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MLB] LA 다저스 장현석

등잔 밑

가까운 것이 오히려 잘 보이지 않을 때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표현을 쓴다. 불과 2년 전 신인드래프트에서 강력한 1순위 후보로 손꼽히고, 현역 고등학생으로서는 유일하게 태극 마크를 달고 아시안 게임에도 출전하며 한국야구의 미래로 불린 한 소년. 사실 KBO리그에 입성한 동기들과 비교하면 그가 받는 관심은 고교 시절보다 현저히 줄어든 편이다. 전매특허인 강속구를 앞세워 착실하게 단계를 밟아 나가고 있지만, ‘마이너리거’라는 그림자가 그의 존재감을 가리는 탓이다. 그러나 어렵사리 이어지는 ‘한국인 빅리거 계보’의 다음 주자를 찾는다면, 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당장은 그늘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할지언정 등잔 바로 아래서 가장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는 장현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Mingyu Kim Location Glendale, Arizona

#어엿한 마이너리거

마산용마고등학교 시절 이후로 첫 만남이에요. 언제였는지 기억나요? (2월 20일 인터뷰)
그때가 겨울 아니었나요? 뭔가 추웠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 고등학교 3학년 올라가는 겨울이었던 것 같아요. (정확하게 기억하네요? 2년 만인데, 다시 출연한 소감이 궁금해요.) 이런 인터뷰는 한국에서만 할 줄 알았는데, 미국에서 하니까 기분이 남다르네요.

그동안 달라졌다고 느끼는 점이 있을까요?
고등학생 때는 무서울 게 없었어요. 그냥 야구에만 집중하면 됐으니까요. 다른 건 신경 쓰지 않다 보니 늘 자신감이 충만했죠. 지금도 여전히 자신 있지만, 미국에서 1년을 해 보니까 한국 고등학생 친구들이랑 할 때랑은 차이가 있더라고요. 여기는 미국 전체에 있는 대학에서 날고 기는 선수들이 넘어온 거니까요. 그래서 초반에 기가 좀 죽었어요.

그래도 이젠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게 익숙해졌겠어요.
제구에 아쉬운 점이 컸지만, 돌이켜 보면 재밌고 좋은 기억으로 남았어요. 주무기였던 속구 스피드도 잘 나왔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고등학교 시절 자신감도 찾았고, 점점 제 페이스를 회복했다고 느꼈어요.

마이너리거로서 일상은 어떤지 궁금해요.
스프링 트레이닝에서는 대부분의 운동이 오후 1시 전에 마무리돼요. 그래서 밥을 먹거나 쉬러 가는 건 오후에 하죠. 근데 시즌에 돌입하면 출근 자체가 오후로 밀리다 보니 운동을 안 할 땐 거의 자는 것 같아요. 그리고 호텔 생활이 좀 힘들었어요. 숙소에 주방이 있긴 한데, 인덕션처럼 뭔가를 본격적으로 만들어 먹을 만한 시설은 없어서 식사는 항상 배달을 시키거나 사 먹곤 했거든요. 그러다가 로우 싱글 A에 올라가면 아파트를 숙소로 주거든요? 그 덕에 조금씩 만들어 먹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캘리포니아라서 그런지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도 많아서 편하더라고요.

미국 음식은 입맛에 잘 맞는 편이에요?
한국에서도 피자랑 햄버거를 자주 먹는 스타일이라 크게 어색하진 않아요. 미국에서는 패스트푸드를 먹을 때가 많은데, 그것도 익숙해서 괜찮았어요.

가장 즐겨 먹는 메뉴 하나만 골라줄 수 있을까요?
의외로 어려운 질문이네요. (웃음) 웬만해서는 다 잘 먹지만, 그래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양이 많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치폴레(Chipotle, 서부식 멕시코 요리를 판매하는 미국 프랜차이즈 체인점)를 꼽겠습니다. 취향에 따라서 다양하게 레시피를 구성할 수 있는데, 한 번 익숙한 조합이 생기면 그것만 먹게 되거든요.

#구르고, 다치며, 성장한

미국 진출 첫해부터 루키 리그와 로우 싱글 A까지 두 단계를 경험했어요. 생활 면에서 차이가 있나요?
일단 아까 말씀드린 대로 숙소가 다르고요. 그 외에는 경기장이 프로 레벨이라는 게 느껴질 정도로 시설이 좋아요. 실제로 싱글 A부터는 팬분들이 오셔서 응원도 해 주시니까 루키 리그와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음식이 맛있습니다. (강조) 구단에서 요리를 해 주는 담당 요리사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신나게 야구할 수 있었어요. (그럴수록 더 빨리 위로 올라가고 싶겠어요.) 진짜요. 갈수록 밥이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ACL 다저스(LA 다저스 산하 루키 리그 팀)에서 3개월 동안 시즌을 소화했어요. 스스로 만족스러웠거나 아쉬웠던 부분을 꼽자면요?
1년 동안 제구로 고생했는데, 그게 오히려 만족스러운 점이었어요. 여태껏 제구가 문제라고 느낀 적이 초등학교 이후로는 없었거든요. 근데 작년에 원하는 대로 공이 안 가니까 마음가짐을 바꾸게 됐죠. 스스로 공부가 된 거예요. 그에 반해 기록적인 면은 아쉬웠습니다. 이를테면 3이닝 정도를 소화하기로 한 등판에서 1이닝도 못 채우고 내려온 적이 있었거든요. 어느 정도 기대한 만큼을 해내야 그다음 경기에서도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 텐데, 주어진 기회에서 기량을 맘껏 보여 드리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ACL 다저스가 우승을 차지했잖아요. 본인도 ACL 다이아몬드백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루키 리그 팀)와의 결승 시리즈 1차전에서 3이닝 8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고요.
평소와 다른 건 없었는데, 저도 그렇게 결과가 잘 나올 줄은 몰랐어요. 그 당시엔 자신감도 떨어진 상태였고요. 무엇보다 그 경기가 작년 루키 리그에서 던질 수 있는 마지막 경기라 ‘잘하든 못하든 열심히 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올라갔는데, 그날따라 기록이 괜찮게 나오더라고요. 덕분에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됐어요.

