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침엽수·빙하기 꽃… 북한 식물 89種 국내 뿌리 내려
내일 DMZ자생식물원 첫 공개

지난 26일 오전 강원 양구군에 있는 국립수목원 시험용 밭. 수천 개 모종 중 4주(株)의 어린 나무 옆에만 노란 철제 표식이 박혀 있었다. 6·25 전쟁 때 미군이 북한 지역에서 가져간 뒤 키우던 ‘수수꽃다리’ 종자를 2022년 한국으로 가져와 싹을 틔운 ‘귀한 몸’이다. 이경미 국립수목원 임업연구관은 “종자 20립을 받아와 4년간 4개체가 증식에 성공했다”며 “앞으로 4년 후면 처음으로 꽃을 피운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 서식종(種)으로 분류되지만 북한 지역에서만 사는 식물 730종 중 89종이 지난 10년간 국내 증식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수목원이 2016년부터 순차적으로 종자를 수집해 증식한 식물들이다. 현재 국립수목원은 89종을 6500여 개체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29일부터 일반인들도 이를 볼 수 있도록 강원 양구 내 DMZ자생식물원에 공개된다.
이번에 공개되는 북한 식물은 백두산 압록강 유역의 원시림을 구성하는 북한의 상징 침엽수 ‘종비나무’ 등이다. 또 마지막 빙하기 이후 북쪽 고산대에서만 살아남은 꽃 ‘너도개미자리’를 비롯해, 함경북도 명천(明川)의 지역명을 그대로 딴 꽃 ‘명천봄맞이’,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땅에 낮게 엎드려 분홍빛 꽃을 피워 내는 평안북도 묘향산의 ‘장백패랭이꽃’, 황해남도 장수산에서 자생하는 북방계 개나리인 ‘장수만리화’, 백두산과 북방 고산지대에 분포하는 야생화 ‘두메양귀비’ 등도 국내에 뿌리를 내리게 됐다.
이번 증식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기후변화로 멸종 생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생물 주권’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생물 주권이란 유엔이 2010년 ‘나고야 의정서’에서 공식화한 개념으로, 자국 생물의 종을 등록해 두면 향후 해당 종이 식량·의약품 등으로 활용될 때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아직 종자를 확보하지 못한 북한 식물 640여 종도 앞으로 확보해 보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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