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사자상 의심 없다"…이창동 '가능한 사랑', 베니스서 6분 기립박수

"황금사자상 의심 없다"…이창동 '가능한 사랑', 베니스서 6분 기립박수

"가슴을 멎게 하는, 소설처럼 여러 겹으로 쌓인 압도적 작품." 이창동 감독의 영화 '가능한 사랑'이 6일(현지시간)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며 이 같은 극찬을 받았다. 상영이 끝난 뒤 관객들은 6분 넘게 기립박수를 보냈고, 주요 외신들의 호평도 잇따랐다. '버닝' 이후 8년 만에 내놓는 이창동 감독의 신작이 벌써부터 황금사자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눈물 흘리며 서로를 안은 배우들, 6분간 이어진 박수

이날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 살라 그란데에서 '가능한 사랑'의 월드 프리미어가 열렸다. 1032석 규모의 상영관을 가득 채운 관객들 앞에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불이 켜지자, 주연 배우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은 흐느끼며 눈물을 닦고 서로를 껴안았다. 관객의 열광적인 반응에 힘차게 박수를 치며 웃음 짓기도 했다. 미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박수와 환호는 훨씬 오래 이어졌을 수도 있지만, 6분이 되자 감독과 배우들이 퇴장 안내를 받아 극장을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해고 노동자 부부와 부유한 다큐 감독 부부의 교차

'가능한 사랑'은 대규모 정리해고로 직장을 잃은 공장 노동자 호석(설경구)과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 공장 노동자들의 현실을 다큐멘터리로 담으려는 예지(조여정)와 그의 부유한 남편 상우(조인성)의 삶이 교차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매개로 만나며 서로 다른 삶과 숨겨진 욕망을 마주하는 과정이 극의 중심을 이룬다. 이창동 감독은 극 중 다큐멘터리 감독 캐릭터에 대해 "타인의 삶을 카메라에 담을 때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하는 인물"이라며 "이는 타인의 삶을 전달하는 모든 창작자와 노동자가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올해 베니스 최고의 영화일까"…외신들의 극찬 릴레이

해외 매체들의 평가는 이례적으로 뜨거웠다. 미 영화매체 벌처는 "올해 베니스영화제 최고의 영화일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영화가 "계급이라는 미묘한 문제와, 대부분의 영화가 외면할 수밖에 없는 욕망과 자유라는 까다로운 영역"을 탐구한다며 "시대를 초월해 남을 영화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인디와이어 수석 평론가 데이비드 얼릭은 영화에 'A등급'을 부여하며 질투와 욕망, 원한, 계급 문제를 복합적으로 다룬 작품이라고 분석했고, 영국 가디언의 피터 브래드쇼는 별 5개 만점에 4개를 주며 "정교하게 균형 잡았고, 배우들의 연기가 아름답고, 상당히 소설적 면모를 지닌 작품"이라고 평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5점 만점에 4.5점을 매기며 "영화제 경쟁작들이 꺾기 어려운 작품임을 보여줬다"고 전했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불안한 시대의 사랑과 그리움에 관한 섬세한 드라마"라고 표현했다. 미 연예매체 데드라인의 피트 해먼드는 "네 주연 배우 모두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받았으며, 이창동 감독의 비전을 스크린에 구현한다"며 "이 감독의 경력이나 명성을 잘 모르는 관객들조차 감탄할 요소가 많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투자사 외면 딛고 넷플릭스가 손 내밀다

이 작품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되기까지의 과정도 눈길을 끈다. 제작사 파인하우스필름의 이준동 대표에 따르면 완성도는 높지만 상업성을 대놓고 내세우지 않는 작품 특성상, 국내 투자자들은 관심은 있었으나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했다. 배우들이 출연료를 크게 낮추는 데 동의했음에도 국내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넷플릭스는 처음부터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한국의 작가주의 감독에게 오래전부터 눈독 들여왔던 넷플릭스에게 이창동 감독은 영입 1순위 중 한 명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으로 이창동 감독은 2002년 '오아시스' 이후 24년 만에 베니스영화제 공식 부문에 다시 초청됐다.

오는 23일 극장 개봉, 11월 넷플릭스 공개

'가능한 사랑'은 이번 초청으로 한국 영화 통산 12번째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에 이름을 올렸으며, 대니 보일 감독의 '잉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룩백' 등과 함께 총 21편이 경쟁하는 황금사자상 후보에 올랐다. 이미 한국영화진흥위원회에 의해 차기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출품작으로도 선정됐으며, 토론토·런던 영화제 등에도 초청된 상태다. 국내에서는 오는 23일 일부 극장에서 먼저 개봉한 뒤,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될 예정이다. 주연배우 전도연은 현지 기자회견에서 수상 여부에 대해 "한 치의 의심도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고, 최종 수상 결과는 오는 12일 열리는 폐막식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