관련해 잘못 소통된 게 있는지, 매장 진열 위치가 문제인지, 상품 용량에 변화를 줘야 하는지 등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개선점을 찾으며 극복하는 편입니다.”
-직업상 날씨 영향이 큰데 올해 하반기 작황 전망은.
“최근 기후변화가 너무 급변하다보니 예측이 많이 어려운 편입니다. 기상청 예보도 간혹 틀릴 때가 많습니다. 실례로 올해 최장기간 폭염이 일어나다보니 햇빛을 너무 받아 과일의 무름 현상이 다수 발생돼 올 하반기 물량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이에 농가를 자주 방문해 현장 점검을 진행하고 품질기준서를 통한 꼼꼼한 원물 관리, 그리고 선별 과정 개선(AI 선별기 도입, 비파괴 당도 선별기 점검)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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