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지 소유주 합심해 만든 ‘새완이’ 경작로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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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서 사유지 통행로 이용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제주에서 맹지 소유주가 십시일반 땅을 기부해 개통한 농기계 통행로가 있어 화제다.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일대의 맹지 소유주 19명은 토지 일부를 제주도에 기부채납 하는 방식으로 도로 용지를 마련해 9월말 경작로를 개통했다.
맹지에서 어렵게 농사를 짓던 농민은 농기계 통행이 자유로워져 농사일이 수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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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516m·폭 5.9m 새길 신설
농기계 진입 쉬워 농사일 수월
전국 곳곳에서 사유지 통행로 이용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제주에서 맹지 소유주가 십시일반 땅을 기부해 개통한 농기계 통행로가 있어 화제다. 맹지에서 농사를 지으며 통행에 불편을 느꼈던 농민들은 영농편의가 향상됐다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일대의 맹지 소유주 19명은 토지 일부를 제주도에 기부채납 하는 방식으로 도로 용지를 마련해 9월말 경작로를 개통했다. 길 이름은 마을의 옛 지명을 딴 ‘새완이’다. 이들이 기부채납 한 토지는 총 3028㎡(915평)다. 이를 통해 길이 516m, 폭 5.9m의 새 길이 뚫렸고, 맹지 신세를 벗어난 토지면적은 3만6070㎡(1만911평)에 달한다.
해당 지역은 지적도상 도로가 없어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오랫동안 개인 사유지를 거쳐야만 농장에 접근할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매매나 상속 등으로 농지 소유주가 바뀌면서 통행에 관한 크고 작은 갈등이 생겼고, 법적 다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수십년 동안 도로 개설에 관한 논의가 여러번 이뤄졌지만, 토지 소유주간 이해관계가 충돌해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 제주도의회가 지난해 6월 ‘제주도 농기계 경작로 설치 및 관리 조례’를 제정하면서 도로 개통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고태민 제주도의회 의원이 발의한 이 조례에는 “도지사는 농업활동 편의와 생산성 제고를 위해 농기계 경작로의 개설 및 유지·보수에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맹지 소유주가 도로 개설을 목적으로 땅을 기부채납 하면 도가 예산을 들여 도로를 신설할 수 있도록 했다.
조례 제정 전에는 맹지를 잇는 도로를 개설하고 싶어도 토지 용도 변경이 까다롭고, 개통 후 관리 주체도 모호해 사업이 성사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홍세록 새완이 농경로 추진위원장(72)은 “기부채납을 통해 도로 용지 확보가 가능해지고, 이를 행정이 유지·보수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게 큰 의미”라며 “조례 덕에 오래도록 풀리지 않던 숙제가 해결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맹지에서 어렵게 농사를 짓던 농민은 농기계 통행이 자유로워져 농사일이 수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 지역에서 1322㎡(400평) 규모로 취나물을 재배하는 이일남씨(74)는 “기존에는 트럭이나 농기계 접근이 힘들어 농사짓기가 어려웠는데, 길이 널찍하게 뚫리니 속이 다 시원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제주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도로 통행에 관한 갈등이 빈번한 상황에서 이번 사례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지 주목된다. 홍 위원장은 “인근 지역에도 통행과 관련된 분쟁이 수두룩하다”며 “유용한 제도가 마련됐으니 각자 조금씩 양보해 더 나은 영농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 의원도 “토지주와 행정이 뜻을 모아 문제를 해결한 모범사례”라며 “앞으로도 이 제도가 많이 알려져 지역민 불편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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