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향한 분노? 레알 마드리드는 타락했다

김세훈 기자 2025. 5. 4.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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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6일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주심 리카르도 데 부르고스 벵고에체아에게 항의하고 있다. AFP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32·독일)는 최근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결승에서 판정에 불만을 품고 주심을 향해 얼음 조각을 던져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후 스페인축구협회는 뤼디거에게 심판에 대한 경미한 폭력 행위로 6경기 출전 정지와 함께 벌금을 부과했다.

뤼디거는 지난 27일 국왕컵 결승에서 연장 후반 종료 직전 벤치에서 주심을 향해 강력하게 항의하다가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 명령을 받았다. 뤼디거는 연장 후반 6분께 무릎 부상으로 교체돼 벤치로 돌아왔고, 연장 후반 종료 직전 공격에 나선 킬리안 음바페가 주심으로부터 반칙을 지적받자 판정에 격분하며 주심을 향해 선수 치료용 얼음 조각을 던졌다. 심판 보고서는 뤼디거의 행동에 대해 ‘연장 120+4분 테크니컬 지역에서 물체를 던졌고, 주심이 맞지는 않았지만, 해당 행동으로 퇴장당했다. 퇴장 조치 이후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고, 여러 코치진에 의해 제지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영국 매체 가디언은 4일 “뤼디거의 ‘얼음팩 투척’은 단순한 감정 폭발이 아니다”라며 “이는 레알 마드리드가 스스로 만들어낸 독성 환경의 산물이며, 이 구단이 과거의 품위와 균형을 점차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가디언은 “한때 ‘세뇨리오(senorio)’, 즉 신사도와 품격을 자랑하던 레알 마드리드는 이제는 심판을 향한 조직적 압박과 음모론적 담론의 중심에 서 있다”고 보도했다. 클럽 TV를 통해 매 경기 전 심판의 과거 판정 사례를 문제 삼는가 하면, 이번 결승에 앞서도 리카르도 데 부르고스 벵고에체아 주심의 이름을 공공연히 비난하며 여론전을 펼쳤다. 해당 심판은 인터뷰 중 눈물을 보였을 정도로 압박을 받았다. 이 모든 분위기를 주도하는 이는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이다. 21세기 대부분을 레알의 수장으로 지낸 그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7회 우승, 세계 최고 수익 클럽이라는 타이틀을 쥐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적’을 만들고 있다. 가디언은 “이러한 권위주의적 리더십은 선수단뿐만 아니라 팬, 언론, 심판계 전반에 ‘피해의식’을 전염시키고 있다”며 “심판은 적이며, 패배는 외부 요인 때문이라는 전제가 클럽 내부에 뿌리내렸다”고 분석했다.

홈구장 베르나베우 구장 리모델링은 외형적으로는 미래지향적이나, 내부적으로는 실패에 가깝다. 총 17억6000만 유로가 투입됐지만, 주민 반발로 인해 콘서트 수익이 차단됐고 VIP 공간조차 완비되지 않았다. 리그 사무국과의 갈등으로 방송사들은 경기장 내 스튜디오 설치와 인터뷰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가디언은 “결과적으로, 외부 미디어가 사라진 자리를 클럽 친화적 인플루언서가 채우고 있고, 이는 저널리즘의 빈자리를 더욱 공허하게 만들고 있다”며 “권력에 비판 없이 순응하는 생태계가 굳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세 무리뉴 감독 시절 이후, 레알 마드리드는 사실상 ‘포스트 트루스(post-truth)’의 상징처럼 변했다. 그는 “경기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시작된다”는 철학으로 여론전을 전면화했고, 이후 구단 전체가 그 방식을 답습했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현실을 왜곡하거나 적대적 담론으로 바꾸는 구조다. 가디언은 “심판에 대한 집단적 불신과 위협은 축구의 기반을 흔드는 문제”라며 “결국, 지금 레알 마드리드는 경기장 안과 밖에서 동시에 무너지고 있다. 스포츠의 본질이었던 패배를 통한 성찰은 사라졌고, 남은 것은 적을 만들고 분노를 부추기는 구조뿐”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78세 페레스는 ‘패배할 줄 아는 법’을 배워야한다”며 “마드리드는 그 교훈을 잊었다”고 비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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