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뷰가 한눈에 들어오는 양평 주택 ‘든해가’

서울 강남에서 반백년을 산 건축주 부부는 자녀들이 결혼해 집을 떠난 후 종종 시골을 다니면서 전원생활을 꿈꿨다. 하지만 막상 오랜 기간 살아온 아파트를 떠나기는 쉽지 않았다. 농사를 지어본 경험도 없거니와 풍부한 생활 인프라와 공동주택이 주는 편리함 등을 포기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변화를 가져오게 한 이들은 손자들과 장모님이었다. 태어난 손자들이 와서 맘껏 뛰놀기에 아파트는 층간소음에 너무 취약했다. 요양원에 모신 장모님의 구속된 삶은 충격이었고, 집을 짓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더 나이 들어 우리 부부 중 한 사람이 건강을 잃더라도 요양원에 보내지 말고 자연 속에서 함께하자고 다짐했습니다. 마침 죽마고우가 양평에서 운영하는 농원을 10년 넘게 오가며 남한강이 보이는 이곳 전경을 보면서 여생을 보낼 집을 짓기로 결정했습니다.”

이형우 기자 | 사진 박지현 기자 | 협조 성민그룹건축사사무소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 양평군
지역/지구 보전관리지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1,096.0㎡(332.12평)
건축면적 218.68㎡(66.26평)
연면적 244.38㎡(74.05평)
1층 152.52㎡(46.21평)
2층 91.86㎡(27.83평)
건폐율 19.95%
용적률 22.29%
설계기간 2022년 2월 ~ 5월
시공기간 2022년 6월 ~ 11월
설계 및 시공 ㈜성민그룹건축사사무소
02-522-9822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평슬라브
외벽 - 브랑코머핀 화강석,
세라스킨도장
테라스 - 화강석
데크 - 인조방부목
내부마감 천장 - 석고보드/친환경페인트
내벽 - 석고보드/친환경페인트
바닥 - 구정마루
계단 - 레드오크 원목
단열재 지붕 - T220압출보온판
외벽 - T80열반사단열재
창호 에이티에디션(독일)
위생기구 계림위생도기
난방기구 귀뚜라미 보일러
냉방기구 LG시스템에어컨
환기시스템 패시브웍스


