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 새싹]⑤ “일손 부족한 농촌 ‘불량 과일’ AI가 대신 선별”...에이오팜

이민아 기자 2022. 11. 22.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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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호재 에이오팜 대표 인터뷰
군 복무 중 농촌 일손 부족 체감, 전역 후 창업
창업 2년차, 16억원 투자 유치
AI 선별 시스템으로 수작업 농산물 대체
시간당 3만2700개 농산물 처리

푸드테크 스타트업 에이오팜은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서 사람이 일일이 눈으로 보고 골라냈던 불량 농산물을 자동으로 골라내는 인공지능(AI) 선별 시스템을 개발한 창업 2년차 회사다.

곽호재(28) 에이오팜 대표가 군복무를 하며 농촌의 일손 부족을 체감하고, 이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그는 이때 만난 박수빈 에이오팜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전역 후 지난해 3월 에이오팜 법인을 설립했다.

농촌에는 살아본 적도 없는 인천 출신 곽 대표는 농업이야말로 신기술이 지금 당장 필요한 부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농촌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수가 줄면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 AI로 부족한 일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농산물 품질 선별 작업을 인력에 의존할 경우 숙련된 인력도 1시간에 1000개 이상 선별하기 어렵다. 하지만 에이오팜이 개발한 AI 선별 시스템은 시간당 3만2700개의 농산물을 처리한다.

수백만장의 사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에이오팜의 시스템은 ▲천도·백도 복숭아▲사과(부사·홍로) ▲감귤 ▲ 참외 ▲감 등의 기형·색채·병충해, 돌연변이 여부를 선별할 수 있다.

곽호재 에이오팜 대표가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에이오팜의 AI 선별 시스템 모형을 들고 미소짓고 있다./이민아 기자

20일 곽호재 대표를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에이오팜 사무실에서 만났다. 곽 대표는 “당장 농촌이 직면한 인력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에이오팜의 AI 농산물 선별 시스템을 소개했다.

그는 “사람마다 얼굴이 조금씩 다르게 생긴 것처럼, 생물인 과일도 전부 다르게 생겼다”며 “불량품을 제대로 선별하기 위해 수백만장의 데이터를 쌓았고, 앞으로도 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농산물의 불량 여부는 선별기 롤러에 굴러가는 농산물을 사람이 일일이 눈으로 보고 수작업으로 선별해야 한다. 에이오팜의 AI 선별 시스템은 선별기 롤러에 설치된 카메라가 농산물의 사진을 빠르게 찍어 불량품 여부를 확보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류한다.

사람의 판단이 개입되던 분야를 자동화하는 것이다. 지역 별로 다른 기후, 토양 환경으로 인해 농산물에 발생하는 병충해가 다르고, 이를 AI 기반 데이터 축적·분류로 시스템에 학습시킨다. 곽 대표는 “이 시스템을 한 시간에 최대 198만장의 사진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해 3월 창업한 에이오팜은 단시간에 기술력과 실용성을 외부 기관으로부터 인정받았다. 중소기업벤처부의 기술 창업 투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선정됐고,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식품 산업 미래를 이끌 유망 벤처로 선정하는 ‘A벤처스’에도 선정됐다. JB벤처스 등으로부터 총 16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에이오팜이 개발한 AI 농산물 선별 시스템/농식품부

창업 1년차지만 에이오팜이 주목받는 이유는 농촌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잠재력 덕분이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사라진 최근 농촌에서는 월 300만원을 줘도 직원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곽 대표는 “인력 수급이 어려워 인건비는 나날이 오르는데, 농산물 가격이 그만큼 뛰지는 않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많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과일은 매년 특정 계절에만 생산되는데 제철을 놓치면 기존 인력들이 아무리 야근을 해도 인력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AI 선별 시스템으로 농촌의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다는 점도 곽 대표는 에이오팜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큰 하자가 없는데도 ‘불량’으로 판정되는 농산물을 살려내 판매할 수도 있고, 개별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해 재배에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곽 대표는 “누가봐도 썩었거나, 누가봐도 깨끗한 농산물의 불량품 여부를 판별하는 것은 쉽지만 약간 흠집이 났거나 더러워졌을 뿐인 개체를 ‘정상’으로 골라내는 것은 쉽지 않다”며 “하지만 AI 선별 시스템을 활용하면 이전에 육안으로는 폐기했을법한 농산물을 살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육안 선별 작업은 작업 도중 기록을 남기지 않는데, AI 선별 시스템은 농산물 각 개체의 결함 데이터가 쌓인다”며 “농산물의 품질 정보, 불량률 등을 출하자(농민)에게 피드백해줄 수 있기 때문에 농업인이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농사에 활용하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호재 에이오팜 대표가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에이오팜의 AI 선별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이민아 기자

그는 처음 AI 선별 시스템을 설치한 경북 동청도 농협 APC에서는 4개월간 데이터를 쌓는 데에 집중했다고 한다. 그는 비슷한 병충해, 기형을 골라내고 골라내 한 품종에 23만장의 사진을 학습시켰다.

현재는 노하우가 쌓여 한달 정도만 AI 선별 시스템을 설치해두고 농산물 사진을 촬영해 데이터를 쌓으면, 해당 지역으로 출하되는 농산물의 불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곽 대표의 목표는 10년 후 에이오팜이 후배 애그테크 스타트업의 희망이 되는 것이다. 그는 “트릿지, 그린랩스 같은 회사를 보며 우리가 꿈을 가진것처럼 농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대표적인 회사로 자리잡고 싶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네덜란드가 우리나라 영토의 절반밖에 안 되는데 미국과 앞다투어 경쟁할 수 있는 농업 기술을 가진 국가”라며 “대학과 기업의 연계가 잘 이뤄져서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은 정부 지원이 없으면 애그테크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곽호재 대표는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 기계공학·컴퓨터공학 학사 ▲유니스트 기계공학 석사·박사통합과정 중퇴 ▲드론봇군사연구센터 드론동체이동연구병

[제작지원: 2022년 FTA분야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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