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코끼리 열차: 환상의 80km 짐바브웨 사파리 열차

짐바브웨 '데테'와 '응가모 사이딩스'를 오가는 '코끼리 익스프레스'는 사파리를 아주 특별하게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가 탄 열차가 데테 역에서 짐바브웨 '황게 국립공원'의 북동쪽 경계를 향해 덜컹대며 출발했다. 일행은 모두 12명. 여행객 9명과 엔지니어 2명, 가이드 1명이었다. 빅토리아 폭포로부터 코끼리들의 초원 응가모 평원까지 이어지는 여정이다. 응가모 평원은 줄어드는 아카시아 숲이 확장하는 칼라하리 사막과 만나는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나는 한낮의 태양에 눈을 찌푸리며, 진토닉을 홀짝이고 있었다. 그러다 철조망 위에 내려 앉은 새를 자세히 보기 위해 열차 벽면에 몸을 기댔다. 다른 승객 한 명은 카메라 줌 기능을 켜고 셔터를 눌러댔다. 우리가 본 것은 파란 빛깔에 긴 부리, 큰 머리를 가진 새. 하지만 햇빛 때문에 식별이 어려웠다.

그 사이 기차는 속도를 높여 우리가 본 새와 멀어져갔다. 우리는 토론했다. 물총새였을까? 딱따구리의 일종인가? 우리의 답 없는 이야기를 듣던 철도 기술자 한 명이 '분홍 가슴 파랑새'라고 말했다. 답을 얻은 나는 그 새의 이름을 관찰 목록에 적고 자리로 돌아왔다.

최대 22명까지 탈 수 있는 한 량짜리 '코끼리 익스프레스'는 얼핏 보면 사파리 관람용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파리를 매우 독특하게 경험할 수 있다. 4륜 구동 자동차를 이용하거나 도보로 야생 동물을 찾아다니는 것과 달리, 정해진 길로 열차가 다니다 보면 경이로운 만남이 무작위로 일어난다.

데테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엔지니어들이 속도를 늦추더니 오른쪽을 가리켰다. 개코원숭이가 공원 입구에 무리지어 있었다. 어깨 너머로 의심의 눈초리를 던지는 거대한 수컷들, 날쌔게 뛰어다니며 서로 몸을 부딪히는 어린 원숭이들, 목 주위에 새끼를 매단 어미들 등 100마리는 족히 넘어 보였다.

나머지 약 80km의 여정에서 우리는 철길을 건너는 코끼리 가족과 쿠두(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몸집 큰 영양) 무리를 만나 여러 차례 속도를 늦췄다. 중간중간 덤불에서 풀을 뜯는 얼룩말과 스틴복(아프리카의 작은 영양)을 감상중인 기린들을 구경하기 위해 멈추기도 했다. 더 많은 분홍 가슴 파랑새와 남부땅코뿔새 무리를 볼 수 있었고, 갈색 후드와 주황색 부리를 가진 물총새를 관찰하고, 회색 고깔새의 울음을 들었다.

1980년대 '임베로 사파리 롯지'의 이사인 마크 부처가 관광 열차를 처음 구상하고 짐바브웨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하던 당시, 그의 목표는 황게 국립공원의 야생동물을 보여주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공원의 역사를 연결하고 이를 통해 지역 기반 관광과 보존 노력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려 했다.

철도는 줄곧 공원 역사의 한 축이었다. 짐바브웨의 철도는 원래 내륙 카운티의 광산 및 농업 지구를 이웃 국가 모잠비크 및 남아프리카의 해안 항구로 연결하고자 만들어졌다. 그러다 이 특별한 철로는 '완키 게임 리저브(황게 국립공원의 전신)'가 만들어지기 24년 전인 1904년에 설치됐다. 당시 영국 식민지 관료들과 야생 동물 전문가들은 기차가 다니는 길 주위에 동물 보호 구역을 만든다는 발상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계획은 진행됐다. 철길이 있었지만, 완키 게임 리저브는 테드 데이비손 소장 주도하에 1928년 문을 열었다.

오늘날 황게 국립공원에는 기차가 없는 풍경을 기억하는 동물이 없을 것이다. 사자들이 햇볕에 데워진 철길에서 낮잠을 자거나 평원에서 사냥을 할 때, 철길을 엄폐물로 사용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래서 2015년 코끼리 익스프레스가 만들어져 여행객들이 임벨로의 롯지로 갈 수 있게 됐을 때, 부처는 이것이 특별한 사파리 경험이 되리라 생각했다. 과거 황게 공원 관리인이었던 한 사람은 "공원 관리인들은 수년 동안 유지보수 카트로 이 철길을 지나다녔다"고 말했다.

40여 년 전 공원 관리인 일을 시작했을 때 공원과 지역 사회 사이에는 뚜렷한 긴장이 있었다. 영국 식민 세력이 보존을 위해 이 지역을 선택했고 이후 이 지역을 관광용으로 사용하려 한 정책이 긴장의 원인 중 하나였다. 당시 로디지아(아프리카에 있는 옛 영국 식민지, 현재는 잠비아와 짐바브웨로 각각 독립)의 관료들이 지금의 황게에 경계를 설정하면서 이곳에는 거주민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을 고향이라 부르는 짐바브웨 원주민들이 대부분 유목 생활을 한다는 점을 무시한 주장이었다. 그런 식으로 그들은 이곳에 동물과 인간 사이의 상징적 경계선을 그었다.