집을 짓기로 결정한 후 건축주는 국내외의 전원주택 동영상 자료를 열심히 훑었다. 하지만 대동소이한 모습에 선뜻 벤치마킹할 주택을 결정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규모가 있는 해외 주택을 중심으로 끈질기게 찾은 결과 스타일이 마음에 든 대상을 발견했다.
집을 설계하고 시공할 회사도 우연처럼 만났다. 같이 다니는 교회의 교육관을 신축하면서 알게 된 건축사에게 해외 주택을 보여주면서 유사 형태의 설계가 가능한지 물었고, 건축사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후 주택 건축 추진은 탄력을 받았고,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집이 들어서게 됐다.
높은 천정고가 개방감과 여유로움을 느끼게 하는 거실
곳곳에 낸 창을 통해 유입된 풍부한 햇빛이 화사한 주방에 청량감을 더하고 있다.
식탁에 앉아 있는 사람과 마주보며 요리 등을 할 수 있도록 아일랜드 식탁에 개수대와 인덕션을 설치한 것이 눈에 띈다.
하이엔드 실내공간
고급스러워 보이는 간살도어가 설치된 중문을 지나 실내에 들어서면 높은 천정고가 눈에 띈다. 3.65m 높이의 천정고는 개방감과 함께 공간의 여유로움을 제공한다.
“집을 짓겠다고 했을 때 주위의 지인들은 관리의 어려움 등을 들어 ‘크게 지으면 안 된다’고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비교적 넓은 곳에 살다가 작게 지어서 간다면 생활 패턴이 달라져 갑갑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살던 아파트 평수 면적과 비슷한 규모로 계획했습니다.”
거실과 방 전체는 남한강을 볼 수 있게 전면에 배치했다. 주방에는 아일랜드 식탁을 크게 만들었다. 아내가 주방에서 요리 등을 할 때 식탁에 앉아 있는 사람과 등을 보이는 대신 마주보며 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를 설계에 그대로 반영했다. 현관과 욕실 등에는 의자를 배치해 앉아서 신발을 신거나 씻을 수 있도록 했다. 종신 거주를 위한 안배인 셈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눈에 띄는 기법들이 적용됐다. 우선 단차를 이용해 낮은 레벨에 서재를 마련했다. 그리고 계단참에서 서재에 이르는 계단은 가운데를 기준으로 왼쪽에 두 계단마다 계단의 폭을 배로 넓혔다. 이곳에서 손자들은 책을 읽거나 놀이를 즐긴다.
오크 원목 계단을 따라 더 올라가면 2층에 올라선다. 방과 가족실, 드레스룸, 욕실 등이 배치된 2층에서 단연 눈에 띄는 공간은 테라스다. 폭이 3.8m에 이르는 이 공간에서는 남한강의 그림 같은 뷰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돋이도 감상할 수 있다.
“새벽녘이나 비 온 후 운무가 피어나는 남한강을 바라보면 마치 신선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용적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1, 2층 테라스를 넓힌 이유입니다. 1층 테라스에서는 손자들이 오면 바비큐 파티를 하곤 하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면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오크 원목으로 바닥을 마감한 계단
계단참에서 서재에 이르는 계단에는 손자들이 앉아서 책을 읽거나 놀 수 있도록 가운데를 기준으로 왼쪽 계단의 폭을 배로 늘렸다.
단차를 이용해 낮은 레벨에 배치한 서재
좋은 자재로 지어 튼튼하고 예쁜 집
외벽은 브라질산 브랑코머핀 화강석으로 마감했다. 이 자재는 화강석인데도 무늬가 있어 밝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테라스도 화강석으로 마감했다. 창호는 독일산 시스템 창호를 설치했다. 경주용 자동차와 항공기 같이, 가벼우면서 최고의 강도를 요구하는 PVC를 사용하고 있어 높은 강도와 내구성을 자랑하며, 표면 처리도 좋아 내오염성도 강하다.
“건축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었지만 남은 생을 아내와 함께 보낼 집이기에 튼튼하고 예쁘게 짓고 싶었습니다. 집을 짓고 나서 1년 반 정도 살아보니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건축사와 수개월 협의하는 중에 예닐곱 번이나 설계를 변경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물론 시공기간 내내 매일 현장을 찾아와 시공 과정을 꼼꼼히 체크해준 건축사님의 노고도 한몫을 했지요.”
2층 가족실. 화가로 활동 중인 딸의 작품들이 집안 곳곳에 전시돼 있어 문화적 향기가 물씬 배어난다.
창을 열면 곧장 테라스로 나갈 수 있는 2층 침실. 침대에서 해돋이를 볼 수도 있다. 이곳 주택 이름인 ‘든해가’는 ‘집안에 가득찬 햇빛’이라는 뜻이다.
2층 테라스에서 바라본 야외 풍경. 정원 너머로 남한강의 그림 같은 뷰가 펼쳐진다.
잔디 깎는 일 너무 즐거워
전원주택의 묘미인 정원에도 많은 정성을 쏟았다. 앵두, 보리수, 모과, 감, 사과, 대추 등 유실수를 골고루 심었고, 한켠에는 텃밭을 조성해 감자와 고구마도 심었다. 철마다 피는 화초류도 집을 빙 둘러 식재했다.
그래도 손이 가장 많이 가는 것은 잔디다. 잔디 관리를 위해 골프장 코스 잔디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종신물산 잔디연구소에 연락해 관리 기법을 배울 정도로 열심이다.
“처음에 잔디깎기 기계로 2.5cm 높이에 맞춰 깎아봤는데 깎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연구소에서 배운 대로 때를 맞춰 제초제, 비료 등을 살포한 후 겨울 지나고 나서 3월에 1단으로 깎아보니 신기하게도 되는 거예요. 그 뒤로는 보름에 한 번 잔디를 깎는데 이 일이 정말 즐겁습니다. 1시간 반 정도 걸려 잔디를 깎아 놓으면 푹신해 보이는 파란 잔디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아파트에서 살 때에는 지금 이곳의 조경과 비할 바가 안 될 정도로 더 고급스러웠지만 한 번도 아름답다는 느낌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때 50년보다 이곳에서 1년 반 자연을 접한 게 더 많습니다. 앞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다양한 유실수와 화초가 식재된 정원
도로에서 바라본 주택 외관. 대지를 받치고 있는 석축에서 강렬한 부재의 힘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