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전주에 불과"... 검찰 '김건희 도이치 의혹' 무혐의

강지수 2024. 10. 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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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주가조작 인식·가담 증거 부족"
"시세조종 쓰였지만 선수 직접 연락 X"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11일 한-아세안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라오스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서 귀국행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제기된 지 5년 만에, 검찰이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며 사건을 종결했다. 김 여사가 작전 세력의 시세조종 행위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며, 단순한 '전주'(錢主·주가조작 자금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17일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가 열린 2019년 의혹이 제기된 지 5년 만에, 2020년 4월 검찰에 고발된 지 약 4년 반 만에 나온 결론이다.

김 여사는 2010년 1월~2011년 3월 신한·DB·대신·미래에셋·DS·한화투자 등 증권계좌 6개에 대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소개한 '1차 주포' 이모씨 등에게 계좌를 위탁하거나, 권 전 회장의 요청에 따라 매매하여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로 고발됐다.

검찰은 김 여사의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나 관련자 진술이 없어 그를 기소할 수 없다고 봤다. 수사팀은 "주범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시세조종 내지 주가관리 상황을 알려주며 범행을 공모했다거나,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의 범행을 인식하고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6개의 김 여사 명의 계좌가 시세조종 범행에 쓰였다고 보고, 그의 시세조종 인식 및 가담 여부를 따져왔다. 앞서 재판에 넘겨진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1·2심 재판부는 이 중 3개(대신·미래에셋·DS)가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2010년 10월 21일 이후 주가조작 범행에 쓰였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3개 계좌별로 투자 방식은 달랐지만, 모두 김 여사가 시세조종을 인식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봤다. 미래에셋, DS 증권 계좌는 권 전 회장이 소개한 주식 전문가나 증권사 직원에게 계좌를 위탁한 '일임 계좌'로, 대신증권 계좌는 김 여사가 직접 운용한 계좌로 분류됐다. 김 여사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일임계좌에 대해서는 "계좌 관리를 일임해 시세조종 거래가 있는지 몰랐고, 계좌관리인(주가조작 선수 등)이나 권 전 회장이 시세조종 범행을 하는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소명했다. △직접운용 계좌에 대해선 "증권사 직원 등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직접 매매 결정을 했다"며 시세조종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거래 전후로 주가조작 선수들과의 직접 연락 정황도 없고, 선수들 역시 '김 여사가 시세조종 내지 주가관리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술한 점도 고려됐다.

수사팀은 그에게 '방조'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봤지만, 이 역시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항소심에서 방조 혐의를 추가해 유죄 판결을 받아낸 또 다른 전주 손모씨와 김 여사는 투자 행태가 완전히 다르다는 판단이다. 이 사건에서 방조죄가 성립되려면 ①주범의 행위가 주가조작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 ②그 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간접 행위(계좌 관리를 위탁하거나 직접 주문 등)가 있어야 한다.

검찰은 손씨가 주가조작 선수 김모씨 등과 직접 주가에 대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범행을 인지하면서도 김씨 요청에 따라 매도를 포기하거나 대량 매수를 하기도 했다고 볼 만한 물증을 확보했다. "내가 도이치 주가를 관리한다는 사실을 (손씨도) 안다"는 김씨 진술 등이다. 반면, 김 여사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직접 연락한 증거가 없다고 파악했다. 또 '전문 투자자'인 손씨와 달리 김 여사는 주식 거래나 주식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일반 투자자'라고 봤다.

수사팀은 김 여사가 권 전 회장을 신뢰해 주식 매매를 일임한 '단순 계좌주'라고 판단했다. 권 전 회장이 주가조작 사실을 숨기고 단순한 추천‧권유를 통해 매도 요청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주식 관련 지식, 전문성, 경험 등이 부족하고, 시세조종 관련 전력이 없는 점, 상장사 대표인 권 전 회장을 믿고 초기부터 회사 주식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권 전 회장이 시세조종 범행을 한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도 인식 또는 예견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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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수사는 지난해 2월 권 전 회장 등 주가조작 일당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뒤 올 7월 검찰이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대면 조사한 뒤 다시 속도를 냈다. 김 여사와 그의 모친 최은순씨를 포함해 도이치 주식에 자금줄을 댄 전주들도 전수조사했고, 지난달 12일 나온 권 전 회장과 주가조작 선수 등 관련자 재판의 2심 판결문을 분석해 법리 검토까지 끝냈다.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전날 내부 '레드팀'(아군을 공격하는 가상 적군) 회의까지 마친 후 이를 종합해 검찰은 '김 여사의 주가조작 행위에 대한 인식'을 입증할 증거나 가담자들의 진술이 김 여사를 재판에 넘기기엔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검찰은 이날 김 여사의 모친 최씨 역시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권 전 회장을 믿고 주식관리를 맡겼을 뿐, 시세조종 인식 또는 가담을 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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