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터뷰!) 넷플릭스 <수리남>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을 만나다

2005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 데뷔해 한국영화계의 기대주로 우뚝선 윤종빈 감독과 이 영화의 주연인 배우 하정우. 극 중 윤종빈 감독은 연출과 함께 배우로 주연을 맡으며 하정우와 인상적인 호흡을 맞추게 된다.

영화계의 라이징 스타로 주목을 받은 두 사람은 이후 여러 작품에서 콤비를 이루다가 17년 후 현재 넷플릭스 <수리남>을 통해 다시 콤비 호흡을 맞추며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넷플릭스 공개후 윤종빈 감독을 직접 만나 이번 드라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드라마 재미있게 잘 봤다. 실화인 만큼 감독님의 전작 <공작>을 떠올릴수 밖에 없다. 당시 주인공 흑금성을 만나기도 하셨는데, 이번에는 어떤 인물들을 만났고 어떻게 자료 수집을 하신건가?
사실 나도 실화를 접했을 때 너무 황당했고, 납득이 가지 않았다.(웃음) 실제 국정원 작전에 도움을 준 K씨(하정우 캐릭터의 실제 인물)의 녹취록을 들어봤는데, 평범한 민간인이 어떻게 그 위험한 곳에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언더커버로 활동했는지 너무나 흥미로웠다. 그래서 직접 K씨를 만났는데, 얼굴을 직접 보니 이해가 갔다. 첫인상에 군인 하사관 혹은 특수부대 출신의 사람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드라마 속 그려진 강인구의 전사중 8,90%가 실제 그분의 생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고, 동생 3명을 직접 키워왔기에 남들과 다른 삶, 강인한 삶을 살아왔었다. 그래서 이분은 일반인과 다른 사람이고, 남다른 생존력과 강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것을 느꼈다. 초반의 전사를 길게 그린것은 그런 의미였다. 더 놀라운 이후 이야기는 전요한의 신임을 얻기위해 중국 차이나타운 조직에 침투하고 싸우는 설정도 사실 그분의 실제 이야기다. 놀랍지 않은가?(웃음)
-그러면 영화 <범죄와의 전쟁> 때 처럼 아버지,가장의 이야기를 부각하게 된 이유도 K씨의 삶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하면 되나?
<범죄와의 전쟁>때는 내가 의식하고 내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다. 반면 <수리남>은 그것을 의식하고 한것은 아니다. 아까 K씨의 전사처럼 이 이야기를 설명하기 위해서 절대 빼고 싶지 않았고, 이것을 테마로 써야겠다 생각했다. 강인구(하정우)라는 사람이 <수리남>으로 떠났던 모티브는 사실 아버지 같은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고, 가난한 아버지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동기였다. 그런데 결국 그는 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마침 우연처럼 드라마가 공개된 비슷한 시기에 'PD수첩'에서 브라질에 있는 사이비 목사 이야기가 나온바 있어서 이슈가 되었다. 전요한을 사이비 종교로 설정한 이유와 전요한의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신지 궁금하다.
그런 일이 있었나?(웃음) 사실 실화에서 많이 각색된 부분이 전요한이라는 마약왕 캐릭터에 대한 내용이었다. 드라마에서는 K씨가 수리남에 친구와 같이 간것처럼 묘사되었지만, 실제로는 혼자 간것이었다. 드라마 처럼 홍어 사업을 위해 간 것이다.(웃음) 그런데 그곳에서 K씨의 사업을 도와준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전요한의 모티브가 된 조봉행이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사람이 마약왕이었고, 실제 자기 컨테이너에 마약을 넣어서 K씨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실제 사건의 시작이다.
그런데 이 실제 이야기대로 드라마 이야기를 만들어내면 주인공의 이야기가 너무 바보같이 그려질 것이어서, 극적인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극적 장치를 위해서는 강인구를 곤란하게 만들 직업군이 필요했다. 그래서 강인한 강인구를 완벽하게 속이고 믿음을 줄 직업군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사이비 목사를 생각하게 되었다. 극중 전요한의 모티브가 된 인물은 'PD수첩'에서 다뤘던 피지섬 목사의 이야기였다.

