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철퇴 이어 하도급 제한까지"…한샘의 '추락'

송대성 2024. 10. 7. 0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불량 제품 시공'…LH, 한샘에 1년 하도급 참여 제한
IMM PE가 선임한 김유진 대표의 위기극복 '시험대'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인테리어·가구 대표기업으로 통하던 한샘이 흔들리고 있다. 올 들어 처음으로 매출 업계 1위 자리를 내준 것도 모자라 아파트 빌트인 가구 입찰 담합으로 철퇴를 맞고 공공임대주택에 불량 제품을 시공해 하도급 참여 제한까지 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이른바 '트리플 경영위기'에 봉착한 한샘이 성공적으로 극복해낼지가 주목된다.

'인테리어·가구 대표기업' 한샘이 흔들리고 있다. 올 들어 처음으로 매출 업계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아파트 빌트인 가구 입찰 담합으로 철퇴를 맞고, 공공임대주택에 불량 제품을 시공한 일로 하도급 참여 제한까지 당했다. 사진은 한샘 상암사옥. [사진=한샘]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공공임대주택 6000여가구에 당초 계약과 달리 국가표준(KS) 인증이 없는 욕실 거울을 납품한 한샘에 대해 1년간 하도급 참여를 제한하고 사기죄와 업무방해죄로 형사 고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LH는 지난 4월 시스템 욕실 거울에 KS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 시공됐다는 민원이 접수돼 조사에 나섰고 총 24개 단지, 7824가구에 KS 미인증 자재가 사용된 것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6180가구에 달하는 주택에 한샘이 하도급사로서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울은 반사율, 내화학성 등을 확인해 KS 인증이 부여된다. 납품 계약 당시에는 KS 인증 거울 견본과 시험성적서를 제출하며 해당 제품 시공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다른 제품이 사용됐다.

LH는 "임대주택 입주민이라고 가볍게 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불량 자재를 사용한 업체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어 재발을 막겠다"며 관련 업계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냈다. 믿고 맡긴 하도급 기업의 책임 방기로 인해 LH 아파트의 브랜드 이미지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됐다는 점에서다.

한샘은 지난 4월에도 빌트인 가구의 입찰 가격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장 많은 과징금을 받기도 했다.

공정위는 당시 빌트인 특판가구 구매 입찰과 관련해 낙찰예정자 사전합의, 입찰가격 담합 등을 벌여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가구 제조 및 판매업체 31곳에 과징금 931억원을 부과했는데 한샘은 이들 가운데 가장 많은 211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자회사인 한샘넥서스(41억6000만원)까지 더하면 과징금 규모는 250억원이 넘는다.

빌트인 특판가구는 싱크대, 붙박이장처럼 신축 아파트·오피스텔에 설치되는 가구로 그 비용은 분양원가에 포함된다. 즉, 한샘이 담합을 통해 부당 이득을 챙기는 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들에게 전가된 셈이다.

김유진 한샘 대표이사는 당장 닥친 '트리플 위기'를 극복할 책임을 걸머졌다. 2023년 8월 취임한 김유진 대표. [사진=한샘]

한샘은 공정위 발표 이후 "책임을 통감하고, 한샘을 믿고 아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구시대적인 담합 구태를 철폐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윤리경영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겠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불과 6개월여만에 LH에 불량 자재를 납품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 드러나 체면을 구겼다.

이 같은 여러 부정적 이슈와는 별개로 한샘은 줄곧 지켜오던 업계 매출 1위 자리도 내주고 말았다. 소비자 신뢰도가 훼손되며 이런 결과가 빚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샘은 올해 상반기 매출 9639억원으로 1조18억원을 기록한 현대리바트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한샘이 분기별 매출액 1위 자리에서 내려온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1억원으로 150억원의 현대리바트에 앞섰지만, 업계는 성장세가 가파른 현대리바트의 이후 실적이 추세를 이어간다면 내실 측면에서도 역전할 것이란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그나마 위안은 지난해 8월 김유진 대표 부임 이후 매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물론 공공기관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얼마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선발로 내세운 김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을 가늠해 볼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한샘의 진짜 위기는 현대리바트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준 게 아니라 고객의 신뢰가 상당부분 훼손됐다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며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비중이 높은 한샘이기에 신뢰 회복을 어떻게 이뤄내느냐가 가장 큰 숙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