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한 드론 기업이 우크라이나 회사와 손을 잡았습니다.
그러자 러시아가 즉각 대사를 소환하고, 외무부 대변인이 나서서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드론 한 종류의 개발 제휴가 이렇게까지 큰 외교적 파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러시아가 항의만 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같은 입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사고 싶으면 대화 문은 열려 있다"고 속삭였습니다.
협박과 회유를 동시에 구사하는 이 이중 전략, 러시아가 유럽에서 수십 년간 갈고닦아온 전통적인 분열 공작의 교과서적 장면입니다.
지금 일본은 그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이죠.
테라드론, 방위 시장에 뛰어들다
사건의 시작은 일본의 테라드론 주식회사가 3월 23일 전격 발표한 선언이었습니다.
회사는 "방위 장비 시장에 본격 진입을 결정했다"고 공식화하며, 2026년을 목표로 미국 법인 'Terra Defense' 설립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단순한 상업용 드론 기업이 방위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선언이었던 것이죠.

테라드론이 제시한 포트폴리오는 상당히 다양했습니다.
FPV 드론부터 로켓형 요격 드론, 고정익형 요격 드론, 심지어 제트 엔진을 탑재한 요격 드론과 무인 보트까지 포함되었습니다.
그리고 목표 시장으로 일본, 우크라이나, NATO 국가, 미국을 명시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 이 발표 하나하나가 적대적 신호로 읽혔을 것입니다.
어메이징 드론즈와의 제휴 —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린 결정타
테라드론의 선언 이후 불과 8일 뒤인 3월 31일, 더 직접적인 조치가 따라왔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요격 드론을 개발·제조하는 '어메이징 드론즈(Amazing Drones)'와 자본 업무 제휴 계약을 체결하고 전략적 출자까지 단행한 것입니다.
양사는 공동 개발한 요격 드론 'Terra A1'의 출시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이 소식은 일본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고, 동시에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드론을 만드는 회사에 일본 자본이 들어가고, 그 드론이 실전에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은 러시아로서는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죠.
대사 소환과 자할로바의 독설 — 러시아의 공식 항의
러시아 외무부은 즉각 행동에 나섰습니다. 4월 6일, 마리아 자할로바 대변인이 먼저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측이 무인기를 이용해 러시아 영내 민간 시설에 범죄적 도발을 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제휴는 우리나라에 명백히 적대적"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본은 젤렌스키의 네오나치 정권을 지원함으로써 분쟁에 점점 깊이 끌려들고 있으며, 이미 심각하게 악화된 대러시아 관계에 추가 손해를 주고 있다"고 직격했습니다.

그리고 4월 8일, 러시아 외무부은 주러시아 일본 대사 무토 현씨를 직접 소환해 테라드론과 어메이징 드론즈의 제휴에 대해 공식 항의를 전달했습니다.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압박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죠.
자할로바 대변인은 이날도 "도쿄의 비우호적 정책 결과, 양국 관계는 전례 없는 수준까지 악화되었다"고 쐐기를 박았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원유는 팔겠다" — 압력과 유도의 이중주
여기서 이야기가 흥미로워집니다. 러시아는 강력히 항의하는 바로 그 순간, 전혀 다른 메시지를 함께 흘렸습니다.
자할로바 대변인은 항의 성명 속에서 "일본이 러시아산 원유를 구입할 가능성에 대해 다시 강조하고 싶다"며 "우리나라는 상호 존중과 평등의 원칙에 근거한 대화를 진행할 준비가 된 상대에 대해 대화 문을 닫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덧붙인 것입니다.

외교적으로 분석하면 이것은 전형적인 '압력과 유도의 조합'입니다.
한쪽에서는 "이런 짓을 계속하면 관계는 최악이 될 것"이라고 위협하고, 다른 쪽에서는 "에너지는 얼마든지 협의할 수 있다"고 손을 내미는 구조입니다.
러시아가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수십 년간 써온 국내 분단 공작의 전형적인 패턴이 일본을 향해 그대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죠.
중동발 물가 고통 속 일본, 러시아의 심리전에 노출되다
이 전략이 더 날카롭게 작동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일본은 중동 정세 불안과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일본 입장에서 러시아산 원유라는 카드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유혹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죠.

러시아는 바로 그 약점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습니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테라드론이 우크라이나 드론 회사와 손을 잡든 말든 당장의 생활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원유 가격과 물가는 매일 체감하는 문제이죠. "테라드론이 괜한 일을 벌여서 에너지 문제만 더 복잡해졌다"는 여론이 형성된다면, 그것이 바로 러시아가 원하는 결과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 압력에 일일이 흔들릴 수는 없다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러시아가 유럽을 상대로 이 전략을 구사했을 때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압력에 굴복할수록 다음 압력은 더 강해지는 것이 이 게임의 법칙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테라드론 사태를 어떻게 매듭짓는지가, 향후 러시아와의 관계 설정에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