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포스는 한국에서 시작됐다. 한국의 PC방 문화, e스포츠 열기가 없었으면 오늘의 엔비디아도, 오늘의 AI도 없었다.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K-POP 광장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은 사실상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한국 귀환' 무대였다. 황 CEO는 25년 전 지포스가 처음 주목받던 시절을 떠올리며 "내가 아주 젊었을 때 처음 온 나라가 한국이었다"며 "그때 엔비디아는 아주 작은 회사였지만 오늘 다시 올 때는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황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한국 e스포츠 덕분에 지포스 성장"
황 CEO는 한국 시장 덕분에 그래픽카드가 단순 게임용 부품을 넘어 인공지능(AI) 컴퓨팅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짚었다. 황 CEO는 "e스포츠 때문에 우리는 지연을 낮추는 RTX 같은 기술을 발명했다"고 말했다. RTX는 엔비디아의 그래픽 기술 브랜드로,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과 AI 연산을 결합해 그래픽 품질과 성능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킨 그래픽처리장치(GPU) 플랫폼이다.

황 CEO는 "300Hz 모니터 같은 건 한국이니까 가능한 발상이었고 지금은 글로벌 표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 엔비디아 투자자들이 많다는 얘기가 나오자 "여러분이 엔비디아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고 언급했다.

황 CEO는 이번 방한이 단순 기념행사가 아니라고도 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때문에 다시 와달라고 해서 왔다"며 "31일에는 한국의 다음 세대를 위한 아주 큰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 친구들과 함께 하는 발표라 오늘은 내용을 밝히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이재용·정의선 회장도 엔비디아 인연 소개
이날 무대의 또 다른 축은 한국 재계 총수들이었다. 이 회장은 "25년 전 엔비디아가 초기 지포스를 만들 때 삼성 반도체를 썼다"며 "그때부터 두 회사의 협력이 시작됐고 황 CEO와의 우정도 시작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서로에게 아주 중요한 파트너였기 때문에 여기까지 같이 올 수 있었다"며 "엔비디아가 삼성의 중요한 고객이고 전략적 파트너라서 온 것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황 CEO가 친구라서 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황 CEO를 "이 시대 최고의 이노베이터이자 기업가"로 치켜세우면서도 "무엇보다 인간적이고 정이 많은 친구"라고 표현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황 CEO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1996년 주고 받았던 편지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황 CEO에게 "한국을 모두 초고속인터넷으로 잇고, 세계 최초의 '비디오게임 올림픽(e스포츠)'을 만들고 싶다"는 비전을 적어 보냈다. 그게 황 CEO의 첫 방한 계기가 됐다는 이야기다. 황 CEO는 "그 편지에 적었던 비전이 지금 한국에서 전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정 회장도 무대에 올랐다. 그는 "어렸을 때 아케이드 게임을 계속 했고, 제 아이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좋아한다"며 "그 안엔 당연히 엔비디아 칩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엔비디아 칩이 차에, 로보틱스에 더 많이 들어올 것"이라며 "지금은 PC에서 게임을 하지만 앞으로는 차 안에서도 더 많이 게임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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