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에 휠체어 리프트를”…장애인들 7년만에 승소

금호익스프레스·광주시·정부 상대로 차별구제 소송
광주지법, 광주 첫 장애인 이동권 소송서 승소 판결
“2026년부터 신규 도입 버스에 15년 동안 설치해야”
장애인 시외버스 이동권 소송을 제기한 배영준씨가 20일 오후 7년만에 끝난 1심 선고 후 광주시 동구 지산동 광주법원종합청사 앞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광주지역 장애인들이 시외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금호 익스프레스 주식회사(금호고속)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고속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의무화 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한지 7년만이다.

소송 당사자들은 “재판부의 판결을 환영한다”면서도 “결과에 만족하지 못해 항소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광주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나경)는 20일 배영준씨 등 장애인 5명이 금호고속, 광주시, 정부를 상대로 낸 차별구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금호고속에게 2026년부터 2040년까지 15년 동안 신규 도입 버스에 단계적으로 휠체어 탑승설비를 설치하라고 명령했다.

설치대상은 2026년 1월 1일부터 신규로 보유하게 되는 시외버스 중 시외 우등고속버스, 시외 고속버스, 시외 우등직행버스, 시외 직행버스, 시외 우등일반버스, 시외 일반버스 등이다.

구체적으로 2026년 12월 31일까지는 전체 신규 도입 버스 중 5%를 도입하고 → 8%(2027년 연말까지) → 15%(2028년 〃) → 20%(2029년 〃) → 35%(2030년 〃) → 50%(2032년 〃)→75%(2035년 〃)→ 100%(2040년〃)의 도입을 명령했다.

재판부가 금호고속의 연도별 대폐차량(2025~2035년)을 분석한 결과에 판결을 대입하면 2026년 2대, 2027년 3대, 2028년 9대, 2029년 6대, 2023년 21대 등 2040년까지 총 247대의 휠체어 탑승장비가 설치된 신규버스가 도입될 것으로 분석된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정부와 광주시에 요구한 관련 예산 도입 등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정부와 광주시가 장애인 차별 금지법에 반하는 차별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배씨 등은 “고속버스회사인 금호고속이 자사 차량에 장애인 리프트를 설치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지난 2017년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지역에서 최초로 제기된 장애인 이동권 관련 소송이다.

2018년 5월 한차례 재판이 진행된 후 유사한 소송인 서울중앙지법의 ‘저상버스 미설치 차별구제 소송’의 대법원 판단을 참고하기로 하면서 재판이 5년간 연기됐다.

이후 2023년 3월 다시 재판이 시작됐고 무려 14차례 기일이 진행됐다. 재판부는 같은해 11월 직접 광천동 유스퀘어를 찾아 현장검증까지 진행했다.

금호고속 측은 ‘장애인들의 이용 노선과 시기가 특정되지 않은 점’, ‘과도한 재정 부담과 현저히 곤란한 사정’을 근거로 휠체어 탑승설비를 설치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유지했다.

광주시는 금호고속 본사가 광주에 있지 않아 관리·감독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피고로 지목된 게 적절하지 않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과도한 부담을 주장하는 금호고속의 주장에 대해 “장애인 차별법은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할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이는 필수적인 요소에 해당한다”면서 “원고들이 주장하는 점진적 도입은 금호고속의 매출액, 영업규모 등을 보면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휠체어 승강장비를 이용하는 경우 걸리는 시간에대해서도 재판부는 “교통약자의 승하차를 위해 5~10분 정도의 시간을 더 소요한다고 해 다른 승객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도의 불편을 야기한다고 볼수도 없다”면서 “ 교통약자와 더불어 시외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공익을 위해 누구라도 감수할 사정”이라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금호고속 보유 시외버스 전체에 대한 일정 비율의 설치를 명하는 것은 시내버스 회사와 시외버스 회사 사이 평등 원칙에 반한다고 봤다.

원고 측 법률 대리를 맡은 비영리공익법률단체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소속 이소아 변호사는 “장애인 이동권은 다양한 교통편이 마련돼 있는 수도권과 열악한 지방권의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이 건이 행정과는 무관하다는 태도로 일관한 광주시에 대한 기각 판단에 대해서는 유감이지만, 원고들의 의사에 따라 끝까지 대리인으로서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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