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가 AMD의 데이터센터 성장세와 맞물려 공급을 확대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AMD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사업을 매출과 이익 성장을 이끄는 ‘핵심축’으로 키우면서 차세대 AI 가속기에 필요한 HBM4 확보 중요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이미 AMD의 HBM4 공급 협력 대상으로 이름을 올린 만큼 AMD의 데이터센터 사업 확대가 삼성 HBM4의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MD 데이터센터 매출 58억달러…전년比 57%↑
9일 업계에 따르면 AMD는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한 1분기 실적자료에서 삼성전자와 차세대 AI 메모리·컴퓨팅 기술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AMD는 협력 대상으로 삼성전자와 AMD의 차세대 가속기인 ‘인스팅트 MI455X’의 그래픽처리장치(GPU)용 HBM4 공급과 6세대 에픽(EPYC) 중앙처리장치(CPU)용 고급 D램 솔루션 등을 명시했다.
앞서 지난 3월 리사수 AMD CEO 방한 당시 양사는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서 차세대 AI 메모리·컴퓨팅 기술 분야 협력을 확대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인스팅트 MI455X에 탑재될 HBM4의 우선 공급업체로 지정됐다고 밝히고 앞으로도 양사의 협력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 협력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외에 AI 가속기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렸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AMD의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단순 협력 관계보다 데이터센터 사업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AMD 데이터센터 사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차세대 인스팅트 GPU에 필요한 HBM4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분기 AMD의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58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증가했다. AMD는 에픽(EPYC) 서버 프로세서 수요와 인스팅트 GPU 출하 확대가 데이터센터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부문이 AMD의 매출과 이익 성장을 이끄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차세대 인스팅트 GPU에 필요한 HBM4 확보도 더 중요해졌다.
엔비디아 의존도 축소…복수 고객사서 신뢰성 입증
HBM은 AI 가속기 성능과 출하 규모를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GPU 연산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는 메모리 대역폭이 중요하다. HBM 공급이 부족하면 AI 가속기 업체는 제품을 제때 충분히 공급하기 어렵다. AMD가 데이터센터 사업을 키울수록 HBM4 공급선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도 1분기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공급 환경이 빠듯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리사 수 CEO는 특정 업체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메모리 공급업체들과의 협력에 만족하고 목표치를 충족하거나 초과할 공급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AI 컴퓨팅 수요 확대로 데이터센터 고객들이 가격보다 공급 안정성 확보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AMD가 AI 서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울수록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제품의 수요처도 함께 넓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앞서 HBM3E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간 시장의 관심은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과 비교해 얼마나 빨리 엔비디아 품질 검증을 통과해 본격 공급에 나설 수 있느냐에 집중됐다. 그러나 AMD가 차세대 AI 가속기와 서버 CPU를 앞세워 데이터센터 사업을 키우면서 삼성전자는 HBM4에서 엔비디아에게 평가받던 단일 의존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엔비디아의 검증 결과에만 일희일비하지 않고 복수 고객사를 통해 HBM4의 양산 능력과 신뢰성을 입증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AMD의 데이터센터 사업 성장세가 삼성전자 HBM4 사업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여부가 여전히 핵심 과제지만 AI 서버 시장이 AMD와 빅테크의 자체 반도체로까지 넓어지면서 HBM4 수요처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AMD향 HBM4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대하는 경우 이를 바탕으로 다른 글로벌 빅테크들로부터의 주문이 확대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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