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우 본부장이 말하는 게임 시장의 뉴웨이브, UGC

▲ 벌스워크 이득우 본부장
지금은 다소 주춤하지만, '메타버스'는 아직도 업계인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거리는 개념이다. 개발자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콘텐츠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유저 스스로가 새롭게 재창조하면서 또다른 즐길거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UGC의 흥행과 더불어 차세대의 미디어로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특히 '포트나이트'의 성공 이후, 에픽게임즈가 포트나이트의 기반과 언리얼 엔진의 기술력 그리고 노하우를 활용한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UEFN)'은 또 하나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특히 국내에는 언리얼 엔진이 친숙했던 만큼, 포트나이트에 대한 관심은 적었어도 이를 활용해 여러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여느 지역 못지 않았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이득우 교수는 그 가능성에 주목, 2023년부터 학생과 함께 UEFN에 게임을 등재하면서 성과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에 UGC의 가능성을 본 이득우 교수는 UGC 전문 회사인 벌스워크에 본부장으로 합류해 해당 분야로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잘 만들어진 툴 덕분에 게임 개발의 문외한이라도 아이디어만 있다면 80%정도의 완성도는 낼 수 있는 UGC, 이득우 본부장은 그 환경이 어떤 곳인지 그리고 그곳에서 개발 지식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IGC 현장에서 그 노하우를 공유했다.

그간 게임시장에서는 게임이 설치되고 실행되는 플랫폼에 따라 콘솔, PC 모바일, 아케이드 등으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득우 본부장 최근에 포트나이트, 로블록스의 대두로 추세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에서는 로블록스가, PC와 콘솔에서는 포트나이트가 MAU에서 1등을 차지하고 동시 접속자 수는 천만 명을 넘기는 등 기존의 방식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이득우 본부장은 패키지 게임과 유저들이 만들어가는 라이브 서비스, 두 차원으로 구분하는 안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게임 시장의 33%를 차지하고 있고, 그중 로블록스와 포트나이트 등 UGC가 크게 성장하면서 시장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UGC는 무엇일까? ‘사용자 생성 콘텐츠’라는 말 그대로, 전문개발자가 아닌 일반인이 제작한 콘텐츠다. 이득우 본부장은 이 개념 자체는 새롭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미 그 옛날 스타크래프트 유즈맵, 혹은 유저 모드 등으로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그것이 로블록스의 흥행을 타고 보편화되기 시작했으며, 점차 틀이 잡혔다고 보았다. 이전에는 이를 공유할 포탈 같은 것도 파편화되어있지만, 로블록스는 마치 넷플릭스나 OTT처럼 다양한 게임들을 한 화면에 제공, 유저들이 즐길거리들을 한 번에 보여준다. 기존의 게임들이 하나의 작품을 즐긴 뒤 그 화면에 나와서 다른 게임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지만, 로블록스는 포털 화면에서 여러 게임을 찾아볼 수 있어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어렵다.

여러 게임을 모아두었다는 점에서 게임 포털과 유사하지만, UGC는 게임 포털과도 다르다고 강조했다. 자체 개발 혹은 다른 회사가 개발한 게임을 모아두고 게임플레이와 크게 연관이 없는 아바타나 업적을 내세운 포털과 달리, 유저가 직접 게임을 만들고 그 아바타가 직접 주역이 되어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 UGC의 특징이다.

여기에 클라이언트나 서버를 본인이 제작할 필요가 없고, 게임 내에 프레임워크와 전용 저작 도구를 활용한다는 것이 UGC의 또다른 특징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소수의 인력이 개발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인디 게임도 유사한 점을 보여주지만, 인디 게임은 클라이언트부터 서버까지 본인들이 직접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UGC는 플랫폼이 정산해주기 때문에 수익 및 사업모델에 대한 고민이 적지만, 인디 게임은 그 모든 것이 오롯이 자신이 직접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UGC는 확실히 이점이 있지만, 반면에 기존에 있던 게임 혹은 툴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기능과 용량에 제약이 있고, 간단한 게임 위주로 구현하게 된다는 한계도 언급했다.

