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비수도권 국립 의대생 100명 중 97명은 1학기 전공 '미이수'
정부 유급제 완화 등 '비상학사 가이드라인'에도 내년 학사일정 차질 예상
강경숙 혁신당의원 "의대생 복귀 및 교육 질 담보할 근본 해결책 마련해야"
이달 초 전국 대학이 2학기 개강에 들어간 가운데 비수도권 국립 의대생 100명 중 97명은 1학기 수업도 듣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의대생 유급을 미루는 '비상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의대생들은 지난 2월부터 수업을 거부하고 집단으로 휴학계를 제출하는 등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유급을 미루는 '미봉책'만으로는 의대생 미복귀 사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진다.
19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9개 비수도권 국립 의대로부터 제출받은 '24학년도 1학기 전공(필수)과목 이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의대생(경상국립대·충북대 제외) 4196명 중 96.8%(4064명)이 전공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상태다. 의대는 통상 의예과 2년과 본과 4년 과정으로 운영되는데, 본과부터는 주로 전공과목을 듣는다. 거의 대다수 의대생들이 1학기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대학별로 보면 1학기 종강 시점을 미룬 경상국립대와 충북대를 제외한 7개 비수도권 국립 의대 중 전북대는 의예과 1학년부터 의학과(본과) 4학년까지 전체 839명 중 831명(99%)이 전공 과목을 듣지 않았다. 특히 의예과 1·2학년생과 의학과 2학년생은 한 명도 전공 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대(의전원 포함) 역시 293명 중 289명(98.6%)이 수업을 듣지 않았다.
다른 비수도권 국립 의대 역시 상황이 비슷했다. 전공 미이수 비율은 △충남대(96.2%) △경북대(96.7%·1학기 진행 중) △부산대(95.3%) △전남대(96.4%) △제주대(95.2%·의전원 포함) 등이다. 교육부의 복귀 호소에도 의대생 대부분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예과 1학년의 경우 교양 과목이 많아 내년에 당장 수업 차질이 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인원이 겹치는 24·25학번의 경우 매년 수업과 추후 전공의 선발 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교육당국이 내놓은 여러 대책에도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서 대학들의 유급 방지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학년제 전환과 유급제 완화 및 재이수·재수강, 미완(i)학점 도입 등을 골자로한 비상학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3일 국회에 출석해 "9월이 (의대생 복귀) '골든타임'이라며 "9월 학기에 의대생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1학기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내년도 학사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지난 9일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서 의대 신입생 증원이 되돌릴 수 없는 수순에 들어갔다. 올해 수업을 듣지 않은 예과 1학년과 내년 증원된 신입생을 합쳐 약 7500명이 강의를 들어야 하는 셈이다. 의료계는 휴학 중인 의대생들이 돌아오면 현재 정원(3000명)의 2.5배인 7500명을 교육해야 한다며 '증원 백지화'를 여전히 요구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당국과 대학들은 내년 대책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경상국립대와 부산대, 전북대, 충북대, 제주대 등은 오전·오후반 수업 등 2~3부제 수업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차년도 계획은 2학기 복귀 상황에 따라 달려 있다는 답을 내놨다.
층남대는 신입생과 기존 재학생을 구분해 분반 및 온라인(원격)수업 등의 방식으로 운영하고, 2025학년도에는 의예과 1,2학년과 의학과 4학년은 3월 4일, 의학과 1,2,3학년은 2월 3일 개강 일정을 잡아놓은 상태다. 강원대 의대는 "2025학년도는 일단 예과 1학년만 겹치므로 총인원(49명+91명)이 이용 가능한 시청각 기자재가 마련된 강의실 마련이 급선무"라며 "온라인 수업 개설 여부와 교양수업 증설 여부는 논의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북대 의대는 "내년에는 2025학년도 신입생 155명과 현재 1학년 학생 약110명이 합쳐져 총 265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공수업은 현재 의대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간호대가 이전함에 따라 발생하는 공간을 본부의 협조를 얻어 수업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경숙 혁신당 의원은 "1학기 수업조차 제대로 이수가 안 된 상황에서 학사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는 것은 정부의 무리수"라며 "교육부는 유급 방지 대책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올해와 내년 의대 교육의 질을 담보하고 학생들을 학교에 복귀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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