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사내 대출 확산에…주담대도 K자 양극화 우려

이승배 기자 2026. 6. 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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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마켓 인사이드]
주담대 금리 8%까지 간다는데
대기업 1.5%로 최대 5억 제공
규제 안받아 자금 추가 조달도
당국은 “복지 해당” 개입 꺼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연합뉴스

SK하이닉스 노동조합 내에서 “삼성처럼 주택대출 5억 원 제도를 벤치마킹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주택담보대출도 K자 양극화의 길을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규제지역 대출 한도가 2억~6억 원으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초저금리에 돈을 빌릴 수 있는 직장인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의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밴드는 연 4.32~7.31%다. 지난해 말(6.23%)과 비교해 주담대 금리 상단이 1.08%포인트나 올랐다. 하반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담대는 8% 안팎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 임직원들은 이 같은 부담에서 한발 비껴나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임금 협상 과정에서 최대 5억 원까지 연 1.5% 금리로 빌릴 수 있는 사내 대출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자 다른 기업에서도 유사한 제도 도입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조 측도 주택 대출 한도를 5억 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연 1.5% 금리로 1억 원까지 대출을 내주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두나무가 최대 5억 원까지 무이자로 주택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사내 대출은 민간기업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예금보험공사·신용보증기금 등 공공기관들도 주택구입자금이나 생활안정자금 명목으로 사내 대출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일례로 캠코는 임직원들에게 3.3% 금리로 최대 1억 6000만 원까지 주택 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흐름이 자금 조달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상 사내근로복지기금이나 회사 자체 재원으로 운영되는 사내 대출은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일반적인 차주들이 시중은행이나 상호금융권에서 주담대를 받을 경우 가계대출 총량,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지만 사내 대출은 이런 규제에서 자유롭다. 사내 대출 제도가 있는 기업·공공기관의 임직원들은 시중금리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에서 한도 규제 없이 추가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자금 조달 격차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뿐 아니라 자산 격차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억대 연봉을 받는 대기업과 금융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이미 제도권 금융에서도 우량 차주들로 분류된다. 이들이 사내 대출을 통해 수억 원 규모의 추가 유동성을 확보할 경우 수도권 아파트와 같은 고가 주택 시장으로의 접근이 한층 수월해진다.

삼성전자는 사내 대출에 대해 1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현행 가계대출상의 한도 규제를 준수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 수도권·규제지역의 15억~25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의 주담대 한도가 각각 4억 원, 2억 원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최대 3억 원의 조달 여력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내 대출은 회사가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자산 격차를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규제는 머뭇거리고 있다. 금융 상품이 아닌 데다 노사가 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정하는 복지 제도에 당국이 개입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상당수 기업의 사내 대출 규모는 3000만~5000만 원 규모로 파악하고 있다”며 “현재 사내 대출의 가계대출 관리 체계 편입, DSR 반영 등을 검토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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