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권 현장에서 쓰이는 '보유 중인 보험 보장분석' 기반의 영업행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보장분석을 바탕으로 신상품을 권유하는 일종의 '승환계약'을 제재하려는 금융당국의 기조가 분명해지면서다.
※승환계약=보험설계사 등 보험모집인이 고객이 보유한 기존 보험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고 새로운 보험계약을 청약하게 하거나 청약 이후 기존 계약을 해지하도록 유도하는 행위. 보험계약 중도해약에 따른 금전손실, 새로운 계약에 따른 면책기간 신규 개시 등 계약자에게 손실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5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당국은 보험 업계와 함께 오는 8일 보험개혁회의를 주최해 승환계약에 따른 피해를 막을 대책으로 진단금 인수한도 재정립을 논의한다. 보험 인수한도 관련 협의기구도 신설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진단금 인수한도=전 보험사에 같은 보장으로 가입할 수 있는 최대 보장액. 보험사기 예방을 위해 중복가입을 막고, 보험사의 출혈경쟁을 억제하고자 도입했다. 신용정보원 내 업계 공통전산망 가입내역을 기준으로 적용하며, 전산망에 반영된 후 금액을 초과해 따로 가입하면 가입이 거절되거나 감액된다.
그간 당국은 새로운 담보가 생기거나 담보를 세분화할 경우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진단금 인수한도를 보험사에 자율적으로 맡겼다.
업계 관계자는 "조정이 자율적이다 보니 수시로 한도액을 조정하는 경우가 빈번했다"며 "이는 특정 시점에 진단금이 많은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절판판매로 이어져 승환계약을 유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절판판매=개정 또는 판매중지를 앞둔 상품을 소비자에게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 상품임을 강조해 판매하는 방식. 이 과정에서 기존 상품을 해약하고 새로운 상품에 가입시키는 승환계약을 이끌어내는 경우도 많다.
다른 관계자는 "협의기구가 신설되면 한도액 조정에 일정 부분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절판판매의 여지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승환계약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생명·손해보험 업계가 모두 취급하는 제3보험 영역의 경우 양쪽이 인수한도를 합산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 산출하는 방식이 쓰인다. 즉 생명보험 상품과 손해보험 상품에 각각 가입할 경우 이론적으로 인수한도의 2배 이상을 초과할 수 있다.
※제3보험=생명보험의 정액보장(사람 목숨같이 가치를 측정하기 어려워 일정 액수를 정해서 보장하는 형태)과 손해보험의 실손보장(자동차처럼 부품 가격을 환산할 수 있을 때 피해 본 액수만큼 보장해주는 형태)이 결합한 상품으로 주로 암보험처럼 사람의 질병이나 상해를 보장한다.
이와 관련한 가이드라인도 이번 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제3보험 같은 보장성보험 판매는 보험사 수익원의 주요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산출에 유리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국 등이 출혈경쟁 예방에 대해 고심하고 있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중복가입을 억제할 방안으로 생·손보 업계의 합산 인수한도를 제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출범한 보험개혁회의는 신회계제도반, 상품구조반 등 5개 실무반을 구성해 연말까지 정기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박준한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