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설에 더 뜨거워진 복권…오늘도 ‘일주일치 희망’을 산다

이호준 기자 2023. 3. 1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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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판매 첫 6조 돌파…데이터로 살펴본 복권의 어제와 오늘
시민들이 복권을 사기 위해 서울 종로5가의 한 복권판매소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한 번이라도 복권을 구매한 적 있는 성인의 수는 총 240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국내 복권 발행을 총괄하는 복권위원회가 복권 구매경험이 있다고 답한 설문 응답률 56.6%를 전국 성인 인구 4320만3200명에 대입해 추산한 수치다.

가뜩이나 어두컴컴한 경제소식에 불안한 마음을 추스르려 복권 판매점으로 달려가는 이들이 더 늘고 있다.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 판매액은 6조4292억원으로 사상 처음 6조원을 넘어섰다. 1년 전보다 7.6%(4529억원) 늘어난 것으로 2017년과 비교하면 5년 새 54.8%나 증가했다.

만리장성 쌓기 위한 발행이 ‘시초’
한국은 런던 올림픽 자금 마련차
1947년 최초 공식적인 복권 출시

■ 만리장성·로마 재건에도 쓰인 복권

돈을 내고 표를 구입한 뒤 당첨되면 상금을 받는 복권은 국가가 부족한 재정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원 전에도 발행을 한 기록이 있다.

중국 진나라가 기원전 100년경 만리장성을 쌓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키노(Keno)라는 복권을 발행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뒤이어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로마의 복구자금 마련을 위해 복권을 판매하고 경품 추첨행사를 시행했다는 기록도 나온다. 일확천금이나 횡재의 또 다른 표현으로 사용되는 ‘로또’는 이탈리아어로 행운을 뜻하는 ‘lotto’가 그 기원으로, 16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판매된 번호추첨식 복권에서 유래했다.

이후 복권 발행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는데 왕정제도하에서 부족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군주들이 복권을 발행하는 일이 잦아졌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타국과의 전쟁이나 한국의 주택복권처럼 개간·개척 시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복권을 발행하는 나라도 늘어났다.

우리나라에서는 복권과 유사한 형태로 과거 통이나 상자에 계원들의 이름을 쓴 알을 넣고 통을 돌려 당첨을 정하는 산통계가 있었다. 조선 후기에는 번호를 붙인 표를 100명(작백계), 1000명(천인계) 혹은 1만명(만인계) 등 일정한 단위로 팔고 추첨해 매출액의 80%를 복채금으로 돌려주는 작백계도 있었다.

해방 후 한국에서 만든 최초의 공식적인 복권은 1947년 만들어진 ‘런던 올림픽 후원권’이었다. 독립국임을 만천하에 알리기 위해 올림픽에 참여하려 했지만 교통비조차 마련하기 어렵자 복권을 발행해 재원을 충당했다. 당시 발행된 복권 1장 가격은 100원, 1등 당첨 상금은 100만원으로 총 140만장이 발행됐다.

1969년에는 옛 한국주택은행이 1등 당첨금이 300만원인 주택복권을 내놨다. 2002년에는 로또 복권이 등장했다. 이어 2011년 1등에게 20년간 매월 700만원씩 당첨금을 지급하는 연금식(분할식) 복권까지 출시되며 현재의 복권 시스템이 갖춰졌다.

역대 1등 당첨자 수 누적 7994명
최고 당첨금은 2003년 407억원

■ 4억~400억원 …1등 당첨자의 희비

1983년 주택복권의 당첨금이 1억원으로 높아지면서 ‘복권=일확천금’의 이미지가 커지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인생역전’의 이미지가 굳어진 것은 로또 복권이 등장하면서다.

로또 복권은 2002년 첫번째 발행·추첨 이후 지금(1058회)까지 68조6677억원어치가 팔렸다. 이를 1000원짜리 1게임으로 환산하면 20년간 686억6778만게임이 국내에서 판매된 것이다. 성인 인구 4320만명이 1인당 1500번씩 게임을 구매한 것과 맞먹는 수치로, 2004년 이전에 게임당 구매금액이 200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적지 않은 숫자다.

수천억원대의 입이 떡 벌어지는 해외 복권 당첨금액에는 비할 바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인생역전’이라는 수식어가 걸맞은 당첨사례들이 있었다.

현재까지 로또 1등 당첨자들이 받아간 당첨금 총액은 16조3364억원으로, 1등 당첨자는 모두 7994명이었다. 회차별 1등 당첨자 수는 평균 7.5명꼴로 1등 당첨자는 평균 20억4361만원을 수령했다.

가장 많은 당첨금을 받은 회차는 19회차(2003년 4월12일)다. 당시 1등은 1명이었고, 당첨금으로 407억2300만원을 받았다. 당첨금이 가장 적었던 회차는 546회차(2013년 5월18일)다. 1등이 30명이나 나오면서 1인당 당첨금이 4억593만원에 그쳤다.

최근 로또 한 회차에 2등 ‘664개’
한 판매점서 103개…음모론 후끈
복권위 “조작 불가능하다” 해명

■ 2등이 664명?…끊이지 않는 조작 의혹

초반 흥행이 시들해지며 2조원 남짓으로 쪼그라들었던 로또 복권 매출액은 2014년 3조원, 2019년 4조원을 회복하더니, 2021년 5조1371억원을 거쳐 지난해 5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복권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복권 조작에 대한 음모론도 다시 불붙고 있다.

가장 최근 불을 지핀 것은 3월4일 추첨한 1057회 로또 복권이었다. 해당 회차에서는 2등이 무려 664개 당첨된 데다 한 복권 판매점에서만 103개가 당첨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조작론이 거세게 일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 사람이 최근 5년 동안 전자복권에 329차례 당첨돼 10억원에 달하는 당첨금을 받아갔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첨자 뒤에 공개되는 아이디가 ‘jun**’으로 동일한 형식을 띠고 있다는 것이 근거였지만, 복권수탁업자인 동행복권은 “사실무근”이라며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복권위원회는 “2016년 영국에서는 4082명이 1등에 당첨됐고, 2022년 필리핀에서는 433명의 1등 당첨자가 등장하기도 했다”며 “당첨자 수가 많은 현상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우연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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