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과 함께 은퇴하는 이호 "난 행복한 사람"
울산 현대 이호 플레잉 코치(38)는 “운이 좋았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축구 선수로 화려했던 자신의 과거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아쉬움보다 우승컵과 함께 떠난다는 기쁨이 더 큰 것처럼 보였다.
이 코치는 23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K리그1 최종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데뷔했던 곳에서 은퇴한다는 사실 만으로 기쁜데, 우승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떠난다니 난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2003년 울산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 코치는 울산 유니폼만 세 번을 입었을 정도로 깊은 인연을 자랑한다. 특히 울산의 정규리그 두 번째 우승(2005년)과 올해 세 번째 우승을 모두 경험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대표팀 코치로 이호를 지도했던 홍명보 감독이 플레잉 코치를 맡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홍 감독은 그가 선수단의 맏형으로 코칭스태프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기를 바랐는데, 이번 우승으로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이 코치는 2년간 그라운드에서 뛰고 싶은 욕심을 억누르는 대신 훈련장과 미팅실을 오가며 자신이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했다.
이 코치는 “뛰고 싶은 마음은 은퇴해도 있을 것”이라며 “울산에 다시 입단할 때 구단과 감독님이 원하는 역할이 있었다. 선수가 아닌 스태프의 일원으로 팀의 우승을 지켜본 것은 앞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데 큰 재산과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이 코치는 홍 감독의 배려 아래 은퇴 경기에서 교체 투입돼 울산에서의 출전 기록을 162경기(5골·8도움)로 늘렸다.
축구화를 벗은 이 코치는 이제 본격적인 지도자 수업에 들어간다. 그가 선수로 성공할 수 있도록 내조했던 걸그룹 출신의 부인 양은지씨가 지도자라는 제2의 인생도 응원하고 있다. 이 코치는 “부인은 내가 얼마나 힘들게 일했는지 안다. 온전히 내 의견을 존중해준 아내가 있어 이 자리에 있다. 아내의 지지로 마음 편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수가 아닌 지도자 이호의 롤 모델은 홍 감독이다. 이 코치는 “훌륭한 스승님 밑에서 배웠다. 감독님 같은 축구인이 되는 것이 목표이자 꿈”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도 후배이자 제자인 그에게 “선수와 코치는 다를 뿐만 아니라 어려운 일이다. 제 밑에서 기초 단계를 밟았고, 언젠가 독립도 해야 한다. 과묵한 이 코치가 경험과 지식을 쌓고, 지혜도 보여주길 바란다”고 덕담을 전했다.
울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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