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전투기 사업, 파트너 퇴출설 제기
한국이 자주국방의 상징으로 내세운 차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 사업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습니다. 최근 디펜스시큐리티아시아(Defence Security Asia)는 한국 방위사업청(DAPA)의 엄동환 청장이 인도네시아를 공동개발 프로그램에서 제외할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으며, 이는 인도네시아가 초기 계약에서 합의한 대로 개발비를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KF-21은 2010년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공동으로 추진한 4.5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으로, 한국이 개발비의 80%, 인도네시아가 20%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출발했지만 인도네시아는 2017년 이후 분담금을 전혀 납부하지 않아 미납액이 약 9,911억 원(7억 달러)에 달하고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이미 시제기 6대를 완성하고 2026년까지 2,200회의 시험 비행을 계획 중이지만,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실질적 참여 없이 ‘명목상 파트너’로 남아 있습니다.
10월 6일 자카르타 회담, 미납 사태 논의
Defence Security Asia는 엄동환 청장이 10월 6일 자카르타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을 만나 KF-21 프로그램의 재정 의무 불이행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회담은 인도네시아의 장기 미납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루어진 고위급 협의로, 사업 참여 자격이 실제로 재검토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의 회담은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이행 지연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한국 측은 계약 의무 이행의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담을 양국이 협력 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결정짓는 ‘분수령’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술 이전 제한, 불만의 또 다른 축
인도네시아는 단순히 재정난만이 아니라 기술 이전 제한 문제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KF-21의 핵심 기술 일부가 미국의 ITAR(International Traffic in Arms Regulations) 규제에 묶이면서 초기 기대와 달리 기술 접근권이 축소되자, 인도네시아 내부에서는 “완전한 기술 확보가 불가능하다면 분담금 납부의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는 분담금을 납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동개발 지분 20%를 유지하려는 시도가 협력의 신뢰를 훼손하는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는 이를 “공동개발 균형이 이미 무너진 상태”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이탈 시, 한국의 손익
만약 인도네시아가 공동개발에서 이탈한다면 한국은 단기적으로 약 20%의 재정 공백을 감수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 보호와 사업 통제력 강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이미 독자 개발이 가능한 기술 수준과 생산 역량을 확보하고 있으며, KF-21은 블록1(공대공 전투형)과 블록2(공대지 전투형)으로 구분되어 2026년부터 양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현재 말레이시아·폴란드·필리핀 등 FA-50 운용국들이 잠재적 구매국으로 거론되면서, 인도네시아의 이탈이 사업 추진력에 결정적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됩니다.

표에서 보듯 재정 부담은 일시적으로 늘어나지만 사업 통제력과 기술 주권 확보 측면에서는 강화되는 구조로 평가되며, 전문가들은 “단기 손실보다 장기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외교적 파장과 산업적 의미
인도네시아의 완전한 이탈이 현실화될 경우, 지분권·시제기 인도·기술 이전 범위 등에서 새로운 외교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당초 인도네시아가 인도받을 예정이던 5호 시제기 일정이 이미 중단된 상황에서, 양국의 협력 구조는 불가피하게 재조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 방산업계는 이번 사안을 한국 방산의 ‘신뢰도 시험대’로 바라보고 있으며, 한국이 계약과 원칙을 유지하며 협력 관계를 재정립할 경우 “규율과 신뢰에 기반한 방산국가”라는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반면 정치적 타협으로 미납을 묵인할 경우, 향후 유사한 리스크가 반복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원칙의 선택이 방산 신뢰를 결정한다
KF-21 ‘보라매’ 사업은 단순한 전투기 개발이 아니라 한국의 자주국방 의지와 기술 주권의 상징으로 평가됩니다. 인도네시아와의 협력은 상징적 의미가 컸지만, 장기 미납 사태가 지속되면서 그 상징이 이제는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이번 사안을 원칙에 따라 정리한다면 KF-21은 단순한 항공기 그 이상으로 신뢰 기반 방산체계의 대표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번 결정은 “불확실한 파트너십을 유지할 것인가, 확실한 자립을 선택할 것인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평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