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시장 40조 원대로”… 경쟁 치열해지는 ‘플랫폼 삼국지’
지난달 2264만 명 사용, 역대 최대… 고물가에 저렴한 중고 관심 커지고
‘가치소비’하는 MZ세대 인식 영향… ‘당근’, 지역 사랑방 역할로 차별화
‘번개장터’, 명품 검수 서비스 도입… ‘중고나라’는 사기 방지 시스템 구축
지난달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중 2264만 명이 중고 상품을 거래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했다. 전체 인구의 40%가 넘는다. 고물가 영향과 함께 환경 등의 가치에 무게를 두는 MZ세대 소비 성향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직장인 정미연 씨(33)는 검은색 ‘프라이탁’ 백팩을 갖고 싶어 지난해 서울 시내 매장을 한 달간 들락거렸다. 결과는 실패. 공식몰에서도 해당 제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검은색은 인기가 많아 금세 재고가 소진된다는 설명만 돌아왔다. 속상해하던 정 씨에게 한 친구가 지나가는 말로 “번개장터에 한정판이 많다던데 한 번 찾아봐”라는 게 아닌가. 정 씨는 진짜 번개장터에서 그토록 찾아 헤맸던 제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원래 가격에 웃돈을 줬지만 매장에서 구하기도 힘든 제품을 살 수 있어 만족스러운 거래였다.
● 중고 거래 플랫폼 사용자 수 역대 최대
중고 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지난달 중고 거래 앱 설치자 수는 3378만 명, 사용자 수는 2264만 명으로 집계됐다. 둘 모두 역대 최대치다.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중고 거래 앱을 설치했고, 4명 이상이 실제 앱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고 거래가 활성화된 배경으로는 높은 물가로 인한 부담을 덜고자 하는 소비자 인식과 중고 거래 플랫폼들의 전문화가 꼽혔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황기에 저렴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데다 플랫폼들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거래 편의성이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들을 중고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 보호 등 가치 소비에 무게를 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인식 변화도 중고 거래 활성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는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이 대두되면서 쓰레기를 줄이는 중고 물품 소비에 대한 관심도가 커진 것도 거시적으로 중고 거래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 중고 시장은 당근,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3개 플랫폼이 각기 다른 특색을 갖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플랫폼별로 제품 카테고리나 품목이 분화돼 있어 소비자들도 선호도에 따라 자주 이용하는 플랫폼이 다른 경우가 많다.
● 주운 지갑도 찾아주는 동네 사랑방, 당근
당근에는 ‘270번 버스에서 스투시 지갑 잃어버리신 분 계신가요?’ 같은 글도 자주 올라온다.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이용자가 올린 글이다. 이처럼 당근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웃과 단순히 물품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목소리를 전달하는 동네 사랑방 역할까지 하고 있다.
당근의 지역 커뮤니티로의 사업 확장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6% 증가한 1276억 원, 영업이익은 173억 원으로 회사 설립 이후 첫 흑자를 냈다. 당근 관계자는 “지역 커뮤니티 사업을 본격화한 2020년에는 매출이 118억 원이었는데 3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했다”고 말했다.
● 패션 놀이터 번개장터-중고 거래 시초 중고나라
전문가들은 이 같은 플랫폼들의 치열한 경쟁을 발판 삼아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이 더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가 안정된다고 해서 중고 거래가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젊은층 가운데는 자원 순환, 환경 보호 등 ‘정의로운 소비’에 관심이 큰 사람이 많은 만큼 중고 거래는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소비의 한 형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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