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팅에 빠진 아이들] ①"놀이하듯 폭파협박"…공권력을 범행도구로
추적 회피용 매뉴얼도 공유…군경 출동에 시민대피까지 피해 막심
[※ 편집자 주 = 스와팅(swatting)은 미국 특수기동대(SWAT)에서 따온 말로, 폭탄 테러 등 특수부대가 출동할 만큼의 위급한 상황을 가장한 허위 신고를 뜻합니다. 미국에서는 온라인 게임상에서 시비 붙은 상대를 괴롭히기 위해 스와팅을 하는 사례가 몇 년 전부터 빈번했는데,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이런 몹쓸 장난이 메신저 앱 디스코드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검거된 범인은 모두 10대 소년들로, 방구석에 앉아 손가락 하나로 공권력을 움직였습니다. 피해는 막심했습니다. 범행 표적이 된 기업과 관공서, 다중이용시설 등은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시설을 셧다운해야 했고, 생명을 위협받은 시민들은 대피해야 했으며, 관계 당국은 폭발물 검색에 시간을 쏟느라 정작 중요한 신고를 놓칠 뻔했습니다. 연합뉴스는 '디스코드발 스와팅'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고, 대책을 살펴보는 기획 기사 2편을 송고합니다.]
![폭발물 수색 중인 카카오 판교아지트 (성남=연합뉴스) 2025년 12월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 건물에 폭파협박이 있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군이 수색에 나섰다. 카카오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전 직원을 재택근무로 전환토록 했다. 사진은 수색작업이 진행 중인 카카오 판교아지트. 2025.12.15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8/yonhap/20260308084251005jmbo.jpg)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권준우 김솔 기자 = "100억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건물을 폭파하겠다."
지난해 12월 15일 카카오 CS센터(고객센터)의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본 직원은 깜짝 놀라 112에 신고했다.
디스코드를 통한 대기업 상대 스와팅 사건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사건 이후 카카오는 물론 네이버, 삼성전자, KT까지 국내 유수의 기업이 범행 타깃이 됐다.
경찰은 신고를 접수할 때마다 위험성이 낮다고 보면서도, 실제 상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수많은 경찰관을 투입하고 관계기관에 협조를 구하는 등 바삐 움직여야 했다.
피해 회사의 직원들은 전부 재택으로 전환하고 건물 이용객이 대피하는 등 혼란이 적지 않았는데, 디스코드의 가상국가 속 익명의 그림자 뒤에 숨어있던 범인은 이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스와팅 놀이터로 전락한 디스코드
디스코드는 2015년 미국에서 나온 음성 통화 및 채팅 지원 애플리케이션(앱)이다.
![디스코드 [디스코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8/yonhap/20260308084251209wklc.jpg)
진행 과정에서 즉각적인 소통이 중요한 FPS(1인칭 슈팅)나 MOBA(다중사용자 온라인 전투) 장르의 게임 유저들이 즐겨 쓰는 게임 특화형 메신저로 인기를 끈 디스코드는 전세계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가 2억명에 달하며, 90% 이상이 게임을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이용자의 대부분이 10~20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디스코드는 그러나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점차 범죄의 도구로 쓰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총기 난사 등 극단주의 범죄의 발산 통로로 악용되며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낳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디스코드 유저들 사이에서 스와팅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디스코드 내에서 네임드 유저(인지도 있는 인물)를 중심으로 특정 대화방이 몸집을 크게 불리면서 계급과 통솔 체계를 갖춘 가상 국가로 변모했는데, 이들 세력이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사이가 틀어진 상대를 골탕 먹이기 위해 명의를 도용한 스와팅 범죄를 일삼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수년 전부터 공공기관에 장난 전화를 거는 모습을 인터넷으로 방송하며 후원금을 챙기는 콘텐츠가 유행한 것이 지금의 스와팅으로 변질했다는 설이 나온다.
"채팅 말투 맘에 안 든다" 명의도용…추적 따돌리기 '족보' 공유
"학교에서는 '찐따'(어수룩한 사람을 지칭하는 비속어)였지만, 디스코드에서만큼은 '인싸'(인사이더의 약자)였어요."
![스와팅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8/yonhap/20260308084251368gaqr.jpg)
디스코드에서 가장 번성했던 가상국가인 '페도라'에서 네임드 유저로 이름을 날렸던 스와팅 사건의 범인이 경찰 조사에서 한 말이다.
