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 핑퐁’ 에… 뇌전증 車사고 기소하고, 엘베 전단지 뗐다고 송치

강한 기자 2024. 10. 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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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과 검찰이 서로 수사 책임을 떠밀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수사단계에서 종결됐을 사건들이 재판에 넘어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경찰이 고발장 접수 8개월 만에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이 반년 만에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청하면, 경찰이 몇 달 뒤 다시 송치하는 식으로 사건이 장기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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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경, 억울한 피의자 양산
경찰 수사종결권한 부여 이후
책임 떠넘기기 구조 만들어져
무성의 송치·기계적 기소 증가
작은 사건들 재판까지 이어져
법감정 안맞는 기소도 잇따라
재판불복 작년 10%이상 증가
검찰과 경찰 간 ‘수사 책임 떠넘기기’로 부실 수사와 불필요한 기소가 늘어나면서 재판 지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왼쪽)와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오른쪽) 출근길 모습. 백동현 기자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과 검찰이 서로 수사 책임을 떠밀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수사단계에서 종결됐을 사건들이 재판에 넘어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형사 사건으로 처리하지 않아도 될 일상의 ‘작은 사건’에서 경찰의 무성의한 송치와 검찰의 기계적인 기소로 무고한 피의자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처리된 사건 결과에 불복하는 국민도 늘어나면서 법원 재판 지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거나 지나치게 경미한 사건이 기소까지 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지난 8월 아파트 엘리베이터 거울에 붙어 있던 주민 간 분쟁 관련 전단지를 뗀 중학생 B 양을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B 양이 송치되자 B 양의 아버지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고,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용인동부서의 판단에 추가로 고려할 사항이 있다고 본 상급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이 검찰과 협의해 결국 사건을 용인동부서로 돌려보냈다. 김종길 용인동부경찰서장은 “해당 사건 게시물의 불법성 여부 등 여러 논란을 떠나 결과적으로 좀 더 세심한 경찰행정이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지난 8월 서울 마포경찰서는 교회 내 성폭력 범죄를 폭로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성현 PD를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신도들의 나체 영상을 동의 없이 배포해 수익을 거둔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다큐에 여성 신도의 나체 영상을 당사자 동의 없이 담아 배포한 것이 성폭력법 위반이라는 JMS 측 고발 취지를 경찰이 받아들인 것인데, 경찰이 제대로 된 법리 검토 없이 사건 처분을 검찰로 미룬 것이라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왔다.

국회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개정하면서 2021년부터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제한적으로 폐지됐고, 1차적으로 경찰이 수사를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검찰과 경찰의 상호협력을 도모하자는 취지의 법 개정이었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조치가 오히려 서로의 책임을 떠미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검경 간 ‘핑퐁’이 발생해 장기간 사건 종결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방역물품 지원금 대행 사업을 하면서 관련 물품을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판 혐의를 받는 전강식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 고발 사건을 2년 넘게 수사 중이다. 경찰이 고발장 접수 8개월 만에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이 반년 만에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청하면, 경찰이 몇 달 뒤 다시 송치하는 식으로 사건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사권 조정 이후 우리나라 형사 사건 수와 재판 불복 건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형사 사건 접수 건수는 2021년 148만3102건, 2022년 157만9320건, 지난해 171만3748건으로 증가했다. 정식 재판이 열리는 형사공판 사건의 1심 접수 건수는 지난해 23만6981건으로 전년 대비 7.76% 늘었다. 재판 결과에 불복하는 경우도 증가해 지난해 항소심·상고심 접수 건수도 각각 7만9453건(11.64%), 2만1102건(10.03%)으로 증가했다.

강한·정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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