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창신·숭인 17년 만의 재개발에도 “또 실망할까 기대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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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방문한 숭인동56번지 일대에는 때늦은 폭염 탓인지 좁은 골목에 오가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 곳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A씨는 "이 동네 사람들은 재개발이니 하는 것에 딱히 관심이 없다"면서 "한다고 한지가 몇 년인데 동네는 그대로라 이번에도 기대를 해봤자 실망만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서울시가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창신동23번지 일대에 최고 28층, 1038가구, 숭인동56번지에 최고 26층, 974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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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주택 90%… 소방차도 접근 어려워
재개발로 종로구 일대 2000여가구 신축 등장
“신축수요 몰릴 것… 주민 위해서도 빨리 추진”
지난 10일 방문한 숭인동56번지 일대에는 때늦은 폭염 탓인지 좁은 골목에 오가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창문이 열린 소규모 방직·봉제 공장 안에서 들리는 미싱기 소리와 가정집에서 틀어놓은 라디오 소리 만이 간간히 들렸다. 어지럽게 꼬인 전신주의 전선과 좁고 경사진 계단길. 서울의 중심인 종로구에 위치해 있지만 서울에서 얼마 남지 않은 달동네다. 차가 다닐 수 없는 골목길에 자리한 집들이 많아 수리도 어렵고, 심지어 불이 나더라도 소방차가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이 곳의 노후주택비율은 90%에 이른다.
이 곳은 4차선 도로 건너편 창신동23번지와 함께 지난 8월 재개발이 결정됐다. 서울시가 ‘창신동 23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결정’과 ‘숭인동 56일대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결정’을 수정가결하면서다. 무려 17년 만이다. 2007년부터 재정비촉진사업(뉴타운)이 추진됐지만 2013년 촉진지구 지정 해제됐다. 박원순 전 시장 시절 도시재생 1호 지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1000억원의 예산을 들였지만 군데군데 주민공동시설만이 그 흔적을 말해줄 뿐이었다. 그나마 남아 있던 벽화들도 이제는 찾기가 어려웠다. 주택공급과 기반시설 등 물리적 주거환경 개선을 원했던 주민들의 불만은 쌓여만 갔다.
2021년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선정되고 이제는 재개발까지 추진하게 됐지만 여전히 우려하는 시각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4차선 도로 건너편 창신동 23번지도 사정은 비슷했다. 경사진 도로 끝까지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 보니 좁은 골목은 구불구불 했고, 그나마 끊겨 길을 잘못들면 한참을 돌아내려와야 했다. 흔한 마트나 슈퍼, 편의점 등은 찾기 어려웠다.
이 곳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A씨는 “이 동네 사람들은 재개발이니 하는 것에 딱히 관심이 없다”면서 “한다고 한지가 몇 년인데 동네는 그대로라 이번에도 기대를 해봤자 실망만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창신동의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재개발에 대한 의견’을 묻자 손 사레부터 쳤다. “20년 가까이 한다, 안한다 오락가락 했는데 이번에 ‘한다’고 확실히 말 못한다”면서 “기대하는 사람들도 좀 있겠지만 대부분은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 저곳에 벌써 재개발 추진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서울시가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창신동23번지 일대에 최고 28층, 1038가구, 숭인동56번지에 최고 26층, 974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게 됐다. 기반시설로는 도로, 공원, 주차장, 사회복지시설 등이 결정됐다. 창신역에서 채석장전망대(서쪽)와 숭인근린공원(동쪽)까지 연결하는 입체보행로를 조성해 인근 지하철역과의 보행 접근성을 높였다. 보행약자의 이동 편의성 향상을 위해 단지 내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경사로 등 수직 동선도 충분히 마련해 경사진·구릉지를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창신동의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재개발을 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부터 일단 매물은 없다”면서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시세를 말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종로구 내에 2000여세대의 아파트가 등장한다는 데 일단 기대감을 가지만 하다”면서 “일단 직주근접이 되는 신축에 대한 수요가 몰릴 것이고, 오랜기간 노후한 주택에서 어렵게 살았던 주민을 위해서도 빠른 속도로 추진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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