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 ‘비대면 진료’ 했으니 성과급 못 준다는 병원...法 “지급해야”

김민소 기자 2023. 11. 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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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비대면 진료는 성과급 대상 아냐”
의사 “비대면도 근무 일환…대가 지급해야”
法 “일반진료와 구별할 사유 없다”…원고 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를 비대면 진료한 의사에 대해서도 비대면 진료에 대한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소송을 제기한 의사는 코로나19 전담 병원에서 1일 200명에 달하는 확진자를 비대면 진료했지만, ‘비대면 진료’였다는 이유로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 이번 법원 판단으로 그는 밀린 성과급 전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비대면 진료를 하는 의료진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함.)/뉴스1

전주지법 민사7단독(김경선 부장판사) 지난 7일 외과의사 A씨가 재직 중인 B의료원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수행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성과급 1억6597만5638원을 지급하라고 B의료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의료원에서 14년이 넘게 근무해 온 A씨는 지난해 병원이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되자 코로나19 확진자들을 비대면으로 진료하게 됐다. 초기에는 하루에 20~30명을 진료했지만, 2월이 넘어서자 그는 하루에 많게는 200명에 달하는 환자를 보게 됐다. 그렇게 5월까지 대면 진료와 비대면 진료를 오가며 상당한 업무량을 수행했으나 병원은 그에게 대면 진료에 대해서만 진료 성과급을 지급했다.

의료원 측은 진료 성과급을 ‘외과 일반진료’에 대해서만 지급한다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며 비대면 진료분에 대한 성과급 지급을 거부했다. 또 의료원이 보전금 명목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한 의료진 노고에 보상한 사실이 있다는 점,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탓에 한시적으로 도입된 제도이므로 예산 배정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성과급을 주지 않았다.

의료원 측은 성과급은 의사의 노고를 보상하고 실적 달성을 독려하기 위해 지급하는 것인데, 재택진료 대부분은 간호사들이 수행했으므로 원고가 성과급을 지급받을 만한 노고를 한 바가 없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A씨 측은 비대면 진료 역시 의사가 병원에 제공하는 근로의 일부이므로, 근로 대가인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성과급이 임금의 일부라고 판시한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근로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에 대해 성과급을 주지 않는다는 명시적인 합의가 없었던 점, 2021년까지는 외래 진료와 재택 진료의 구별 없이 모두 성과급 산정 대상으로 삼았던 점을 들어 의료원 측 주장을 반박했다.

재판부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재택진료를 하는 경우에도 피고에 의료 행위로 인한 수익이 발생하므로 산정 대상에 재택진료를 일반진료와 구별할 특별한 사유를 찾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의사의 진료 행위가 증가하는 경우 병원의 수익도 향상되므로, 이에 따른 격려 및 보상의 차원에서 지급하는 성과급은 진료의 성실도나 정성과 친절 등 정성적인 요소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피고도 정량적으로 평가한 지급기준만 두고 있을 뿐 정성평가 후 성과급 액수를 조정할 수 있다고 볼 만한 규정도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한 “연봉 계약 체결 시 성과급을 외과 일반진료에 대해서만 산정하기로 했다는 명시적인 합의가 없다”고도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2022년 2월 연봉 계약 체결 당시는 이미 피고가 감염병 지정 병원으로 정해진 이후였기에 연봉계약에 이 사정을 반영할 수 있었음에도 따로 정한 바가 없었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A씨를 대리한 김설이 법무법인 지음 변호사는 “국내 123개 병원을 표본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공공병원 94.4%, 민간병원 70%가 성과급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성과급이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비대면 진료 또한 일반진료와 동등한 수준의 진료 대가가 지급돼야 하고, 재택진료와 비대면진료 업무에 관해서도 의사들의 권리가 구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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