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기업 이어지면 멋진 시너지… 국내투어 부흥 꿈꿔”[데스크가 만난 사람]
Q. 골프 지도자가 왜 프로팀단장과 기업PR까지 함께 하게됐나
골프 주니어 1세대로 선수 생활
美서 체육교육 전공뒤 지도자로
윤이나 ‘지면 반력’ 스윙 가르쳐
세계랭킹 2위 출신 김민솔 부진
자기주도형 골프로 개념 바꿔줘
KLPGA, 1·2부간 격차 줄여야
2부 수준 높아지면 1부도 성장
우리만의 강점이었던 ‘절실함’
타국서도 치고올라와 역전당해
후발주자 계속 발굴해야 안밀려

인터뷰 = 방승배 체육부장, 정리=오해원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4개 팀 18명의 선수를 관리하는 사람이 있다. 오세욱 두산건설 PR담당상무(골프단장)가 그 주인공. 팀의 첫 승 달성은 예상보다 늦었지만 올해 주력사인 두산건설에서 가을 시즌이 본격적으로 접어들기도 전에 벌써 2승을 달성했다. 특히 시드전 부진으로 2부인 드림투어로 내려갔던 국가대표 에이스 출신 팀 막내 김민솔의 우승은 구단 사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오 상무는 미국에서 체육교육을 전공하고, 한국체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유명선수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골퍼들을 키워내며 지도자로 명성을 날렸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국가대표 코치로 금메달을 따냈고 국내외를 주름잡는 유명 선수들을 키워 왔다. 지난해 KLPGA투어를 휩쓸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한 윤이나를 주니어는 물론 프로가 된 뒤에도 가르쳤다. 윤이나의 호쾌한 지면반력 스윙은 그의 지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는 한국여자골프와 기업이 멋지게 연결돼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마케팅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간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오 상무를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두산빌딩에서 만났다.
―어떻게 골프와 인연을 맺게 됐나.
“나는 골프 주니어 1세대다. 골프를 시작하기 전 중학교 1학년 때 테니스를 잠깐 했고 골프로 전향했다. 선친이 오의환 전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장이다. 아버지는 1964년부터 골프를 쳤던 골프인이셨고, 돌아가실 때까지 ‘룰 북(rule book)’을 보신 분이었다. 골프지도자가 되기 위해 1988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체육교육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샌디에이고 골프 아카데미를 거쳐 귀국 후 한체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러던 중에 대한골프협회가 영어를 하는 코치가 필요했는지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로 나를 불렀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전에 대표팀 코치를 맡았다. 대표팀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고 협회에서 계속 코치를 맡아달라고 했지만 미국골프를 경험하기 위해 다시 미국행을 택했다. 최혜정 등의 캐디를 하면서 LPGA투어 2부를 경험했다. 이후 돌아와서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레슨을 시작했다.”
―이력을 보니 경남 사천까지 내려가서 골프 아카데미를 했던데 이유가 있나.
“서울 근처에서 아카데미를 시작했지만 불모지 개척을 해보고 싶었다. 제자 중에 사천 지역에 있던 아이가 있어서 그곳으로 갔다. 그쪽 지역에 재능 있는 주니어도 많았다.”
―한 팀도 아니고 4개 팀의 단장을 겸임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은 큐캐피탈파트너스 구단으로 시작했다.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차례로 노랑통닭과 두산건설까지 인수하며 골프구단을 늘려갔다. 지난해 초록뱀미디어도 인수해 골프단을 창단했다. 소속 선수는 총 18명이다. 두산건설 7명, 노랑통닭 4명, 초록뱀미디어 3명, 큐캐피탈 4명이다.”
―주력구단인 두산건설의 선수 구성을 보면 골프 실력 위주로만 뽑은 것 같지는 않은데.
“두산건설 창단에 전권을 받았을 때, 어설프게 창단하면 의미가 없겠다 판단하고 팀 컬러를 많이 고민했다. 뭐든지 1등이 될 수 있는 구성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 당시에 우승 가능성이 큰 선수, 골프 팬들과 대중에게 인기가 높은 선수, 유망한 아마추어 등 특정 분야에서 1등이거나 1승이 있어야 구단에 합류시켰다. 창단하고 보니까 특색이 있더라.”
―단장이면서 홍보임원까지 겸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두 가지 일을 같이하기에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골프단을 활용한 두산건설만의 차별화된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재밌게 하고 있다. 골프는 개인운동이니까 선수들이 각자 코치를 두고 있다. 나는 선수들 멘토 역할을 하면서 레슨을 요청하는 선수들에게는 직접 레슨도 한다. 골프구단을 운영하는 것은 한국만의 특징이다.”
―최근 박혜준에 이어 김민솔까지 2승을 거뒀다. 첫 우승이 늦게 나와 마음고생도 좀 했을 것 같다.
“내 위치가 선수들 성적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는 정말 힘들었다. 주력사인 두산건설 선수단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수 선발의 전권을 받은 사람으로서 그만큼 책임감이 막중하게 느껴졌고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다. 첫 우승이 나왔을 때 나도 모르게 ‘이제 좀 살 것 같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

―아마추어 세계랭킹 2위까지 올라갔던 김민솔 선수가 기대와는 달리 프로 시드전에서 부진하면서 2부투어로 가게 된 게 구단으로서도 상당히 충격이었을 것 같다.
