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주식이 1481주인데, 회사를 믿고 기다려왔지만 지금 주가가 너무 하락해 걱정이다." "지난해 7만~8만원 하던 주가가 현재 5만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등 다른 기업들은 주가가 상승하는데 대책은 있나."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이 부진한 주가에 대한 주주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결국 사과하고 고개를 숙였다.
삼성전자는 19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주총은 지난해 보다 많은 900여명의 주주와 기관투자가가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현장을 찾은 주주들은 지난해부터 6개월 이상 '5만전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지적하며 향후 대응 전략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은 "최근 주가가 주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변화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등 주요 제품이 압도적인 시장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 기술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고, 미국발 관세 이슈 등도 글로벌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다만 지난해 11월 자사주 10조원 매입 계획을 발표한 후 1차 매입분 3조원을 소각했고 2~3차 매입분도 상당 부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사용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주가 회복에 도움될 수 있게 임원들의 책임경영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미 2024년 임원 성과급에 대해 주식보상제도를 최초로 도입했고, 내년부터는 직원들에게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한 부회장의 사과에도 주주들의 질타는 이어졌다. 한 주주는 "오늘의 위기는 현 경영진이 글로벌 인재 영입에 실패한 데서 온 것"이라며 "앞으로 인력을 해외로 빼앗기지 않고 글로벌 인재를 얼마나 흡수해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안을 밝혀달라"고 했다.
이에 한 부회장은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도 많은 대안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리텐션 프로그램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한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 역시 "삼성전자의 주가부진은 반도체 성과에 좌우된다고 본다"며 "주가부진으로 주주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시장 개화, 메모리반도체 시황 회복세와 맞물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주총장에는 주주체험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제품과 기술도 전시됐다. 스마트싱스와 AI홈을 비롯해 △갤럭시 S25 시리즈 △투명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하만의 전장 솔루션과 오디오 기기 △삼성메디슨의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기 △AI 로봇 볼리 등이 소개됐다.
특히 참가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은 최근 자회사로 편입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사족보행로봇 'RBQ-10'이었다. RBQ-10은 걸어다니면서 본체에 부착된 로봇팔을 움직여 사람과 악수하고 물건을 집기도 하며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출시가 예정된 RBQ-10은 로봇 오픈 플랫폼으로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로봇팔 대신 고성능 카메라를 부착해 화재감시나 무인경비 등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권용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