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물영화제 ‘애니멀 프렌즈’ 한보름 인터뷰

제5회 서울동물영화제의 특징은 처음으로 홍보대사 ‘애니멀 프렌즈’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소감이 어때요?
애니멀 프렌즈로 발탁돼 뜻깊고 좋은 일에 동참할 수 있어서 크나큰 영광입니다. 평소 동물에 관심이 많은데, 그 부분을 알아주신 것 같아 감사해요. 동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멈추지 말고 올바른 영향력을 펼치라고 선정해주신 것 같아 더더욱 힘이 나요. 앞으로 더 좋은 일에 힘쓰고 옳은 일에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배우로 커리어를 쌓아가면서 유기 동물 관련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시는 점이 귀감이 됩니다. 스킨스쿠버 다이빙, 프리 다이빙 등 잘하는 게 많은 ‘취미 부자’로도 알려졌죠. 바쁜 시간을 쪼개 봉사활동을 하는 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필요한 곳에 언제든 달려가 작지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살아갈 힘을 얻어요. 저 스스로 작아지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여겨질 때가 많았는데,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완전히 달라졌어요. 나의 의지와 실천만으로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과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걸 배웠고, 그래서 꾸준히 봉사하게 돼요. 처음에는 유기견 봉사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연탄 봉사, 플로깅, 해양 쓰레기 줍기, 보육원 요리 준비 등 체력과 시간이 허락하는 한 언제든 달려가고 있죠. 그래서 운동을 열심히 하며 체력도 키우고 있어요. 처음엔 그저 위로를 드리고 싶은 생각에 시작한 일인데, 부끄럽지만 되레 제가 위로받고 돌아오는 날이 많았어요. 봉사활동이 저를 더 성장시키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 같아요. 지금보다 더 성장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 더 많은 곳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하게 돼요.
9년 전 반려견 블링이를 입양하셨다고 들었어요. 블링이와의 첫 만남과 입양 과정이 궁금해요.
블링이를 입양하기 전에 고민이 컸어요. 제가 어릴 적부터 동물을 무척 좋아하고 키우고 싶어 했지만, 한 생명을 책임지는 건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어서 가족과 오래 상의하고 혼자서도 깊이 고민했어요. 먼저 현재 내가 한 생명을 책임질 여건을 갖췄는지 그리고 매일 산책 시간을 지킬 수 있는지 점검해봤죠. 제가 먼지 알레르기가 있어서 입양할 강아지가 털이 날리는 견종인지도 고려 대상이었고, 그렇다면 털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많이 알아봤죠. 이뿐 아니라 무엇을 먹이고 무엇을 먹이면 안 되는지, 같이 산책하는 방법, 각 견종에 따른 성격과 특징, 유의해야 할 점 등에 관해 아주 많이 알아보고 고민 끝에 입양했어요.
그만큼 입양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웃음) 블링이가 집에 온 뒤로 가족 간에 대화가 더 많아지고 우리 가족이 더 행복해진 것 같아요. 외식할 때도, 여행 갈 때도 블링이가 갈 수 있는 곳으로 정해 뭐든지 함께 하고 있어요. 주말마다 바다로 산으로 할머니 댁으로 가요. 그리고 유기견 봉사를 시작한 것도 블링이 덕분이에요. 모든 강아지가 너무 예뻐 보이거든요. 모든 동물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유기견 봉사를 시작했는데, 가족과 함께 봉사하러 다니면서 행복한 추억이 많이 쌓였어요.

