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입차 시장은 늘 치열하지만, 그중에서도 눈여겨볼 브랜드가 있으니 바로 볼보다. 볼보는 국내 시장 진출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며 어느새 수입차 판매 순위 4위에 오를 만큼 상당한 규모를 갖추게 됐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토르의 망치’로 대표되는 대대적인 디자인 변화가 대중들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여기에 ‘안전의 볼보’를 앞세워 탑승한 가족 모두를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다는 인식을 심기 위해 노력했는데, 실제 유명 방송인의 가족이 큰 사고를 당했음에도 큰 부상이 없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볼보의 안전성이 높은 주목을 받기 시작하며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심지어는 차량 구매를 위해 몇 달 정도는 기본으로 기다려야 할 만큼 수입차 시장에서 주요 브랜드 중 하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이런 볼보가 지난해 말 90/90 데이를 통해 플래그십 모델인 S90과 XC90의 신제품을 발표했다. 보통 이 타이밍이라면 풀체인지 모델을 공개하는데 이번 역시 부분변경 모델이 발표되어 약간은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허나 풀체인지 모델을 내놓기에는 타이밍이 애매한 것이, 각 브랜드마다 전동화 목표를 설정하며 조금씩 변화가 이어지고 있고, 볼보 역시 2030년을 목표로 전동화를 추진했기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고려해 파워트레인의 변경 없이 신제품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볼보는 최근 캐즘 등 전기차 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에 따라 전동화 전략을 수정, 2030년까지의 완전 전동화를 수정해 2030년까지 순수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라인업 비중을 50~6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한 신제품은 여전히 매력적일까? 지난 9일 시승회가 마련되어 현장을 찾아 직접 탑승해봤다.

부분 변경 모델인 만큼 외관에서의 변화는 크지 않다. 그래도 전면부 변화는 주목할만한데, 기존에는 세로형 인서트로 구성됐던 그릴이 이번 신제품에서는 두 개의 사선이 중앙 로고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는 구조로 바뀌었고, 오목했던 인서트부를 살짝 돌출된 형태로 바꿔 이전과 느낌이 달라졌다. 여기에 기존 5개 색상에 더해 멀버리 레드, 오로라 실버 2개 색상이 추가되어 선택지를 넓혔으며, 다크 테마를 추가해 윈도우 프레임, 전면 그릴, 범퍼 인서트, 도어 하단 몰딩, 일체형 루프 레일 등을 유광 검정으로 처리해 색다른 고급스러움을 보여준다.

외관의 변화보다는 실내의 변화폭이 크다. 우선 대시보드 주변은 기존 가죽 소재로 덮었던 것을 우드 소재와 패브릭 소재를 조화시켜 마치 가정집 실내에 들어온 듯한 인상을 준다. 패브릭 소재의 경우 100% 재활용 폴리에스터를 사용해 친환경에도 일조한다고. 시트는 나파 가죽 소재를 사용했으며, 카다멈, 차콜, 블론드 3개 컬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소재들은 접촉성 알러지 질환 및 천식을 방지하는 알러지-프리 소재를 사용했다고 하니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도 마음 놓고 탑승할 수 있겠다.

이번 신제품의 가장 큰 변화점은 중앙의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이다. 세로형의 11.2인치 스크린은 픽셀 밀도를 21% 높여 이전보다 더 선명한 화질을 제공할 뿐 아니라 퀄컴의 차세대 스냅드래곤 콕핏 플랫폼을 기반으로 해 기존보다 2배 빠른 응답성을 갖추고 있다. 실제 조작에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처럼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주기 때문에 어색하지 않아 좋다.


여기에 한국 시장에 맞춰 티맵 모빌리티와 함께 개발한 볼보 카 UX가 새로 탑재된다.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내비게이션 티맵 오토와 함께 음성 인식 기능인 누구 오토, 그 외 OTT나 SNS, 스트리밍 서비스 등 다양하게 갖춘데다 필요에 따라 어플리케이션을 추가할 수 있는 티맵 스토어, 수입차 최초의 차량용 네이버 웨일 등도 있다. 볼보는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국내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현지화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이 높은 인기를 견인하는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 물론 브랜드의 정체성이나 본사에서의 지침 등으로 인해 한글화 정도에만 그치는 브랜드들도 적지 않은데, 최근 조금씩 협업이 이루어지는 곳이 늘어나는 모습에서 현지화가 이제는 수입차 시장에서 꽤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놀라운 건 이러한 최신의 서비스들이 신제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출시했던 모델에도 적용 예정으로, 무선 업데이트(OTA) 기능이 탑재된 모델에도 적용 예정인데, 시스템의 성능이나 사양 등이 다른 만큼 추가 비용을 투자해 이전 시스템에 맞도록 개발하는데다, 이를 업데이트하는데 들어가는 비용까지 모두 볼보에서 부담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존 고객들까지도 배려하는 볼보자동차코리아의 태도는 충분히 박수받을만 하다.

