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도 이렇게는 못 한다" 안세영, 싱가포르 32강전 40분 만에 삭제

세계 배드민턴 여자 단식의 '절대 강자' 안세영(삼성생명·세계 1위)이 마침내 자신의 커리어에서 유일하게 비어있는 마지막 빈칸을 채우기 위한 장대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2026년 4월 8일, 중국 닝보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개막한 ‘2026 아시아배드민턴선수권대회’는 안세영에게 단순한 국제대회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닙니다. 이미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이라는 메이저 3개 대회를 정복한 그녀에게 아시아선수권 우승은 이른바 ‘메이저 4대 천왕’을 모두 제패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완성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날 열린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안세영은 싱가포르의 여지아민(세계 32위)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2대0(21:15, 21:10)의 완벽한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습니다. 단 40분 만에 경기를 마무리한 이번 승리는 안세영의 현재 컨디션이 최상임을 입증함과 동시에, 전영오픈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다시 한번 세계 최강의 위용을 과시한 선전포고와도 같았습니다.

첫 번째 게임 초반, 안세영은 잠시 탐색전을 펼치며 상대의 리듬을 살폈습니다. 경기 시작 직후 3대5로 뒤지며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으나, 안세영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이 곧바로 빛을 발했습니다. 안세영은 순식간에 5연속 득점을 몰아치며 8대5로 전세를 뒤집었고, 이후 단 한 차례의 역전도 허용하지 않는 ‘철벽 모드’에 돌입했습니다.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여지아민의 공격을 마치 자석처럼 받아내는 안세영의 수비력은 상대의 전의를 꺾기에 충분했습니다. 결국 리듬을 완전히 장악한 안세영은 21:15로 첫 게임을 가져왔습니다.

두 번째 게임은 그야말로 안세영의 ‘독무대’였습니다. 시작과 동시에 5점을 쓸어 담으며 기선을 제압한 안세영은 상대를 코트 전후방으로 거칠게 흔들었습니다. 여지아민은 안세영의 변칙적인 스트로크에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연달아 실책을 범했습니다. 특히 안세영은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면서도 영리한 네트 플레이와 강력한 스매싱을 적절히 혼합하며 점수 차를 11점까지 벌렸습니다. 21:10이라는 압도적인 점수 차로 경기를 끝낸 안세영은 16강으로 향하는 관문을 가뿐히 통과했습니다.

배드민턴 전문가들 사이에서 아시아선수권은 "올림픽보다 우승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옵니다. 한국,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세계 최강국들이 아시아에 밀집해 있어 32강부터 사실상 결승전급 대진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안세영은 그동안 이 대회에서 유독 불운에 시달려 왔습니다. 2022년 동메달, 2023년 은메달을 따내며 정상 문턱까지 갔으나, 2024년에는 무릎 부상 여파로 8강에서 멈췄고 2025년에는 허벅지 부상으로 출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대회는 안세영에게 ‘징크스 타파’의 무대이기도 합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의 자존심과 함께, 아시아 최고 권위의 개인전 타이틀까지 거머쥐어 명실상부한 ‘배드민턴 여제’로 공인받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이번 32강전에서 보여준 가벼운 몸놀림은 그동안 그녀를 괴롭혔던 부상의 망령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시사하며, 팬들에게 그랜드슬램 달성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 대진표 역시 안세영의 그랜드슬램 달성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안세영의 최대 라이벌이자 중국의 간판인 천위페이(세계 3위)가 대회 직전 부상을 이유로 기권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통산 전적에서 안세영을 가장 괴롭혔던 천위페이의 이탈은 안세영의 우승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여주는 변수입니다.

또한, 강력한 우승 후보인 중국의 왕즈이(세계 2위)와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세계 4위)가 대진표상 반대편 섹션에 배치되어 있어, 결승에 오르기 전까지는 이들과 맞붙지 않습니다. 안세영이 지금과 같은 평정심과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16강 이후 토너먼트에서도 큰 고비 없이 결승까지 진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안세영의 32강전 승리는 단순히 한 경기를 이긴 것을 넘어, 전영오픈 패배 이후 제기되었던 우려를 단숨에 씻어낸 ‘완벽한 복귀 신고’였습니다. 40분이라는 짧은 경기 시간 동안 체력을 비축하면서도 경기 감각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점은 향후 이어질 16강, 8강전에서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안세영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 아시아선수권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고 싶다"는 강한 포부를 내비쳤습니다. 대한민국 배드민턴 역사상 이토록 압도적인 전력으로 그랜드슬램을 정조준한 선수는 없었습니다. 닝보 올림픽 스포츠 센터의 매서운 바람을 뚫고 셔틀콕 여제가 아시아의 왕좌에 올라 그랜드슬램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전 세계 배드민턴 팬들의 시선이 그녀의 라켓 끝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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