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작' 우려 딛고 천만 금자탑... '왕의 남자'가 쓴 반전의 역사

2005년 말, 한국 영화계에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거대한 폭풍이 몰아쳤다. 개봉 전까지만 해도 "소재가 너무 파격적이라 망할 것"이라는 혹평을 들었던 영화 '왕의 남자'가 그 주인공이다. 언론 시사회 당시의 싸늘한 분위기를 딛고 대한민국 영화사상 세 번째 천만 관객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우기까지, 그 극적인 반전의 과정을 되짚어본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열린 언론 시사회 현장은 축제보다는 장례식장에 가까웠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장항준 감독은 과거 한 방송에서 "시사회 분위기가 정말 좋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남성 간의 묘한 감정선과 광대라는 낯선 소재, 그리고 연극적인 연출 방식은 당시 평단과 투자자들에게 '비대중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연출을 맡았던 이준익 감독의 표정은 누구보다 어두웠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영화가 망할 것 같다"는 노골적인 우려가 흘러나왔고, 이준익 감독은 극심한 압박감에 시달려야 했다. 장항준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시사회 이후 이준익 감독의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식 개봉과 동시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화려한 블록버스터 사이에서 낮은 자세로 출발한 '왕의 남자'는 관객들의 폭발적인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인간의 고독과 권력의 비극을 깊이 있게 다룬 스토리가 전 세대의 공감을 얻었다.

특히 신인 배우 이준기가 연기한 '공길' 캐릭터는 대한민국에 '예쁜 남자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3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그는 여성보다 고운 외모와 섬세한 눈빛 연기로 단숨에 최고의 스타 반열에 올랐다. 영화는 개봉 45일 만인 2006년 2월 11일, 전국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 흥행사를 새로 썼다.

'왕의 남자'의 성공은 캐스팅 단계에서의 악재를 극복한 결과이기도 하다. 당초 주연으로 낙점됐던 배우가 군 입대 문제로 하차하는 등 제작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러나 감우성, 정진영, 강성연 등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과 이준기라는 원석의 발견이 시너지를 내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문구를 증명해냈다.

시사회장에서 고개를 갸웃했던 이들은 결국 관객들의 선택 앞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파격적인 소재를 예술적 가치로 승화시킨 이준익 감독의 뚝심과, 대중의 마음을 읽어낸 광대들의 한판 놀음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영화계의 전설적인 성공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
저작권자 ⓒ 필더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