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K-팹리스의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기업 가온칩스가 지난해 신규 개발 과제를 수행하면서 실적 부진을 보였다. 수요 둔화가 아닌 사업 구조와 신규 개발 추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주 확대 흐름은 이어졌지만, 개발 지연과 비용 선반영이 겹친 것이다. 향후 프로젝트 진행에 따른 회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가온칩스는 삼성 파운드리의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로, 팹리스와 파운드리 사이에서 반도체 설계를 지원하는 디자인하우스 사업을 영위한다. 고객 맞춤형 주문형반도체(ASIC)를 설계부터 양산까지 지원하는 구조다. 최근에는 단순 용역 중심에서 벗어나 제품 매출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제품 매출은 팹리스 고객사의 시스템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한 뒤, 개발 완료 후 파운드리에 생산을 맡겨 시제품이나 양산 제품을 공급하면서 발생한다. 반면 용역 매출은 디자인 솔루션을 적용해 고객 요구에 맞는 개발 업무만 수행하면서 인식된다.
매출 구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용역 비중은 2020년 60%에서 2023년 36%, 지난해 11%까지 축소됐다. 반면 제품 매출은 88%까지 확대됐다. 현재는 AI/HPC와 차량용 반도체가 각각 40% 이상을 차지하며 매출 대부분을 구성한다.
다만 실적은 프로젝트 진행 영향으로 부진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685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16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에 영업활동현금흐름은 8억원으로 순유출로 전환했다. 회사는 주요 원인으로 과제 개발 지연에 따른 매출 감소를 꼽았다. 고객사의 개발 일정, 파운드리 공정, 검증 및 양산 타이밍이 맞물리며 매출 인식 시점이 뒤로 밀린 결과다.
실제로 일본 법인향 ASIC 설계 계약은 당초 577억원 규모로 지난해까지 공급 완료가 예정됐지만, 계약 규모가 557억원으로 조정되며 기간은 오는 8월까지 연장됐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50억원의 수주 잔고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프로젝트 진행이 지연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공급이 이어지며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고는 82억원으로 감소했다.
가온칩스는 전체 인력의 86%가 연구개발(R&D), 기술 인력이다. AI/HPC와 자동차 반도체 설계를 위해 설계 인프라(서버, 에뮬레이터 등) 투자와 고급 엔지니어 확보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비용이 매출보다 먼저 반영된다는 점이다.
회사는 시설투자 확대와 인력 채용 증가에 따른 고정비 상승을 실적 악화 원인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과제 개발을 진행하면서 비용도 늘었다. 연구개발비는 2023년 23억원에서 2024년 32억원, 지난해 36억원으로 증가했다. 매출 대비 비중도 5.2%로 상승했다.
사업별로 살펴보면 AI/HPC와 차량용 반도체는 설계 난이도가 높고 개발 기간이 길다. 개별 프로젝트 지연이 곧바로 실적에 반영되는 구조다. 특히 AI 반도체는 데이터센터 투자 사이클과 고객사의 칩 개발 전략에 영향을 받는다. 차량용 반도체 역시 전기차 수요와 완성차 업체 투자 계획에 따라 단기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 성장성은 높지만 실적은 더 크게 출렁일 수 있는 구조다.
확장에 따른 투자를 늘리면서 재무 구조에는 부담이 생겼다. 지난해 말 이익잉여금은 203억원으로 1년 전보다 41.5% 감소했다. 이에 자본총계도 21.1% 줄었다. 같은 기간 부채총계가 1046억원으로 241% 증가하면서 부채비율은 62.5%에서 191.3%로 상승했다. 다만 부채비율은 200% 이내를 유지한 만큼, 안정권을 유지했다.
가온칩스는 지난해 하반기 594억원 규모의 ASIC 개발 신규 계약 3건을 추가로 확보하며 수주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해당 물량은 향후 매출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회사는 미국·일본 법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고객 확대에 나서고 있다.
결국 가온칩스의 실적은 개발 일정과 비용 구조에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다. 향후 프로젝트 진행 속도와 매출 인식 시점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블로터>는 가온칩스의 실적 변동 배경과 향후 계획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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