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과 함께 은퇴하는 이호 "난 행복한 사람"

황민국 기자 2022. 10. 2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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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 울산 현대 플레잉코치가 23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울산 현대 제공



울산 현대 이호 플레잉 코치(38)는 “운이 좋았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축구 선수로 화려했던 자신의 과거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아쉬움보다 우승컵과 함께 떠난다는 기쁨이 더 큰 것처럼 보였다.

이 코치는 23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K리그1 최종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데뷔했던 곳에서 은퇴한다는 사실 만으로 기쁜데, 우승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떠난다니 난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2003년 울산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 코치는 울산 유니폼만 세 번을 입었을 정도로 깊은 인연을 자랑한다. 특히 울산의 정규리그 두 번째 우승(2005년)과 올해 세 번째 우승을 모두 경험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대표팀 코치로 이호를 지도했던 홍명보 감독이 플레잉 코치를 맡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홍 감독은 그가 선수단의 맏형으로 코칭스태프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기를 바랐는데, 이번 우승으로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이 코치는 2년간 그라운드에서 뛰고 싶은 욕심을 억누르는 대신 훈련장과 미팅실을 오가며 자신이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했다.

이 코치는 “뛰고 싶은 마음은 은퇴해도 있을 것”이라며 “울산에 다시 입단할 때 구단과 감독님이 원하는 역할이 있었다. 선수가 아닌 스태프의 일원으로 팀의 우승을 지켜본 것은 앞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데 큰 재산과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이 코치는 홍 감독의 배려 아래 은퇴 경기에서 교체 투입돼 울산에서의 출전 기록을 162경기(5골·8도움)로 늘렸다.

축구화를 벗은 이 코치는 이제 본격적인 지도자 수업에 들어간다. 그가 선수로 성공할 수 있도록 내조했던 걸그룹 출신의 부인 양은지씨가 지도자라는 제2의 인생도 응원하고 있다. 이 코치는 “부인은 내가 얼마나 힘들게 일했는지 안다. 온전히 내 의견을 존중해준 아내가 있어 이 자리에 있다. 아내의 지지로 마음 편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수가 아닌 지도자 이호의 롤 모델은 홍 감독이다. 이 코치는 “훌륭한 스승님 밑에서 배웠다. 감독님 같은 축구인이 되는 것이 목표이자 꿈”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도 후배이자 제자인 그에게 “선수와 코치는 다를 뿐만 아니라 어려운 일이다. 제 밑에서 기초 단계를 밟았고, 언젠가 독립도 해야 한다. 과묵한 이 코치가 경험과 지식을 쌓고, 지혜도 보여주길 바란다”고 덕담을 전했다.

울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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