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엘앤파트너스가 추진 중인 피피비스튜디오스 인수를 두고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K뷰티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전략이지만, 실적 둔화가 뚜렷한 마녀공장의 성과를 보완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사업 구조와 규제 환경이 상이한 화장품과 콘택트렌즈의 결합이 실질적인 시너지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엘앤파트너스는 국내 콘택트렌즈 업체 피피비스튜디오스 매각과 관련해 실사를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1500억~2000억원 수준이다. 피피비스튜디오스는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하파크리스틴’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2011년 12월 설립된 이 회사는 콘택트렌즈 기획·운영 전문 기업으로, 미국·일본·홍콩 등 해외 자회사를 통해 유통망을 직접 관리하는 온라인 D2C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자회사로는 콘택트렌즈 온라인 예약 및 안경원 픽업 서비스 플랫폼 ‘윙크컴퍼니’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를 K뷰티의 확장 영역으로 평가되는 컬러렌즈 사업과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인 마녀공장 간 시너지 창출을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가 마녀공장의 실적 부진을 보완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지난해 5월 경영권 인수 이후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자, 일본 시장에서 팬덤을 확보한 하파크리스틴을 편입해 투자 경쟁력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경쟁 치열해진 日시장…지급수수료만 124억

실제 마녀공장의 실적 둔화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1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5억원에서 104억원으로 43.7% 급감했다.
회사 측은 중국 비중 축소 등 중장기 수익성 개선 전략의 영향이라고 설명하지만, 업계에서는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 전반의 성장 둔화가 본격화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아시아 지역 매출은 396억원으로 전년(502억원) 대비 약 21% 감소하며 외형 축소가 뚜렷해졌다.
마녀공장이 선점했던 일본 내 ‘성분 기반 자연주의’ 카테고리는 물론 K뷰티 시장 전반이 포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수입화장품협회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 수입액 증가율은 2024년 40%에서 2025년 5.6%로 급감하며 성장 둔화세가 뚜렷해졌다. 회사 측은 보고서를 통해 “화장품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아비브, 닥터지, 클리오 등 다수 인디 브랜드가 비건·클린뷰티 시장에 진입하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경쟁 심화는 마케팅 및 유통 비용 증가로 직결되고 있다. 마녀공장은 점유율 방어를 위해 일본 총판을 통한 돈키호테 전용 브랜드 출시와 홈 뷰티 디바이스 사업 진출 등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큐텐, 라쿠텐 등 주요 이커머스 채널 운영과 관련된 지급수수료는 전년 대비 약 8억원(116억원→124억원) 증가하며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시장에서 K뷰티 전반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고 마녀공장 역시 이러한 시장 환경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은 글로벌 확장의 핵심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온 만큼, 현지 성과 둔화가 향후 다른 해외 시장에서도 유사한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장 길 막힌 VC, 출구 모색…시너지 ‘글쎄’
매도 측인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엑시트 여건도 녹록지 않다. 현재 피피비스튜디오스의 최대주주는 약 42.97%의 지분을 보유한 ‘브이이피 미학지능SR펀드’(비전에쿼티파트너스)다.
초기 투자자인 알토스벤처스(24.89%) 등 주요 VC들과 함께 기업공개(IPO)를 통한 엑시트를 추진해왔으나 ‘온라인 예약 후 오프라인 픽업’ 방식이 예비심사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하며 일정이 지연됐다. 규제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펀드 만기 부담까지 겹치면서 약 2000억 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제시할 수 있는 케이엘앤파트너스가 사실상 가장 현실적인 회수 창구로 부상했다는 시각이 나온다.
그러나 뷰티 업계에서는 화장품과 콘택트렌즈의 결합이 실질적인 시너지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신중한 시각이 우세하다. 콘택트렌즈는 일반 소비재인 화장품과 달리 의료기기법 규제를 받는 품목으로, 국내에서는 안경사 면허를 보유한 인력만이 판매할 수 있다. 마녀공장이 오프라인 채널 확대 과정에서 추가적인 고정비 부담까지 감내해야 하는 구조는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온라인 채널에서도 제약은 여전하다. 한국에서는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가 전면 금지돼 있는 데다, 비교적 규제가 완화된 일본 시장 역시 존슨앤드존슨(아큐브), 메니콘, 시드 등 글로벌 및 현지 대형 업체와 토파즈, 릴문, 에버컬러, 캔디매직 등 로컬 컬러렌즈 브랜드가 유통망을 선점하며 경쟁이 심화된 상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은 온라인 중심의 빠른 회전율과 마케팅 효율이 핵심이지만 렌즈는 오프라인 유통 의존도가 높아 운영 방식 자체가 다르다”며 “고객층이 일부 겹친다는 점을 제외하면 생산·유통·판매 전 과정에서 공유 가능한 인프라가 제한적이어서 기대하는 수준의 매출 확대 효과를 단기간에 실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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