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부동산 시장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와 매매 동반 하락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본격 조정으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전세 시장을 점검했다.
◇반포자이 30평형 전세 22억에서 14억으로 급락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 통계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한 달 전보다 1.14% 내린 5억9966만원으로 조사됐다. 중위 가격은 전체 주택을 가격 순으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 값을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2020년 상반기 4억원대에서 작년2월 처음 6억원을 돌파했고, 9월에는 6억2680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작년 10월 전세 대출 중단 등에 따라 하락세로 전환한 끝에 6억원 벽이 깨졌다. 전세 중위 가격이 6억원 밑으로 내려 온 것은 작년 2월(5억9739만원)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특히 최선호 지역의 급락세가 심상치 않다. 최근 서울 강남권 전세 가격은 그야말로 추풍낙엽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84㎡(이하 전용면적)는 최근 14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절대적으론 낮은 가격이 아니지만, 지난 6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 22억원과 비교하면 5개월 사이 전세 40%가량 폭락한 것이다. 이 아파트는 호가 13억원짜리 전세 매물이 여러 개 나와 있어서 가격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인근 다른 단지도 상황이 비슷하다. 반포자이와 마주 보는 ‘래미안퍼스티지’ 84㎡는 최근 호가가 14억5000만원까지 내렸다. 올해 기록한 최고가 23억원과 비교하면 10억원 가까이 내린 것이다. ‘반포리체’, ‘반포써밋’ 등 인근 다른 아파트 단지도 최고가 대비 7억~8억원씩 전세 호가가 떨어졌다.
공식 통계로도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조사에서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은 9월 마지막주 -0.11%에서 지난주 -0.36%까지 하락 폭이 커졌다.
◇강남권 전체 전셋값 급락

전셋값 급락은 강남권 전체에서 나타나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84㎡ 전세 가격도 15억8000만원(실거래가)에서 최근 8억원대(호가)로 거의 반 토막 났다. 서울 외곽 아파트나 빌라 시장에서나 볼 수 있던 ‘역전세’가 강남 아파트촌에서도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도 최선호 지역도 전셋값이 급락하고 있다. 과천 ‘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84㎡)은 작년 12억8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금은 7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성남 ‘산성역포레스티아’ 같은 면적은 9억5000만원(실거래가)에서 5억원으로 급전직하했다. 과천과 성남은 최근 신축 아파트 입주가 많아 전셋값 하락 속도가 가파르다.
신도시는 혼란 양상까지 펼쳐지고 있다. 검단신도시가 대표적이다. 검단은 올해만 1만2000여가구가 입주하는데,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경쟁적으로 보증금을 내리면서 전세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이달 말 입주 예정인 ‘검단신도시2차디에트르더힐’은 전용면적 84㎡ 전세 매물이 보증금 1억9000만원에 여러 건 나와있다. 신도시 새 아파트가 1억원대에 입주가 가능한 것이다.
◇현 세입자들 피해 우려

전세가격 급락은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때문이다. 전세대출 금리가 7%대에 육박하면서 늘어난 이자 부담에 전셋집을 찾는 사람이 사라지자,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집주인들이 경쟁적으로 호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주변 주요 재건축 단지의 이주가 마무리되면서 전세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대출 금리까지 가파르게 올라 전셋집을 찾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다”고 했다.
투자 심리도 한몫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리가 오르면서 현금의 가치가 올라가자, 자금 여력이 있더라도 전세 보증금으로 목돈이 묶이는 대신에 월세 내는 걸 선호한다는 것이다.
전셋값 급락은 자칫 현 세입자들이 퇴거 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선 2019년 12월 금지된 시세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전세퇴거자금 대출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세가격 하락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 한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전반적으로 입주 물량이 많아서 내년 봄 이사철까지 전세 약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외곽 지역에선 전세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깡통 전세’ 피해를 받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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