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시청률 1.1%의 잔혹사, 지창욱과 스타 작가도 못 살린 '날 녹여주오'

군 복귀작으로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킨 배우 지창욱과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있는 그녀', '마인'을 연이어 히트시킨 백미경 작가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황금 라인업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tvN 주말드라마라는 안정적인 편성 위에 얹힌 드라마 '날 녹여주오'는 배우 원진아까지 합류하며 방영 전부터 흥행 보증수표들의 집합체로 기대를 모았다.

화려한 제작진과 스타 배우의 조합은 수많은 시청자에게 신뢰감을 안겨주었고, 방송가는 또 한 편의 대형 히트작 탄생을 의심치 않았다.
작품의 초반 기획은 판타지와 로맨스를 결합한 흥미로운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예능국 스타 PD 마동찬이 직접 참여한 24시간 냉동인간 프로젝트가 뜻밖의 사고로 20년 뒤에야 해동된다는 설정은 시대적 차이와 환경적 변화가 만들어내는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더욱이 체온이 33도를 넘어서면 생명이 위협받는 치명적인 생리적 제약은 생존과 로맨스를 아우르는 독특한 서사적 장치로 작동할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매력적인 초반 설정에도 불구하고 전개가 진행될수록 장르의 정체성은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SF적 미스터리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던 서사는 후반부로 갈수록 코미디와 어설픈 음모극, 로맨스가 산만하게 뒤섞이며 중심축을 잃어버렸다.
스릴러의 긴장감을 원했던 이들과 로맨틱 코미디의 설렘을 기대했던 이들 모두를 아우르지 못하는 어정쩡한 전개는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급격히 떨어뜨렸고, 개연성이 부족한 서사와 단순한 악역 구도는 극의 완성도를 크게 해쳤다.
특유의 재치 있는 대사와 탄탄한 캐릭터 구축으로 시청률을 견인했던 백미경 작가의 필력 역시 이번 작품에서는 유독 빛을 발하지 못했다. 입체적인 갈등 대신 진부한 클리셰와 다소 올드하게 느껴지는 코미디 코드가 반복되면서 극의 매력은 반감되었다.

20년이라는 세월의 공백이 가져다줄 수 있는 깊이 있는 감정선과 인물 간의 관계성 변화를 깊게 조명하기보다 평범하고 일차원적인 로맨틱 코미디에 머무른 점은 흥행 작가라는 명성에 비해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주연 배우 지창욱은 마동찬 역을 맡아 부드러운 로맨틱 연기와 안정적인 표현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배우의 비주얼과 열연이 극의 개연성을 근근이 끌어올린다는 평가까지 나왔으나, 흔들리는 대본과 연출의 구조적 한계를 홀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초반 3%대로 출발했던 시청률은 하락세를 거듭한 끝에 자체 최저 시청률 1.1%라는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날 녹여주오'는 스타 캐스팅과 이름값 있는 제작진의 결합만으로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으며,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증명한 잔혹사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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