“김민솔은 전담 코치가 있긴 하지만 지금은 나도 조언을 하고 있다. 김민솔은 짜인 틀 안에서만 기계적으로 공을 치는 스타일이다. 응용력이 부족했다. 스윙을 고친다기보다 프로에 와서 가져야 할 마인드셋을 갖춰주려 했다. 그래서 선수가 가진 골프에 대한 개념을 바꿨다. 자기가 알고 있는 골프와 1부투어에서 해야 하는 골프가 다르다는 걸 알게 했다. 스윙을 잘해서 공이 똑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공을 똑바로 보내기 위한 스윙을 해야 한다는 걸 알려줬다. 기계처럼 치다가 사람이 치는 골프로 바꾸고 있는 중이다. 매번 스윙을 찍어보고 분석하는 것이 아마추어일 때는 맞다. 아마추어는 주입식 골프가, 프로가 되면 자기주도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 중간에서 헤매고 있다가 이제 길을 찾고 있다고 본다.”
―김민솔은 몰아치기를 할 때는 무섭게 질주하다가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급격하게 무너지는 모습이 보인다.
“욕심이 많아서 그렇다. 자기 경기력에 화가 나서 그런 것이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 한다. 선수가 욕심이 많은 건 정상이다. 그래야 1등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욕심을 풀어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건 평정심이다.”
―선수들이 가장 멋진 스윙이라고 인정하는 임희정은 어떤가.
“재작년과 지난해 엄청 노력했지만 그 노력이 선수를 밑으로 가라앉히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좀 자유로워졌다. 좀 과하게 말하면 김민솔과 임희정은 스윙의 노예다. 임희정은 말 그대로 골핑 머신이었는데 이제 그 머신에서 탈피해 스윙을 소프트하게 가져가면서 감각을 더해가는 것이 올해부터 보였다. 그래서 언제든지 우승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 교통사고 이후에 몸이 많이 안 좋았지만 다 회복돼 우승이 머지않았다고 본다. 스윙은 사람이 하는 일인데 기계처럼 하면 안 된다.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인데 골반이 약한 사람, 코어가 약한 사람 등 다양한데 똑같이 스윙의 정석을 따라 하려면 보상동작을 쓸 수밖에 없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투어에 활약하는 신지애를 국내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후원하게 된 이유는.
“64승을 올린 리빙 레전드 선수가 아무리 일본에서 활동한다고 해도 한국 회사가 후원하지 않는 게 안타까웠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도 기업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가슴 자리가 비어 있어서 적극적으로 접촉했다.”
―올해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윤이나의 스승이기도 하고, 지면반력 스윙을 가르쳤다고도 알려져 있는데.
“지면반력이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건 아니다. 그 용어가 튀어나온 것일 뿐 항상 지면을 활용해 힘을 끌어모으는 건 어느 스포츠나 다 있다. 야구, 테니스 등이 다 그렇다. 도구의 끝자락에 힘을 전달하려면 지면부터 힘을 끌어와야 한다. 우린 사실 걸을 때도 지면반력을 이용한다. 그걸 어떻게 헤드 끝에 더 실을 것인지, 골프 스윙에 맞게 바꾸는 것이다. 누구나 지면반력은 쓴다. 많이 쓰느냐, 적게 쓰느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윤이나는 활동무대와 후원사 장비까지 모두 바뀌어서 현재 다소 부진을 겪고 있지만 잘 극복할 거라고 본다.”
―KLPGA투어의 일원인 선수단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국내 여자골프의 발전을 위한 제언을 하자면.
“1부투어와 2부투어인 드림투어의 격차가 너무 큰데 이걸 줄여야 한다. 2부투어 대회의 코스세팅도 1부투어와 비슷한 환경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1부투어가 성장하려면 2부투어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해외를 다녀보면 가장 부러운 것이 골프장이다. 일본이나 미국은 그 골프장이 대회를 개최하는 것에 자부심이 가득하다. 그런데 우리는 골프장에 사정하고 부탁해서 대회를 열어야 한다. 일반 고객도 받아야 하는 골프장 사정이 있긴 하지만 여러 요소 때문에 코스도 완벽한 상태로 만들지 못한다.”
―최근 LPGA투어 등에서 한국 선수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뭔가.
“나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선수들이 LPGA투어에서 다른 국가에 경쟁력이 밀릴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우리의 강점은 절실함이었다. 그건 우리나라 선수들만 가진 강점이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보다 환경이 좋은 선수들이 그 절실함을 가지고 치고 올라오니까 역전당할 수밖에 없다. 우리 선수들이 게을러서도, 실력이 없어서도 아니다. 일본이나 태국 선수들은 항시 퍼트와 쇼트게임 연습이 가능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실전 골프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도 가지고 있다. 유망주들을 미국에 유학도 많이 보냈다. 골프협회가 골프장을 가진 것도 아니고 누굴 탓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후발 주자가 계속 나와줘야 한다. 그래서 황유민·방신실·김민솔 등이 LPGA투어에 간다고 하면 달라질 수 있다. 많은 선수가 다시 LPGA투어에 가면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
―지도자, 골프단 단장 등 골프인으로서 많은 일을 했다. 더 하고 싶은 영역이 있나.
“최근 대기업들이 국내투어 대회 개최를 하다가 빠지는 추세여서 안타깝고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나는 골프를 활용해서 마케팅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회사와 골프를 아주 아름답고 멋지게 연결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 골프와 기업을 잘 연결하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
오 상무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자신의 다이어리 한 권을 들고 왔다. 다이어리를 펼치자 첫 페이지에 깨알 같은 작은 글씨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사천에서 골프아카데미를 하던 때 사무실 벽에 큰 종이를 붙여두고 자신의 꿈을 적은 것을 옮겨 쓴 것이라고 했다. 오 상무는 “지금의 두산건설과 같은 든든한 우산을 만나 거기에서 선수들과 호흡하는 것을 당시에 상상했고 그 꿈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말했다.
오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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