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노총, 새벽 배송 제한에 이의 제기...노동계, 번호판 규제 두고 이견

김아사 기자 2026. 3. 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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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9일 서울 이마트 청계천점 PP센터에서 주문 상품들에 대한 분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연합뉴스

새벽 배송(야간 배송) 제한을 논의 중인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노동계 대표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규제를 받는 ‘배송 기사’ 범위를 두고 충돌했다. 현재 민주노총은 정부·여당과 손잡고 택배 서비스 사업자와 위탁 계약을 맺는 배송 기사들의 근무 시간을 최대 ‘주 40~46시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려는데, 여기에 한국노총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한국노총 측은 “이렇게 되면 자칫 특정 업체만 유리해질 수 있다”면서 화물 운송 사업자와 위탁 계약을 맺은 배송 기사까지 규제 적용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노총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3차 택배 사회적 대화 제안(안)’을 만들어 논의 기구에 제출했다. 현재 새벽 배송은 크게 두 가지 통로로 진행된다. 하나는 CJ대한통운, 컬리, 쿠팡 등 택배 서비스 사업자가 배송 기사들과 업무 위·수탁 계약을 맺고 배송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거치는 택배 기사들은 ‘배’ 번호판 차량을 운영해 배송한다. 다른 하나는 CJ대한통운 등 화물 운송 사업자가 배송 기사와 계약을 맺고 배송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 경우 ‘아’ ‘바’ ‘사’ ‘자’ 번호판을 단 배송 기사가 물품을 배송한다. CJ대한통운은 택배 서비스 사업자일 뿐 아니라 화물 운송 사업자인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어 두 방식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둘 다 똑같이 새벽 배송을 하는데 여당과 민주노총이 한쪽인 ‘배’ 번호판 배송 기사만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택배 기사들의 건강권이 침해받는다는 논리로 배송 시간 제한을 추진하면서도 새벽에 배송하는 ‘아·바·사·자’ 번호판 이용 기사들을 모른 척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이를 놓고 업계 일각에선 “그동안 택배 대화 기구가 논의해온 내용대로 규제가 만들어지면 민주노총에 유리해질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막기 위해 한국노총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택배 대화 기구의 한 관계자는 “현재 CJ 대한통운 택배 노조원들은 상당수가 민주노총 소속인 반면, 쿠팡과 컬리 기사는 거의 소속돼 있지 않다”면서 “현재 민주노총과 여당이 쿠팡·컬리 기사들만 새벽 배송 제한 규제를 적용하려는 것도 이런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이대로 새벽 배송 제한 정책이 시행되면 ‘아·바·사·자’ 번호판을 가진 기사에게 일감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이뿐 아니라 현재 여당이 허용을 추진하고 있는 대형 마트의 새벽 배송 역시 ‘아·바·사·자’ 번호판을 가진 배송 기사들이 맡을 가능성이 크다.

또 민주노총과 정부·여당이 택배 기사의 근무 시간을 최대 주 40~46시간으로 제한하려는 것과 달리, 한국노총은 최대 ‘주 50시간’을 주장하고 있다. 이 역시 한국노총이 택배 대화 기구에 제출한 제안서에 포함됐다. ‘주 40~46시간’으로 제한하면 택배 기사들이 다른 일을 찾는 등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비현실적’이란 것이다. 지난달 말 예정됐던 택배 대화 기구 회의가 열리지 않았는데, 이를 놓고 “여당과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미룬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어떤 방식이든지 새벽 배송 규제가 실현되면 택배 기사들의 수입은 줄어들게 되고 그 감소분을 보전하기 위해 택배 요금을 올리자는 논의가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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