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보는 소방이야기·(15)] ‘11월 9일’ 소방의 날
소방 신고번호 119 이유로 지정… 다이얼 전화기 특수성에서 유래
긴급 전화, 입력 짧은 ‘1’ 합리적
오동작 막으려 비어있는 ‘9’ 붙여
이동통신 개인 보급에 신고 수월
‘불나면 대피 먼저’ 캠페인 전환

11월 9일은 소방의 날이다. 정부 수립 이후 소방은 내무부 치안국 소속으로, 경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다. 1963년부터 화재가 많은 겨울 시작점인 11월 1일이 국가 차원 소방관련 행사일로 지정됐다. 이어 1991년 비로소 소방법 개정과 함께 11월 9일이 법정기념일인 ‘소방의 날’로 확정됐다.
소방의 날을 11월 9일로 정한 것은 당연히 소방의 신고번호가 119인 이유가 가장 크다. 우리나라에서 119번이 긴급번호로 된 이유는 1935년 경성중앙전화국이 일부 회선을 자동식 교환 방식으로 바꾸며 일본의 119번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교환원이 필요없는 자동식 교환기는 미국의 알몬 스트로저(Almon Brown Strowger)가 개발했다. 장의사였던 그는 고객들의 의뢰 전화가 급감한 이유가 전화소 교환원의 남편이 스트로저와 같은 장의사였기 때문인 것을 알아냈다. 이에 전화소 사장에게 항의했지만, 사장 역시 교환원의 남동생이었다.
스트로저 교환 방식은 예전 다이얼 전화기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다이얼을 돌리면 손을 놓는 순간 다이얼이 원위치로 돌아가며 발생하는 숫자만큼의 신호로 번호를 식별한다. 숫자와 숫자를 입력하는 사이는 긴 입력 간격으로 인식한다. 그러므로 숫자‘0’을 입력하는 시간이 가장 길고, 급하다고 손으로 되감아가며 번호를 입력하는 경우 오동작할 가능성이 많았다.
따라서 긴급전화번호로는 신호 입력이 짧은 ‘1’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1이 붙은 전화번호는 그만큼 선호되는 숫자였다. 게다가 1과 같은 숫자를 연속 입력하는 경우 오동작이 많은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비어있는 번호 중 하나인 ‘9’를 붙여 119가 되었다. 영국의 경우 다이얼 1은 먼 지역 연결의 번호로 먼저 쓰였기 때문에 기존 다른 번호 사용을 피하고, 입력의 신뢰성이 더 높아보이는 ‘999’를 채택했고 영토가 광활한 미국의 경우 조금 늦은 1968년 911번을 단일 긴급전화번호로 채택했다.
화재는 초기에 진압하지 않으면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그 피해가 지수적으로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 과거 유선전화는 회선의 수도 많지 않고, 전화를 걸 수 있는 공간이 정해져 있어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빠른 신고가 더 중요했다. 그래서 ‘불이 나면 우선 신고를 한다’는 내용의 홍보가 수 십년간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동통신이 개인에게 보급되며 누구나, 어디서든지 언제나 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변화한 사회상에 맞게 2017년경부터 ‘불나면 대피 먼저’로 캠페인의 내용이 전환됐다.
119 회선은 국가 차원의 높은 신뢰성이 필요한 망이기 때문에 일반 망과 달리 통신사업자와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특수 회선이다. 그래서 개통을 하지 않은 유심(Universal Subscriber Identity Module)이 없는 공기기, 분실된 기기로도 119로 연결은 가능하다. 높은 신뢰를 위해 보안상 일반 스마트폰 앱이 이 회선에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오발신, 악의적 신고를 막기 위해서다.
그래서 스마트폰의 영상, 사진, 위치정보 등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119신고’라는 앱을 이용해야 한다. 이 앱에선 다른 정보는 소방청 서버로 보내고 신고하기를 누르면 기본 전화 앱을 호출해 119 번호를 입력한 상태로 열어준다.
119 신고를 전화라는 매체로 한 이래로 자동식교환기부터 4세대, 5세대 이동통신망까지 통신기술이 지속 발전했다. 그럼에도 신고자의 음성으로 정보를 전달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송병준 소방위 인천소방본부 영종소방서 용유119안전센터

Copyright © 경인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