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남편과 함께 살았어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 어디를 가든 남편에게 부탁해야 하고, 작은 외출 하나에도 눈치를 봐야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올해 73세인 박 씨는 어느 날 76세 언니가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평생 운전대를 잡아본 적 없던 언니였다. 그런데 면허시험장에서 우연히 들은 이야기는 동생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평생 운전은 남편 몫이라던 언니

박 씨의 언니는 결혼한 뒤 줄곧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녔다.
병원이나 시장에 갈 때도 남편에게 부탁해야 했다.
그런데 형부는 차를 태워줄 때마다 불평이 많았다.
"집에 가만히 있으면 안 돼? 늙어서 뭘 그렇게 돌아다녀."
언니는 그럴 때마다 아무 말 없이 조수석에 앉았다.
박 씨는 언니가 원래 말수가 적은 사람인 줄 알았다.
병원 가는 날에도 남편 눈치를 봤다

어느 날 언니는 정기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가야 했다.
하지만 형부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차를 태워줄 수 없다고 했다.
"그깟 검사 하루 미루면 안 돼?"
언니는 결국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병원에 다녀왔다.
그날 저녁에도 형부는 언니에게 핀잔을 줬다.
"그러니까 내가 가지 말랬잖아. 괜히 고생을 사서 해."
언니는 그저 웃으며 넘어갔다.
그런데 며칠 뒤, 갑자기 운전면허를 따겠다고 했다.
면허시험장에서 만난 언니의 낯선 모습

박 씨는 언니가 걱정돼 면허시험장까지 따라갔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 운전을 배우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언니는 긴장한 얼굴로 순서를 기다렸다.
박 씨가 물었다.
"언니, 이제 와서 운전을 왜 배우려고 해? 형부 차도 있잖아."
언니는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조용히 말했다.
"나도 이제 남한테 부탁 안 하고 살아보려고."
박 씨는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언니가 칠순 넘어 운전대를 잡은 진짜 이유

시험을 기다리던 언니가 동생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 50년 동안 어디 가고 싶어도 네 형부 허락부터 받았어. 이제 남은 인생은 내가 가고 싶은 데 내 마음대로 가보고 싶어."
박 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언니는 평생 남편의 기분을 살피느라 친구를 만나러 가는 일조차 마음 편히 하지 못했다고 했다.
"차를 꼭 사겠다는 것도 아니야. 그냥 나도 혼자 갈 수 있다는 걸 알고 싶어."
그날 언니는 운전면허 기능시험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시험장을 나서면서도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다음에 또 보면 되지. 이제 시간은 내 마음대로 쓸 거니까."
박 씨는 그런 언니의 얼굴을 처음 보는 것 같았다.
평생 남편 눈치를 보며 살아온 언니가 칠순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자신의 뜻대로 선택한 일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언니는 다음 시험 날짜를 달력에 표시했다.
그리고 동생에게 말했다.
"나 면허 따면 제일 먼저 바다 보러 갈 거야. 그때 너도 같이 가자."
박 씨는 언니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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