이렇듯 간단한 게임이 자주 나오기 때문에 종종 UGC는 하이퍼캐주얼과 비교되곤 한다. 그러나 이득우 본부장은 서로 다른 수익 모델로 인해 발생하는 차이점이 크다고 강조했다. 하이퍼캐주얼은 인게임 광고가 주 BM이고, 모든 연령층에 최대한 노출하기 위해 최대한 간단한 조작으로 빠르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주가 된다. 반면 UGC도 재방문율을 중심적으로 두긴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플레이 시간’도 중요시한다. 또한 게임이나 툴에 얽힌 특성상 광고 BM을 적용하기 어렵고, 기본적으로 멀티플랫폼을 지원하기 때문에 여러 플랫폼을 고려한 게임플레이와 조작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UGC는 현재 어느 정도의 규모일까? 이득우 본부장은 두 거두인 로블록스와 포트나이트가 액티브 유저 1,300만 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점차 성장세임을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포트나이트가 다소 아쉬운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로블록스는 확고히 자리잡았으며, 둘 다 초반에 유럽과 북미가 가장 큰 시장이었다가 점차 아시아, 동남아/인도, 남미쪽까지 유저풀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떠오르는 시장에 이득우 본부장이 관심을 가졌던 것은 작년 3월, 에픽게임즈가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UEFN)과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2.0을 발표하면서부터였다. 처음에는 에픽게임즈가 진짜로 공언한 대로 수익을 나눠줄지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기존과 다른 생태계인 만큼, 이득우 본부장은 새로운 유형의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미 툴과 에디터가 갖춰지고 언어도 새로 만들어둔 만큼 언리얼 엔진 경험이나 프로그래밍 스킬보다는 기획력, 그리고 그것이 제대로 유저들에게 어필하고 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다듬어가는 디테일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게임사의 분업 시스템에 익숙해져서 자신의 업무만 하는 유형보다는, 총괄적으로 프로젝트를 보면서 집요하게 디테일을 따져가고 모니터링하는 유형을 요구했다. 이에 이득우 본부장 모바일 게임을 만들다가 쉬고 있던 졸업생 중 한 명을 선정, 같이 UGC 제작에 나섰다.

▲ 기존과 다른 시장이었던 만큼, 여러 차례 실패를 반복하면서 시도를 이어갔다
물론 첫술에 배부르지는 않았다. 첫 작품은 포트나이트와 언리얼 엔진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외형적으로 잘 꾸며낸 플랫포머를 만들어냈는데, 싱글플레이 감각으로 제작하다 보니 외통수들이 여럿 발생했다. 리스폰 지점이 꽉 차서 리스폰이 될 때 밀려나서 또 죽는다거나, 인파에 밀려나서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하는 일도 많았다. 결정적으로 당시에 유행하던 트렌드와 거리가 먼 양식이었고, 자연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온리업 포트나이트의 유행에 탑승하는 게임을 제작했지만, 이 또한 실패로 끝났다. 시스템 R&D도 하면서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지만 기존 포트나이트 유저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했고, 결정적으로 멀티플레이 대전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기술적으로나 게임 내적으로나 여러 애로사항이 있었다.

그 뒤에는 빌드 없이 에임 위주로 즐기는 슈터 장르를 만들었고, 이전 대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전 대비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에 희망을 얻은 이득우 본부장은 다양한 스킬을 부여한 리뉴얼 작품 ‘히어로즈 건 게임’으로 TOP11까지 기록했다. 한 번 물꼬가 튼 뒤, 이득우 본부장은 할로윈 시즌에 포트나이트와 콜라보로 나온 할로윈의 마이클 마이어스를 전면에 어필한 ‘박스 PVP’로 트렌드에 올랐고, UEFN 탑 크리에이터로 자리잡았다. 10월 25일 신규 상점이 오픈되는 시기에 맞추는 등 트렌드를 읽었고, 게임 또한 그간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쉽고도 재미있게, 그리고 당시 UEFN의 트렌드에 맞춰서 준비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 실패를 반복하다가 트렌드를 파악하면서 점차 시장에 적응하고
▲ 끝내 탑 크리에이터로 이름을 올렸다
이득우 본부장은 로블록스 쪽을 직접 담당하지 않았지만, 벌스워크의 자회사로 들인 ‘솔스 RNG’의 사례를 언급했다. 중고등학생들이 2023년 12월 로블록스에 출시한 이 게임은 굉장히 낮은 확률의 뽑기 게임으로, 로블록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화려한 이펙트를 낮은 확률로 뽑는 것에 주력한 게임이다. 통상 ‘뽑기 게임’하면 과금 상품부터 떠올리지만, 이들은 천 원짜리 패키지 네 개만 마련하고 수집할 수 있는 경로도 다양하게 마련하면서 유저들의 수집욕을 자극하고 거부감은 낮췄다.

특히 이들은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디스코드를 운영, 유저 커뮤니티를 다져갔다. 단순히 유저들이 모이는 공간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규칙을 처음부터 꼼꼼하게 설계했으며, 관리자 역할도 세분화했다. 그렇게 해서 노이즈를 줄이는 한편, 유저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호응을 얻었다. 실제로 솔스 RNG는 로블록스 게임 전체 랭킹 TOP3, 최고 동접 15만 명 이상, 즐겨찾기 60만 명, 디스코드 77만 명, 누적 플레이 횟수 6억 회 이상 등 큰 성과를 올렸다.

