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삼성전기 급부상, NAVER·셀트리온 급락…증시 주도주 반도체 독식

코스피가 8000선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 수준의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업종별 주가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수만 보면 국내 증시 전체가 호황 국면에 진입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상승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반도체 종목에 집중되면서 상당수 투자자들의 계좌는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코스피가 처음 5000선을 돌파할 당시 자동차·이차전지·방산·바이오·IT 등 다양한 업종이 고르게 상승하며 시장 전체가 동반 랠리를 펼쳤던 것과 대비된다.
14일 르데스크가 코스피 시총 상위 20위권 종목들의 변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 코스피 5000을 처음 돌파했던 지난 1월 27일 당시에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자동차, 이차전지, 바이오, 방산, IT 등 다양한 업종이 상위권에 고르게 포진하며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 당시 시총 5위권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에도 현대차(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이차전지) 등의 기업들이 각각 3, 4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수가 8000선에 육박한 지난 13일 기준으로는 삼성전자(1위), SK하이닉스(2위), SK스퀘어(3위), 삼성전자우(4위) 등 반도체 관련 종목이 1~4위권을 모두 장악했다. 현대차는 3위에서 5위로 밀려났고, LG에너지솔루션은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6위에서 13위로 7계단 하락했으며 방산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7위에서 12위로 5계단 떨어졌다. 특히 지난 1월 27일 14~16위를 기록했던 셀트리온과 네이버, 한화오션은 모두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이 기간 SK하이닉스의 강세에 힘입어 모회사인 SK스퀘어는 시총 순위가 8위에서 3위로 크게 뛰었다. 주가 역시 47만3000원(1월 27일 종가)에서 119만원(5월 13일 종가)으로 250% 넘게 급등했다. 지난 1월 시총 20위권 밖에 머물던 삼성전기 또한 9위까지 올라섰다. 삼성전기는 차세대 반도체 기판인 ‘유리 기판’ 신사업을 확대하며 국내 대표 반도체 장비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밸류체인의 핵심축으로 떠오르며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속속 편입되고 있다. AI 서버용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라 글로벌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으로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업체들도 시총 20위권에 새로 진입했다.
최근 코스피의 상승세는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1월 27일 15만원선에 거래되던 삼성전자는 이날 장중 29만9500원까지 치솟으며 ‘30만 전자’를 눈앞에 뒀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하며 대만 TSMC에 이어 아시아 기업 중 두 번째로 ‘1조 달러 클럽’에 입성했다. 이는 시총 규모 면에서 미국 버크셔 해서웨이와 월마트를 넘어선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이날 장중 처음으로 200만원을 돌파하며 ‘200만닉스’ 시대를 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달 들어 7거래일 만에 79조 9622억원의 거래대금을 모으며 전체 종목별 거래대금 1위를 기록했다.
반도체 열풍에서 소외된 우량주 대다수는 '5000피' 기록 당시 대비 주가가 하락한 상태다. 지난 1월 27일 179만원에 장을 마감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3일 141만원을 기록하며 20% 넘게 내렸다. 같은 기간 네이버(NAVER) 역시 28만1500원에서 20만500원으로 30% 가량 떨어졌다. 한화오션은 14만500원에서 12만2600원으로 약 12%, 셀트리온은 21만1500원에서 19만원으로 약 10% 내리며 하락한 상태다.

반도체 쏠림 현상을 두고 소셜미디어(SNS)나 온라인 종목토론방(종토방) 등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반도체 종목이 없는 투자자가 상당수인데 지수만 오르는 상황에서 향후 조정 국면 돌입 시 반도체 이외의 종목도 동반 하락할까 두렵다”, “뉴스에서 매일 6000피, 7000피 등 지수 경신 소식만 들려오는데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 점점 듣기 싫어진다” 등의 반응이 대표적이다.
국내 한 바이오기업 소액주주 A씨는 “지수가 3000p나 오르는 동안 내가 보유한 종목의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며 “내 계좌는 파란불인데 세상은 역대급 불장을 외치며 축제 분위기인 것을 보면 소외감이 말도 못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수만 보면 초호황기가 맞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한 시장이다”고 토로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반도체 쏠림 현상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는 4100선으로 추정된다”며 “올해 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섹터는 전체 시장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도체 업황에 변수가 발생할 경우 지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반도체 특정 종목들의 상승으로 지수를 끌어올리다 보니 해당 주식을 보유하지 못한 대다수 개인 투자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상당할 것이다”며 “계좌 수익률이 지수 상승분을 따라가지 못하는 왜곡 현상으로 인해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글=김성원 르데스크 기자
☞ 기사 속 Q&A
Q1. 코스피가 8000선에 육박하고 있음에도 투자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유는?
A.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중이지만 상승 동력이 특정 반도체 종목에만 지나치게 쏠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수 5000선을 돌파했던 올해 초만 해도 다양한 업종이 고르게 오르며 시장 전반에 온기가 돌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만 매수세가 집중돼 지수 상승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Q2. 코스피가 5000 이후 상승하는 동안 시총 상위 종목들의 구성은 어떻게 변화했나?
A. 지난 1월 코스피 5000 돌파 당시만 해도 시총 상위 5위권에는 반도체·자동차·이차전지 등 다양한 업종이 포진해 있었다. 그러나 지난 13일 현재는 1위부터 4위까지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스퀘어, 삼성전자우 등 반도체 관련주가 모두 장악했다.
Q3. 최근 반도체 랠리 속에서 급성장한 종목들은?
A. SK하이닉스의 강세에 힘입어 지주사인 SK스퀘어가 시총 3위로 올라섰고 유리 기판 신사업을 앞세운 삼성전기가 시총 9위에 등극했다. 또한 AI 서버 수요 증가로 인해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업체들이 새롭게 20위권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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