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한국조선해양의 1분기 실적 주인공은 엔진사업부였다. 수익성 개선도 눈에 띄었지만 시장이 더 주목한 대목은 고객 다변화 가능성이다. 최근 데이터센터향 수주를 따내면서 선박용 엔진이 육상 발전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DF엔진 비중 확대…엔진사업 수익성 폭발
HD한국조선해양에 따르면 1분기 엔진기계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170억원(내부거래 제외 기준), 218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0%에 달해 조선(16.6%)·해양플랜트(18.9%) 부문을 앞섰다.
이 실적은 대형 엔진을 담당하는 엔진사업부 기준이다. 중형 엔진에 특화된 자회사 HD현대마린엔진 실적까지 합산하면 엔진사업 전체 영업이익은 약 2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HD현대마린엔진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24.4%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연속으로 이익률이 20%를 초과했다.
힘센엔진 등을 공급하는 엔진사업부는 전체 매출에서 이중연료(DF)엔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마진 구조의 DF 엔진 수주 물량이 매출에 본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LNG 운반선 등 대형 상선에 적용되는 2행정 DF엔진의 매출 비중은 73%로 집계됐으며 중형 선박과 발전용으로 쓰이는 4행정 DF엔진은 79%로 나타났다.
아울러 HD현대마린엔진은 엔진 판매단가가 오른 영향이 컸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단순한 가격 효과에 그쳤다기보다는 가동률과 생산 효율이 동시에 개선된 데 따른 복합적인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발상의 전환'…AI 전력난 해소에 활용
현재 HD한국조선해양은 엔진 생산 인프라 확충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연간 생산능력은 약 400만 마력으로 그간 선박용 엔진 공급은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예상 밖 분야에서 발주 문의가 나오면서 증설을 고심하게 됐다. 이날 시장의 관심도 이 대목에 집중됐다. 회사 측은 이번 실적발표회에 이례적으로 엔진사업부 담당 임원 2명을 배치했다. 엔진 부문의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기업인 아페리온 에너지 그룹(AEG)과 20MW급 힘센엔진 기반의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 규모는 총 684메가와트(MW), 금액으로는 6271억 원에 달한다.
특히 이번 계약 물량은 AEG의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에 활용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간 힘센엔진 주요 고객사는 HD현대그룹 조선사였던 만큼 이번 수주는 육상 발전용 시장으로 수요처를 넓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장은 의미를 부여했다.
20MW급 발전용 힘센엔진은 대용량 중속 엔진이다. 고출력·고효율은 물론 빠른 기동성과 안정적인 부하 대응 능력을 바탕으로 24시간 무중단 운전이 필수적인 데이터센터 시장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박종국 상무는 "데이터센터가 전력 소모가 많은 만큼 최근들어 주문이 몰리고 있는 상태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최근 화두로 떠오른 플로팅 데이터센터 시장에도 대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플로팅 데이터센터는 해상에 구조물을 띄운 뒤 내부에 서버와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는 형태의 데이터센터를 뜻한다. 최근 삼성중공업 역시 해당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플로팅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려면 파워십이 필요한데, 힘센엔진의 대출력 엔진을 기반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어 타사 대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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