페도라는 한때 1천명의 유저를 지녔던 가상국가 서버로, 운영진은 유저들에게 무사, 정치인 등 직위를 부여하며 나름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때로는 다른 가상국가와 전쟁을 선포하고 다 같이 몰려가 서버 운영을 마비하고, 혹은 특정 유저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개인정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인천 대인고 폭파협박 사건 주범인 조모(18)군은 김모(19·KT 사건 주범), 이모(18·카카오 사건 주범)군 등과 페도라의 고위층으로 활동하며 이런 행위를 주도했다.
자신들의 권위에 대들거나 무단으로 탈퇴하는 이가 있으면 가상국가 가입 당시 받아놨던 개인정보를 디스코드 유저들에게 뿌려 이른바 '공격 지시'를 했고, 이는 명의도용 스와팅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경찰에서 "범행 동기는 별거 아니었다"며 "채팅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만으로도 스와팅을 했다"고 진술했다.

디스코드발 스와팅 사건의 시초격이라고 할 수 있는 조군은 지난해 9~10월 숱한 범죄를 저지르다가 11월 덜미를 잡혔지만, 이미 놀이처럼 번진 스와팅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김군과 이군은 다른 가상국가 서버인 '벨로캉', '가자미제국', '바이브 학살단' 등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스와팅을 이어갔다.
그러는 사이 명의도용 피해자는 늘어만 갔고, 경찰의 수사에도 적잖은 혼선이 빚어졌다.
명의도용 피해자가 이를 모방해 또 다른 유저를 희생양 삼아 스와팅을 하면서 범행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수법도 점차 진화했다.
이들은 범행 과정에서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한 매뉴얼을 '족보'로 만들어 공유했다.
족보에 따르면 스와팅을 할 때는 스마트폰으로 내려받은 앱을 통해 가성사설망(VPN)을 우회하며 여러 차례 해외 IP를 거쳐 피해 업체에 접속했다.
협박 글을 올리기 위한 인증 절차를 거칠 땐 보안 이메일 서비스인 '프로톤'을 통해 생성한 임시 메일을 사용했고, 명의도용 피해자 정보를 여러 개 뒤섞어 익명성의 뒤에 철저하게 숨었다.
경찰에 붙잡힌 이군은 희귀병으로 걸을 수조차 없어 휠체어를 타고 다니고 있었으며, 김군은 스스로를 비하하는 말을 쓸 정도로 자신감이 없고 위축된 아이였다.
현실세계에서는 매우 소심한 성격의 두 사람이었지만, 가상국가에서는 손가락 하나만으로 군과 경찰, 소방을 동원하면서 희열을 느껴 스와팅 범행을 멈추지 못했다고 한다.
수시간 폭발물 수색 등 '헛수고'…재발 가능성은 여전
조군에 이어 김군, 이군이 잇달아 경찰에 검거되면서 스와팅 사건은 사실상 막을 내렸지만, 디스코드 내 어디선가 다시 독버섯처럼 피어날지 모른다고 경찰은 경고한다.
스와팅 범죄의 폐해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카카오와 삼성전자 등 대기업을 상대로 범행한 이군의 사건을 예로 들면, 그가 본격적으로 범행한 지난해 12월 "폭파협박 메일이 들어왔다"는 신고가 접수될 때마다 현장에서는 2시간 안팎의 폭발물 수색이 이뤄졌다.
이를 위해 관계 당국에서는 적게는 40명, 많게는 70명까지 인력을 투입했다.
이런 가짜 신고로 공권력이 출동한 사이 정작 강력 사건이나 인명사고 등으로 진짜 위험에 빠진 사람들이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반복된 허위 신고로 '양치기 소년' 효과가 일어나 출동 등에 대한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17년 미국 캔자스주에서는 스와팅 신고로 아무런 잘못 없는 시민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끔찍한 사고도 있었다.
물론 이 사건은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스와팅이 테러 위협이라는 상황을 가정한 점을 고려하면 무고한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경찰은 스와팅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낭비된 공권력에 상응하는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장난처럼 보일지 몰라도 막대한 공권력을 도구처럼 이용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단 한 번의 허위 신고가 실제 긴급 상황에 놓인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만큼 경찰은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했다.
![카카오 사옥에 폭발물 설치 의심 신고 (성남=연합뉴스) 2025년 12월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 건물에 폭파협박이 있었다는 사측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군이 수색에 나섰다. 카카오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전 직원을 재택근무로 전환토록 했다. 2025.12.15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8/yonhap/20260308084251715gsq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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