▲ 중고등학생으로 구성된 팀이 개발한 '솔스 RNG'는
▲ '뽑기'를 극단적으로 강조한 단순하고도 직관적인 게임플레이에
▲ 처음부터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커뮤니티 운영으로 유저에게 호응을 얻었다
그렇다면 로블록스와 UEFN의 차이는 무엇일까. 로블록스는 LUA 기반이라 대규모 게임을 만들기 비교적 어렵지만, 그 자체가 어떤 지배적인 게임이 없고 모바일에 친화적이라는 특성이 있다. 반면에 UEFN는 언리얼과 포트나이트라는 기반이 있고, 그래서 비교적 큰 게임을 만들기 쉽다. 한편으로는 포트나이트라는 메이저 게임이 기반이 되고, 그 게임에서 나오는 수익을 크리에이터에게 배분하는 형식이라 인게임 아이템 구매나 광고 등의 BM은 붙이기 어렵다. 자연히 피처드 외에 자신의 게임을 그 안에서 노출하기 어려운데, 에픽게임즈에서 최근 생태계의 다양화를 위해 여러 가지로 변화를 시도 중인 상황이다.
이득우 본부장은 유저 비율로 따지면 로블록스는 남성 유저층이 53%, 여성 유저층이 39%에 비교적 저연령층이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UEFN는 17~18세 이후부터 점차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남녀 성비는 각각 89.7%, 10.3%으로 비교적 남성 유저층이 높은 편이다. 한편, 둘 다 소위 MZ 세대 중 밀레니얼 세대에는 그 비중이 줄어든다는 공통점이있다.

이를 두고 이득우 본부장은 Z, 그리고 알파 세대를 통칭하는 ‘잘파 세대’에 어필하는 것이 UGC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UGC 게임이 잘 나가기 위해서는 그에 맞춘 최신 트렌드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역설했다. 아울러 멀티플레이 중심이기에 물론 유저 간 협력과 경쟁 구조를 잘 짜고 성장과 보상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성하는 것도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득우 본부장은 UGC 핵심은 ‘젊음’, ‘새로움’으로 꼽았다.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그것이 휙휙 바뀌기 때문에 자신은 따라가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이를 젊은 사람들에게 맡기는 한편, 자신은 이를 보조하는 역할로써 기존의 개발자-퍼블리셔와는 다른 크리에이터-액셀러레이터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비전을 바탕으로 한 벌스워크는 게임뿐만 아니라 예능, 영상, 유튜브 등 UGC 영역에 다각도로 손을 뻗치고 있다. 게임 개발자이자 후학을 양성하던 그가 UGC라는 분야로 다양하게 넓혀가는 이유는 간단했다. 앞으로는 영상과 게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새로운 소셜미디어처럼 자리 잡으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개발사, 퍼블리셔의 구조가 아닌 크리에이터가 주축이 되어 콘텐츠를 만들고 수익을 가져가되, 그 IP를 확장시키면서 확보한 유저층으로 더 큰 시장으로 만들고 광고 및 여러 방식으로 수익을 배분하는 액셀러레이터라는 새로운 방식이 생겨날 것이라고 보았다. 그것이 과연 자신의 말대로 흐를지는 모르지만, 창작자라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득우 본부장의 UGC론의 핵심이었다.

▲ 새로운 양식과 시장이 생겨난 만큼, 기존과는 다른 방법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현장 Q&A

Q. 앞서 말한 것처럼 잘파 세대, 저연령층이 이용하는 콘텐츠라 기존 개발자들이 잘 알지 못한 영역인 것 같다. 그런데 로블록스나 포트나이트처럼, 자체적인 앱에 종속되어버리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나 싶다. 특히 포트나이트는 게임 자체가 원체 강해서 시장이 더 확장되리라는 생각이 안 드는데, UGC 시장이 더 커지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 UGC의 포털을 만들어가는 건 대기업의 몫이다. 이미 그건 중소기업에서 만들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다. 최근 크래프톤도 인조이 등 UGC에 진출하겠다 하는데, ‘미디어’ 시장이라 봤을 때 최고 매출보다는 사용자의 시간을 어떻게 가져오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 본다.

UGC의 특정 플랫폼 종속 우려를 얘기했는데, 잘파 세대가 좋아하는 로블록스나 포트나이트 이런 류에 있는 게임은 모든 플랫폼에 다 대응한다. 또 그 안에서 인기 있는 장르도 대부분 비슷하다. 같은 세대 내에서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한 UGC를 잘 만들고 빠르게 전파하면, 유저를 더 많이 확보하면서 성장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리고 또 앞서 ‘시간’을 얘기햇는데, 마치 여타 미디어의 광고 수익 같은 그런 요소가 부가적으로 붙으면서 더 수익 규모도 커질 수 있다. 또 유저의 플레이 타임 자체를 늘리기 위해 어느 하나의 틀에 얽메이지 않고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포트나이트도 콘서트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지 않나. 그런 시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에 앞으로도 새로운 영역이 개척될 것이고, 쭉 발전하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