-감독님의 주 분야는 영화였기에 이번 드라마 제작을 의외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원래 <수리남>을 영화로 제작할 생각은 없으셨나?
사실 처음에 영화로 만들자고 제안을 받았다. 그때는 거절했는데, 다시 제안이 왔을 때 시리즈물로 하기로 결정했다. 막상 만들려고 손을보니 2시간안에 이야기로 만들기가 쉽지 않더라. 그래서 시리즈로 하기로 했다. 시리즈물로 결정했을때는 8부작 기획이었고, 원래 방영하기로 한 플랫폼과 회사도 넷플릭스가 아닌 다른 곳이었다. 방송과 동시에 OTT에도 공개하는 방식을 고려했었는데, 하필 방송 쪽에서는 10부 이상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게 어렵다고 판단했고, 결국 다른 플랫폼에 공개하기로 결정했고, 선택된 곳이 넷플릭스였다.
-<수리남>은 원래 연출을 포기하다가 다시 메가폰을 잡은 케이스다. 다른 연출자에게 양보하기에는 아쉬웠던 소재였나?
나는 이 이야기가 너무 매력 있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최초 거절했던 이유는 <범죄와의 전쟁>이 끝난지 얼마 안 된 상태였기에 이와 비슷한 느낌의 작품을 만들 것 같다는 느낌 때문에 작품을 망칠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계속 부추기니 어쩔수 없이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웃음) 물론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스크린에서 못보는 작품이란 점이 아쉬웠지만, 대신 플랫폼의 파급력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전화를 받았는데, 초등학교 동창을 비롯해 보험회사 직원까지 전화해서 잘 봤다고 연락했을 정도였다.(웃음)
-연기 맛집이었고, 바로 앞에서 연기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재미있었을것 같다. 모든 배우가 잘해줬지만 나를 깜짝 놀라게 한 예상치 못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와 해당 연기 장면들이 있다면?
(웃음) 질문이 참 어렵다. 그만큼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나를 황홀하게 했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지만 찍으면서 즐거웠던 것은 하정우와 황정민의 합이었다. 둘의 연기 스타일 자체가 다르고 성향도 다른 편이었다. 정민이 형이 누구든 다 속이고 잡아먹는 불같은 연기를 보여준다면, 하정우는 나는 어떻게 하면 피할수 있다라는 능글맞은 연기를 선보이는 식이다. 그걸 당황하지 않고 받아주는 모습이 너무나 그럴싸하고 재미있었다.

-박찬호 선수의 싸인 야구공에 재미있는 비하인드가 있다고 들었다.
드라마 보고 나서 어떤 사람들이 야구공 안에 USB가 있고, 코카인의 진짜 위치가 있다고 추리 하는데…(웃음) 당연히 그런 건 없다. 이 영화는 야구공으로 시작에 야구공으로 끝나는 영화다. '이 이야기가 진짜인가?'라는 생각을 자극하기 위해 야구공이라는 장치를 활용한 것이다. 전요한은 강인구에게 우리의 DNA가 같다며 그와 같은 동질감을 느끼려고 한다. 내가 생각했을때 두 사람은 돈에 대한 집착이 대단한 인물들이다. 실제로도 전요한은 강인구를 자신의 사업 파트너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 점은 강인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고, 그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과 같은 성공을 꿈꿨을 것이다. 그런점에서 박찬호의 싸인 야구공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기에 그와 반대된 인물의 매개체라 생각하고 넣은 것이다. 참고로 이 싸인볼은 박찬호 선수의 진짜 싸인볼이다.(웃음) 재단에서 우리에게 기부를 해줬는데, 박찬호 선수가 작품에 쓰인다는 말을 듣고 싸인을 해서 보내준 것이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크게 아쉬운 건 없다. 처음 연출할 때부터 내 마음 자체가 힘을 빼고 다른 사람들이 즐길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는 마인드였다. 그 의도대로 한것 같고 아쉬움은 없었다. 다만 내가 영화 감독이고, 영화로 시작해 스크린에 상영하는 작품을 전제로 하다 보니 영화라는 걸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다음 작품으로 영화를 해보고 싶은데, 업계의 변화가 너무 빨리 변하는것 같다. 극장용 영화가 이제가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한정되는것 같아서, 내가 그런 작품을 하고 싶은건지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관객들은 그런 변화를 원하는 것 같고, 그 부족한 부분을 넷플릭스 샅은 플랫폼들이 채워주는 것 같다.

