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카메라 수리 장인' 송원봉 "카메라 130여대, 유일한 재산"(1편)
초등학생 때부터 카메라와 동고동락
일제강점기 때 찍은 사진 분실 '아쉬움'
[남·별·이]'카메라 수리 장인' 송원봉 "카메라 130여대, 유일한 재산"(1편)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올해 82살인 송원봉 씨는 한 때 광주에서 잘나가던 카메라 수리 기술자였습니다.
디지털 카메라 등장에 이어 고화질 카메라가 내장된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10년 전 수리점을 정리했지만 지금도 옛 추억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의 집에는 20대부터 틈틈이 수집해 온 130여 대의 카메라가 그의 반세기 카메라 인생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송 씨가 처음 카메라를 접한 것은 1954년 초등학교 5학년 때였습니다.
당시 부친(송범선)이 카메라 가게(DP&E점)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 신락원 자리서 '걸작카메라' 개업
원래 그 가게 자리는 조부 송태익 씨가 남선지물점을 하던 곳이었습니다.
조부는 남선지물상회 외에 제재소와 광주 최초로 전당포를 개설하는 등 여러 개의 점포를 운영한 사업가였습니다.
1946년 출범한 광주상공회의소 초대 상임위원 명단에도 조부 송태익의 이름이 올라와 있습니다.
송 씨는 "당시 광주에서 3번째로 많은 세금을 납부할 만큼 조부의 재력이 상당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부친 때까지도 충장로 옛 산업은행 앞에 87평 주택을 비롯 충장로 일대에 5채의 집이 있었고, 상무지구에도 많은 전답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부가 암에 걸려 오랜 투병생활을 하면서 많은 부동산을 처분하게 됐고, 실제로 남겨진 재산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의 부친은 달리기에 소질이 있어 중장거리 육상선수로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허리의 탄력을 이용한 자기만의 주법을 개발해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독일제 엘마 3.5 카메라, 거액 들여 장만
그래서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영어공부를 하기도 했으나 조부의 완고함 때문에 육상선수의 꿈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이에 따라 부친은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에 2대 밖에 없었던 라이카 엘마 3.5 카메라를 거액을 들여 장만했습니다.
당시 구입가격은 130원(圓)이었는데, 이 금액의 가치는 광주극장 가격(135원 추정)에 거의 버금가는 금액이었습니다.
만일 130원으로 광주 변두리에 있는 땅을 산다면 어마어마한 땅을 매수할 수 있는 많은 돈이었습니다.
◇ 부친, 일본서 카메라 수리기술 배워 귀국
그 후 부친은 일본에서 카메라 수리기술을 배우고 돌아와 1930년 무렵 DP&E점을 개업했습니다.
당시 광주 최초의 사진관은 5·18민주화운동 기록관 부근에 윤관혁 씨가 개업했는데, 그는 일본에서 사진학교를 졸업했다고 합니다.
부친은 라이카 카메라로 많은 작품 사진들을 촬영했는데, 일제강점기 당시 동양 최고의 무희였던 최승희 사진도 찍었다고 합니다.
또한 광주공원에 세워진 금융탑과 해방 후 광주비행장에서 미군이 야구 경기를 하는 장면 등 희귀사진을 많이 촬영했다고 회상했습니다.
하지만 부친이 찍은 사진과 필름을 직원이 퇴사하면서 모두 가져가 버려 한 장도 남아 있지 않다고 송 씨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 소풍 때 친구들 찍어주며 인기 독차지
초등학생 시절 송 씨는 이곳을 자주 드나들며 카메라에 호기심을 갖게 됐고, 어깨 너머로 부친이 수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구사용법을 눈여겨 보았습니다.
또한 초등학교 때 카메라를 메고 친구들을 찍어주어 늘 부러움을 샀습니다.
소풍 때는 도시락 대신 카메라만 있으면 친구들이 잘보이려고 맛있는 음식을 가져와 주면서 사진을 찍으려고 경쟁을 벌였습니다.
송 씨는 "얼마 전 친구집에 놀러갔는데 친구가 초등학교 5학년 때 극락강으로 소풍 갔을 때 찍어준 사진이라며 보여주었을 때 감회가 깊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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