오늘의 시승차는 XC90 B6 모델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되어 최고출력 300마력의 성능을 낸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처럼 별도의 전기모드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모터가 주행에 개입하며 연비를 향상시키는데,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목적 중 하나인 오염물질 배출 저감에도 기여하기 떼문에 PHEV인 T8과 마찬가지로 B6 역시 저공해 2종 차량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혜택이라곤 혼잡 통행료 할인과 공영주차장 할인 정도가 전부지만 7인승의 준대형급 SUV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라 더 반갑다.

속도는 180km/h의 출력 제한이 걸려있지만 사실 이 근처까지 속도를 올릴 일도 많지 않고 최고속도 근처에 도달하면 매우 위험할 수 있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러면 높은 성능이 의미가 없지 않냐고 생각하겠지만, 그 대신 실제 사용영역에서 더 높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시승을 시작하고 다양한 구간에서 가속을 시도했는데 300마력이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걸 몸으로 체감할 수 있을만큼 강력하다. 꽤나 큰 덩치임에도 힘있게 차고 나가기 때문에 고속도로 등에서의 추월 가속 정도는 문제 없고, 조금 욕심을 부린다면 와인딩 코스에서 큰 덩치를 돌려가며 공략하는 재미도 노려볼만 하지 않을까. 다만 이 차가 패밀리카를 목표로 만들어졌음을 잊어서는 안되겠지만.

물론 패밀리카의 개념으로 만들어진 만큼 중요한 업데이트가 하나 이뤄졌다. 바로 에어 서스펜션 적용이다. 플래그십 모델이라면 승차감 향상을 위해 필수적인 장비로, 적용 여부에 따라 승차감이 크게 차이난다. 이번 시승에서도 경험할 수 있었는데, 다른 차였다면 허리 쪽으로 충격이 전달될 만한 노면 단차 등에서도 충격 없이 존재감 정도만 전해지는 수준을 보여줬다. 시승을 마치고서 역체감은 더 크게 다가오는데, 내가 이렇게 불편한 차를 타고 있었나 하는 느낌때문에 한동안 고생하기도 했다. 물론 XC90 역시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에어 서스펜션 탑재가 당연한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XC90의 가격을 생각하면 조금 놀라운데, 대부분 SUV가 최소 1억 원을 훌쩍 넘는 모델에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되지만 오늘 시승한 XC90 B6 울트라 사양은 9,990만 원으로 1억 원 아래에서 에어 서스펜션을 경험할 수 있다. 볼보가 한국 시장에 꽤나 공들이고 있음을 느끼는 부분이다.



이번 시승은 서울을 출발해 인천 영종도를 다녀오는 왕복 130km의 구간이었는데, 대부분이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인 만큼 주행보조 기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볼보의 주행보조 작동 기능은 조금 다른데, 스티어링 휠 왼쪽 스포크 버튼 중 중앙의 버튼을 누르면 파일럿 어시스트 기능이 활성화되는데, 여기서 좌우로 조절하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만 사용할지, 아니면 차선 유지 보조 기능까지 함께 사용할지를 결정할 수 있고 차선 유지 보조만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밖에도 대향 접근 차량 충돌 회피, 사각지대 경보 및 조향 어시스트, 후측방 경고 및 후방 추돌 경고, 교차로 경보 및 긴급제동 서포트 등 전방향에 걸친 안전 기능들이 갖춰져 있으므로 안심이 된다. 편의기능은 트림에 따라 앞 좌석 전동 사이드 서포트 및 마사지, 통풍 시트 등이 탑재되고, 오디오는 바워스&윌킨스 하이 피델리티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된다.

가족과 함께 타는 차라면 무엇보다 안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여러 브랜드를 꼽을 수 있겠지만, 수입차 중에서 가장 한국적인, 한국친화적인 제품이라면 볼보를 앞설만한 브랜드는 없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XC90은 운전자 뿐 아니라 가족 모두 편하게 탈 수 있는, 그러면서도 1억 원을 넘지 않는 가격에 선택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리라 생각된다. 물론 약간의 기다림이 필요한 건 어쩔 수 없지만, 차량을 받아보면 기다림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줄만한 품질과 편의성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