-장첸을 비롯한 해외 출연진의 캐스팅 비하인드를 듣고싶다.
사실 극중 분량이 크지 않았지만, 캐스팅 보트의 룰대로 핵심적이면서 강렬한 이미지의 배우가 캐스팅 되길 원했다. 첸진이란 인물의 비중이 너무 컸기에 처음부터 장첸같은 배우가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마침 <공작> 대반 상영 당시 만났던 현직 PD가 장첸과 친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친구를 통해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나중에 직접 대만에서 만나 미팅을 진행했고, 나는 당신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사랑한다고 까지 사정했다.(웃음)
-많은 이들이 궁금한 내용인데 한국제목과 영문제목이 다른 이유는?
영문 제목은 모두가 알다시피 <Narco-Saints> 다. 사실 이 제목을 선정하는 과정이 다소 어려웠다. 원래 내가 원한 영문 제목은 아니었는데, 긴 회의 끝에 나온 제목이 바로 이것이었다. 원래 내가 원한 영어 제목도 지금처럼 <수리남> 이었다.(웃음)
-유튜브에 공개된 제작 비하인드 영상에서 제주도와 도미니카 공화국을 오가며 찍었다고 언급하셨다. 시청자들이 깜짝 놀랄 거라고 말하셨는데, 예시를 들어서 몇부 몇화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에서 제주도이고 도미니카 장면이 섞였나?
전부 이야기할 수 없지만 일부 장면 예시를 들자면 3부 마지막과 4부 초반에 나오는 브라질 국경 총격전 장면이 남미가 아닌 제주도였다.(웃음) 제주도의 야자수를 키워서 파는 농장이 있었는데, 실제 비주얼을 보면 정말 남미 같았다. 그래서 스태프들과 함께 이곳에서 열대 식물을 3개월간 길러서 더 많은 야자수와 열대 식물을 늘려나갔다. 물론 CG의 도움도 한몫했다. 전요한의 대저택도 제주도인데, (구)파라다이스 호텔에 있는 유명한 카페에서 촬영했다.
제작 과정 당시 코로나가 발생했고, 그로인해 어떻게 해야하나 스트레스가 컸다. 우리 작품이 '서프라이즈'도 아니어서 야산에 찍고 여기가 남미라고 할수 없지 않은가? (크게 웃음) 과거 한국 영화들이 야자수 몇개 설치해 놓고 여기를 베트남이라고 한적이 있는데, 우리도 그럴꺼 같아서 걱정이 컸다.(웃음) 그런데 우연히 제주도 가족 여행을 하다가 그곳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곳을 남미의 전요한의 대저택으로 탈바꿈 시켰다.

-전요한의 오른팔 역할을 맡은 집사 이상중을 연기한 신인 김민귀는 어떻게 캐스팅 되었나?
너무 아저씨들이 많아서 젊은 배우들이 필요했다.(웃음) 그때 핫한 여러 배우들이 많았는데, 워낙 유명하고 쌘 배우들이 많아서 존재감들이 밀리더라. 그러다가 인터넷을 뒤지다가 패션모델 출신인 김민귀 배우를 찾게 되었꼬 연기도 조그만 다듬으면 된다고 해서 하게 되었다.
-감독님의 새로운 드라마 & 시리즈물을 기대해도 좋을까?
사실 이번 작품은 드라마 촬영이 이런 것인지 모르고 한 것이다. 이제는 6부작 같은 큰 시리즈는 함부로 못할것 같다. 이거 촬영하고 위궤양을 비롯한 여러 안좋은 증상이 한꺼번에 찾아왔다. 그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래서 이 작업은 목숨을 담보로 한 작업인것 같다.(웃음) 미국에서 왜 시리즈물을 감독이 혼자 하지 않고 나눠서 하는지 이제 알겠더라. 드라마에 대한 거부감은 없지만 다음에는 다른 연출자와 함께 나눠서 해야할것 같다.
그러고 보니 <D.P.> 시즌2를 연출한다는 한준희 감독이 참 대단한것 같다. 시즌1 끝나자마자 바로 시즌2 대본을 준비하고 있더라.(웃음) 물론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준비중인 황동혁 감독님도 대단한 분이시다. 그분의 경우는 시즌2를 안하면 안된다. 왜냐하면 넷플릭스가 이번에 엄청난 돈을 줬으니 당연히 해야 하지 않나? 우리의 자랑스러운 콘텐츠인데…(웃음) 아 이렇게 말해놓고 나니 나도 에미상 시상식 한번 가고 싶다. (크게 웃음)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