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이가 아프면 진짜 아픈 건데", "잘가요 우상" 레전드 은퇴가 이렇게 슬플 줄이야…동료들도 다시 붙잡고 싶다
[마이데일리 = 청담 이정원 기자] "성민이 형은 어릴 적 저의 우상이었어요."
지난 21일 호텔 리베라 청담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현대캐피탈 세터 황승빈은 취재진에게 "성민이 형은 어릴 적 나의 우상이었다"라고 말했다.
황승빈이 이 말을 한 이유가 있었다. 미디어데이 전날, 레전드 문성민의 은퇴식이 진행됐다. 문성민은 현대캐피탈은 물론 한국 남자배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거포였다. 경기대 졸업 후 해외에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문성민은 2010-2011시즌부터 현대캐피탈에서 뛰었다. 올 시즌까지 통산 381경기 4813점 공격 성공률 52.14%를 기록했다. 정규리그 MVP 2회(2015-2016, 2016-2017), 챔피언결정전 MVP 1회(2016-2017), 라운드 MVP 5회 등을 수상했다.
또한 국가대표로서도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모두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대표 공격수였다.
전날 OK저축은행과 시즌 최종전이 끝난 후 공식 은퇴식이 진행됐고, 문성민은 2700명의 팬들 앞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과 최태웅 SBS스포츠 해설위원도 왔다. 또한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 이사니예 라미레스 감독과 신영석(한국전력), 황동일, 박철우(KBSN스포츠 해설위원), 곽승석(대한항공), 서재덕(한국전력), 노재욱(삼성화재) 등 동료 선수들도 문성민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문성민은 구단을 통해 "배구를 하면서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최고의 구단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선배들부터 시작해서 친구들, 후배들까지 좋은 선수들을 만났기 때문에 지금까지 오래도록 즐겁게 배구를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황승빈은 "성민이 형과 함께 한 건 6개월이다. 그러나 6년을 함께 한 것처럼 아쉬웠다. 어릴 적 우상이었다. 기량이 떨어져 은퇴를 하는 게 아니라 몸이 아파 배구를 하지 못해 은퇴를 하는 것이다. 안타까움이 크다. 그런데 훈련하면서도 무릎이 안 좋다는 걸 느낀 적이 없다. 그래서 더 안타까움이 컸다. 대단하면서도 안쓰럽다"라고 말했다.
3세트 투입 때 문성민에게 공을 자주 올리다가, 다른 공격수에게 공을 올린 이유에 대해서는 "3세트를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 올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3세트를 내주면서까지 성민이 형에게 집착을 한다면, 성민이 형도 그건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난 또 세터로서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덕분에 승리로 더 멋진 마무리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미소 지었다.
문성민과 함께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대한항공 한선수는 "그냥 기분이 그렇다. 같이 했던 선수가 떠나간다고 하니, 남자배구의 한 획을 그었던 성민이가 떠나 슬프고 묘한 감정이 든다"라며 "이제 내 유튜브에 나올 일만 남았다고 전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흥국생명 김연경은 "은퇴식을 라이브로 보진 못했는데 기사를 통해 봤다. 나랑은 비슷한 또래고, 같이 배구를 했던 분이다. 안타까움이 느껴지지만, 언젠가 은퇴를 해야 하는 거니까 또 제2의 인생을 응원하게 되더라. 마음이 짠했다"라고 이야기했다.
현대캐피탈은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지만 문성민이 뛰는 모습은 볼 수 없을 전망. 문성민은 OK저축은행전이 끝난 후 "오늘이 선수로선 마지막이다. 은퇴 이후의 삶은 구단과 시즌 끝나고 제대로 얘기할 거고, 배구 관련된 일이라면 일단 다 열어 두고 생각하겠다"라고 전했다.
굿바이, 문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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