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날 일만 남은 정몽규 축협회장, 축구팬 속썩인 '부패 왕국' 저문다[스한 위클리]

김성수 기자 2024. 10.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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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대한체육회의 임원 연임 제한 폐지 덕에 대한축구협회장 4선을 노렸던 정몽규 회장의 야욕이 몰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한국 축구 팬들에게 피로와 실망을 안겨줬던 그의 '축구 독재'도 국민의 심판 앞에 저무는 중이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왕처럼 군림하다 자신이 야기한 각종 논란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임기 종료를 앞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연합뉴스

▶'정몽규 축구 왕국', 12년 썩은 '악취' 풍기다

2013년 대한축구협회 제 52대 회장으로 취임한 정몽규 회장은 재선, 3선을 거쳐 12년 째 축협의 우두머리로 군림하고 있다. 그는 이전 프로축구연맹 총재로 있으면서 좋은 평가를 받은 데 이어, 축협 회장 부임 첫해인 2013년에 FIFA U-20 월드컵을 유치하는 등 성과를 냈기에 축구 행정가로서 나쁘지 않은 길을 걷는 듯했다.

하지만 '절대 권력은 부패한다'고 했던가. 정 회장의 임기가 길어짐에 따라, 축협은 회장 중심의 '제왕적 운영'으로 굴러가게 됐다. 이것이 대중 앞에 제대로 모습을 드러낸 시기는 2023년 3월이었다.

축협은 2023년 3월28일 우루과이와 평가전 직전에 승부조작범 48명을 포함해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을 사면한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정 회장이 프로축구연맹 총재로 있을 때 승부조작범들에게 직접 징계를 내렸는데, 본인 손으로 자신의 결정을 뒤집으려한 것.

이후 여론의 반대에 부딪친 축협이 사면을 철회하고 사과문을 발표하긴 했지만, 이 사건을 통해 정 회장 체제의 어두운 면은 제대로 드러났다. 축협 이사회에 참석했던 다수의 당시 증언에 따르면, 정 회장이 정해진 안건에 대해 말하면 나머지 참석자들은 동의를 위한 거수만 한다는 것이 이사회 분위기였다. 안건의 타당성을 물으면 '눈치주기'가 계속되다보니, 결국 정 회장의 눈에 들려는 이들만 이사회에 참석해 손을 드는 회의만 반복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축협은 이러한 문제에도 바뀔 생각은커녕, 이후 더 큰 논란을 만들며 일을 키웠다.

ⓒ연합뉴스

지난 2월 대표팀 장악 실패와 성적부진의 책임으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해임한 대한축구협회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을 중심으로 감독 선임 작업을 시작했다.

3, 6월 A매치를 임시감독으로 버틴 축협은 지난 7월7일, 홍명보 당시 울산 HD 감독을 5개월간 공석으로 있었던 대표팀 사령탑으로 앉혔다. 2014 브라질 월드컵 1무2패의 실패로 사임한 이후 10년 만의 복귀.

하지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 수많은 논란이 야기됐다. 먼저 감독을 선임하는 전강위가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강위는 최종 후보 3인으로 좁혀졌을 당시 내분으로 정해성 위원장 사임과 함께 절반에 가까운 위원들의 사퇴를 겪었다. 축협은 그럼에도 전강위를 재구성하는 것이 아닌, 이임생 이사가 남은 전강위 위원들의 동의를 얻는 방식을 택했다. 이 이사는 이 과정에서 외인 면접 후 회의도 없이 홍 감독을 선택하도록 했다. 문체부 감사에 따르면 이임생 이사는 전강위로부터 감독 면접권만 받고 추천권을 받지 못했는데 전강위와 논의도 없이 감독을 고른 것이었다.

이로 인해 국민적 비난 여론이 커지고 정부에서도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지난달 24일 축협 관련 현안 질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홍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오류 등이 제기됐다.

하지만 정 회장은 감독 선임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뻔뻔하게 주장하다 '오류가 있다면 다음에 잘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질의 후반부에는 국회의원들의 질타에 말을 더듬고 동문서답하는 모습으로 한국 축구 중심이 되는 기관의 우두머리로서 아쉬운 민낯도 보였다.

국회 현안 질의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연합뉴스

▶더 심판받을 일만 남은 정몽규, '부패 왕국 끝' 다가온다

국회 현안 질의 이후, 대통령까지 대한축구협회의 문제를 언급하며 정 회장의 4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대표팀 감독 선발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고받고 "축협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문체부가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문체부 장관이 공정성을 언급하며 "정 회장의 4선 요청이 와도 불허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대통령 또한 자신의 입장에서 하나의 단체일 뿐인 축협을 직접적으로 문제 삼고 조사를 지시한 상황이기에 정 회장에게 유리할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어진 2일, 문체부의 축협 감사 중간발표에서도 정 회장 처분 관련 내용이 나왔다. 문체부는 "감사 결과 규정을 위반한 책임자에게는 상응하는 조치가 있을 예정이며, 10월 감사 결과를 최종 공개할 때 처분 수위를 정할 것"이라며 "정몽규 회장도 정관이나 국가대표팀 운영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아직 끝나지 않은 다른 감사 사항도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검토해 10월 말에 정 회장에 대한 처분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축협은 이후 입장문을 내 "협회장의 부당 개입과 감독 선임 과정의 일률적 오류가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문체부의 감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반박이 정 회장 시대의 종언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정 회장은 오는 22일 국정감사 출석과 이달 말 예정인 문체부의 축협 감사 최종 결과 발표도 남겨두고 있다. '축협 회장 4선'이 가장 중요한 목표인 정 회장의 활로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 한국 축구의 암흑기와도 같았던 그의 12년 집권기가 2024년과 함께 끝을 향해 가고 있다.

3월 A매치 당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팬들의 걸개.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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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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