영구적인 물 공급원을 만들기 위해 시추를 하기로 한 데이비손의 결단과 헌신적인 공원 관리인들의 노력 덕에 초기 몇 년새 황게에서 서식하는 야생 동물의 개체수가 늘어났다. 동물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해외에서 돈을 지불하고 찾아오는 사냥꾼과 관광객이 몰려 들었다. 하지만 이들의 방문은 주변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기보다는 공원에만 국한됐다.

부처는 동물의 개체수와 지역 주민 수가 증가하면서, 코끼리가 농작물을 먹어치우고 사자가 소를 잡아먹는 것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부처가 황게에 도착했을 때, 그는 "마을 주민들은 동물들이 공원에 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주민들은 자신의 생계를 위협하는 이 동물들로부터 이득을 얻는 게 없다고 생각했던 것. 게다가 짐바브웨에선 많은 이들이 자급 자족 농업에 의존하고 60%가 기아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부처는 "야생 동물들이 생존을 위해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어떤 이들이 밀렵과 불법 사냥으로 자신들의 손실을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탄 작은 기차가 갑자기 멈춰섰다. 우리는 '이번에는 또 어떤 동물일까?'라는 기대감을 갖고 열차의 개방된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응가모 지역 주민이자 우리의 사파리 가이드인 부사 응쿠베가 우리를 부르고 있었다. 그의 부름을 따라 가니, 선로 왼쪽 나무에 "세실의 나무"라고 적힌 명판이 붙어 있었다. 응쿠베는 이 지역에서 가장 사랑받던 사자가 불법 사냥으로 끔찍하게 목숨을 잃은 이야기를 엄숙하게 풀어놓았다.

밀렵은 황게의 코뿔소 개체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지역에는 소수의 검은 코뿔소만이 남았고, 흰 코뿔소는 15년 전에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응하여 황게 국립공원 경계에 있는 쇼롯쇼 마을은 부처, 임벨로 사파리 롯지와 협력해 주민들이 야생 동물 보호 및 야생 동물 관광에서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중이다. 이를 위해 코끼리 익스프레스는 승객을 두 가지 프로젝트에 연결한다. 지역사회가 소유한 땅에 세워진 임벨로의 카멜톤 롯지(관광·숙박시설)와 지역 코뿔소 보존 이니셔티브다. 코뿔소 보존 이니셔티브는 짐바브웨의 다른 지역에서 코뿔소를 데려와 공원으로 포함될 지역 사회 땅으로 옮기는 프로젝트다.

나는 지난 5월 미국의 여행사 '와일더니스 트래블'이 임벨로와 협력해 일부 여행가들에게 코뿔소 보존 프로젝트에서 첫 번째 코뿔소로 추자와 쿠사사가 이주하는 현장을 공개했을 때 이곳에 왔다. 카멜톤 롯지에 도착했을 때, 롯지 매니저이자 이곳 원주민인 시보에 시반다가 우리를 맞이했다. 롯지가 국립 공원 깊숙한 곳이 아닌 지역사회가 소유한 땅에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퇴근 후 가정으로 돌아가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시반다는 "관광 업계에서 일하는 것은 나의 꿈"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하려면) 보통 가족과 며칠씩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역사회 안에 만들어진 관광 시설에서 일하면 퇴근 후 가족이 있는 집에 갈 수 있죠."

마찬가지로 코뿔소 보존 프로젝트는 성공하려면 짐바브웨에서 벌어지는 보존 활동이 지역 사회 구성원의 삶과 우선 순위에 들어 맞아야한다는 개념에 기반하고 있다. 우리가 존슨 및 도로시 응쿠베의 집에 갔을 때, 응가모 마을 촌장과 그의 아내는 코뿔소를 테마로 한 티셔츠를 입고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가 둘러 앉아 차와 커피를 마시며 응쿠베로부터 어린 시절 코뿔소를 보았을 때의 감동에 대해 들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이 마을의 아이들 대부분은 코뿔소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곧 바뀔 겁니다. 이번에 오는 코뿔소는 그들의 코뿔소죠. 우리의 코뿔소."

우리는 응쿠베의 집을 나와 학생들이 코뿔소 그림을 그리고 지역 내 야생 동물의 중요성에 대한 연설을 준비한 학교로 갔다. 6학년 패트리샤는 자진해서 연설에 나섰다. "코뿔소는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이기 때문에 우리가 구해야 합니다. 우리는 코뿔소가 안전하게 해줘야 합니다." 짧은 연설을 통해 그녀는 코뿔소를 직접 본 최초의 어린이들 중 한 명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처럼 지역 주민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은 황게 국립 공원과 짐바브웨의 보다 일반적으로 운영되어온 보존 관광 방식과 직접적인 대조를 이룬다. 하지만 응쿠베와 부처 같은 이 지역 지도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방식이 지역의 야생 동물과 사람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코끼리 익스프레스를 타고 데테 역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도 나는 황게의 다양한 야생 동물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내가 다음 번 여기왔을 때는 철길을 건너는 코뿔소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