게다가 애견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할 정도로 반려견 돌봄에 관심이 많으시죠.
애견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 계기는 블링이를 직접 케어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유기견 봉사 때문이에요. 똥을 치우거나 목욕시키고, 청소하는 건 그냥 가도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털을 깎아주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 미용은 전문 기술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 더운 여름날 털 때문에 괴로움을 겪는 유기견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서 시간 여유가 생겼을 때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학원에 다니면서 배우고 연습했는데도 유기견 아이들은 미용이나 귀 청소를 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수의사 선생님들과 여럿이 함께해야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더라고요.
블링이가 찾아온 후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블링이가 오면서 가족과 대화를 더 많이 하고, 매일 블링이 사진을 공유하면서 사이가 더 돈독해졌다는 점이에요. 재밌는 사실은 제가 밥도 사주고, 옷도 사주고, 털도 관리해주는데, 정작 블링이에게 엄마 아빠는 따로 있고, 저는 그저 언니일 뿐이라는 거예요. 우리 집 막내딸이 된 블링이 때문에 저는 알게 모르게 찬밥 신세가 된 것 같은데…(웃음) 그래도 블링이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저는 지금 더없이 행복해요. 그리고 제가 더 말랑말랑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원래 감정 표현을 어려워하는 성격인데 동물을 보면 무장해제 되곤 해요. 동물을 좋아하는 분들과 공감대가 있어서 금방 친해질 수도 있고요. 제가 리더가 되어 사람들을 모아 꾸준히 봉사 다니는 일이 지금은 익숙하지만 처음에는 굉장히 놀라운 변화였죠.
동물권행동 카라와도 인연이 깊으시죠. 2016년부터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한 캠페인 ‘프로텍터스(PROTECTUS)’와 강아지 공장 철폐 운동에 참여하신 점이 인상적입니다. 카라와 유기 동물 문제에 뜻을 함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처음에는 무지했어요. 왜 강아지들이 애견 가게에서 입양되는지, 어떻게 학대받는지에 대해. 나중에야 ‘왜 강아지 공장이라고 부르는지 관심이 없었다면 모르고 지나갔을까, 아니면 알고도 지나쳤을까.’ 생각해보기도 했죠. 블링이를 데려오기 전에는 근본적으로 이 많은 아이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보통 산에 가면 나무만 보이고 바다에 가면 물만 보이듯이 다른 걸 못 본 것 같아요. 그런데 산을 사랑하고,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른 걸 보더라고요. 저도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니까 다른 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소리 내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것 같아서 작게나마 소리 내보고 제가 함께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소리 내어 실상을 알리고, 많은 분이 이 소리를 듣고 변화한다면 분명 더 나은 세상에서 동물들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저는 지금 우리가 변화시키려 하는 건 현재를 위한 일이 아니라 우리 다음 세대인 후손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동물과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상처받는 동물이 줄었으면 좋겠어요.

유기견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유기견 문제를 더 깊이 고민하셨을 것 같아요. 반려견을 학대하거나 언제든 버릴 수 있는 물건처럼 취급하는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유기견 문제는 굉장히 예민한 부분인 것 같아요. 저는 주변에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지인이 있으면 부정적인 부분을 먼저 짚어줘요.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지면 처음에는 가장 예쁜 사진만 찾아보고, 그 점에 혹해서 데려오고 싶어 하거든요. 그 종의 특성이나 성격 등은 깊이 알아보지 않고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외면하기 쉬운 부분을 먼저 이야기하고 그럼에도 책임질 수 있고 모든 것을 감수할 수 있다면 그때 함께하라고 권해요.
사실 제가 친구들이 키우는 강아지나 유기견을 임시 보호한 적이 종종 있어요. 헤어질 때마다 너무 힘들고 눈물이 쏟아져서 그 친구들을 입양하고 싶은 적도 있었죠. 하지만 블링이는 동생이나 친구들이 함께 있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사람은 보살핌을 받다가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지만 동물은 그러기가 힘들어요. 오히려 반려인만 바라보다 건강을 잃기 십상이죠. 상황이 변해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아요. 누군가는 동물한테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한다고 지적하지만, 그런 마음가짐조차 없는 분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키우다 버려서 동물들이 상처를 입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이번 서울동물영화제 상영작 중 가장 기대되는 영화를 한 편 소개해주세요.
2022년 제75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인 <EO>는 개인적으로 너무 기대하고 있는 영화예요. 우울한 눈빛을 지닌 회색 당나귀 ‘EO’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삶의 여정에서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만나고, 기쁨과 고통을 경험하며, 행운이 재앙이 되고 또 절망이 예상치 못한 행복으로 바뀌는 삶의 순환을 보여주죠. 그럼에도 단 한 순간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 EO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해서 보고 싶은 작품 리스트에 올려놨어요. 그리고 함께 애니멀 프렌즈가 된 유연석 배우님과 차태현 배우님, 김주환 감독님이 만든 <멍뭉이>라는 영화도 너무 궁금해요. 이번 영화제 상영작은 전부 제 취향에 딱 맞고, 보고 싶은 영화가 워낙 많아서 기대가 커요.
글. 양수복 | 사진제공. 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