루키 리그를 마치고 나서는 상위 리그 승격을 기대하고 있었나요?
시즌 막바지부터 기대는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제 나이가 루키 리그에 있는 친구들보다 1살 정도 많다 보니, 시즌 개막 전부터 로우 싱글 A에서 1년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였어요. 사실 제구가 별로라 못 올라갈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기대는 계속하고 있었죠. ‘올려 줬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실제로 이뤄지니까 행복했어요.

상위 리그로 승격하고 나서 오히려 성적이 비약적으로 향상됐어요.
승격 직후 첫 경기 때 신고식(1.1이닝 2피안타 3탈삼진 3실점)을 호되게 당한 게 액땜이 됐나 봐요. (웃음) 두 번째 경기부터 잘 던지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뭔가가 딱 잡히는 포인트가 있었어요. 아마 운동선수들은 공감할 거예요.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어느 순간 내 기량이 정립되는 순간이 올 때가 있거든요. 저도 그런 순간이 왔어요. 실제로 그다음 경기를 준비할 때도 더 철저하게 몸을 풀고 신경을 쓰다 보니까 성적이 나아지더라고요.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거였던 최현일과도 함께 시간을 보냈어요. 같은 팀에 한국인 선배가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요?
반가운 마음이 컸어요. 작년이 첫 시즌이다 보니까 친구를 사귀려고 해도 제가 직접 다가가야 하고,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새로 배워야 할 부분이 많았어요. 근데 현일이 형은 6년 동안 다저스에 있었으니까, 친구를 사귀는 데 문제가 전혀 없었어요. 그리고 입단 후에 통역해 주는 분이 조금 늦게 왔는데, 그때도 현일이 형이 동료 선수나 관계자들이랑 소통하는 걸 도와주셨고요. 특히 시즌 내내 코치님들한테 직접 연락해서 제 상태가 어떤지, 잘하고 있는지 확인도 해 주고 어떤 식으로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틈틈이 얘기해 주셨더라고요. 그런 도움 덕분에 전 작년을 편하게 보냈어요.

선배 덕분에 팀에 적응하는 건 문제가 없었겠네요?
그럼요. 다만 현일이 형이랑 친한 선수들은 거의 다 더블 A, 트리플 A에 있다 보니까, 막상 저와 같은 레벨에 있는 선수들이랑 친해지려면 결국 제가 노력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서툰 영어 실력이었지만, 손짓이나 발짓까지 섞어가면서 노력했어요. 그래도 다 알아듣던데요?

하지만 지난 시즌을 마치고 최현일이 룰5 드래프트를 통해 워싱턴 내셔널스로 이적했어요.
딱 1년만 같이 생활한 게 아쉽죠. 근데 한편으로는 형한테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전 아직 메이저 승격이 임박한 상태는 아니지만, 현일이 형은 이제 빅리그 데뷔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이번 기회를 통해서 형이 다른 팀에서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갈 확률이 높아지기도 했고요. 옆에 있진 않아도, 멀리서 현일이 형이 빅리그 무대를 밟기를 진심으로 응원할 거예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최병용과도 교류한다고 들었어요. 만나면 주로 무슨 얘기를 나눠요?
거의 다 힘들다는 얘기죠. (웃음) (미국에서 생활하는 게 쉽지 않은가 봐요?) 그렇다기보다도 그냥 이렇게 운동하는 생활 자체가 원초적으로 힘들다는 얘기죠. 한번은 둘이 밥을 먹으러 갔는데, 제가 “야수는 시즌을 치를 때 어때요?”라고 물어보니까, 병용이 형이 “뭐가 많아. 너무 힘들어”라고 하더라고요. 그럼 반대로 “저도 힘들어요”라고 앓는 소리를 하고요. 근데 그러고 나서 막상 밥은 맛있게 먹었습니다.

최병용은 아직 국내에 잘 안 알려진 편인데, 옆에서 본 입장에서 한국 팬들에게 최병용을 소개해 보자면요?
형을 직접 본 사람으로서,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왜 한국에서 지명이 안 됐을까 싶었어요. 수비, 주루, 콘택트, 파워까지 객관적으로 평가해도 KBO리그에서 충분히 뽑힐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거든요. 사실 병용이 형은 미국 대학교를 나와서 본토 드래프트로 지명된 사례인데, 이게 진짜 극악의 확률이에요. KBO리그 드래프트와 비교했을 때 MLB 드래프트는 참여하는 선수도 압도적으로 많고, 그만큼 구단 스카우트의 눈에 든다는 게 하늘의 별 따기거든요. 근데 병용이 형은 그걸 해낸 거잖아요. 그래서 평소에도 되게 멋있다고 생각하고, 존경하는 형이에요. 한편으로는 정말 편하고 장난치기 좋은 존재기도 하고요.

그 외에도 현지에서 연락을 주고받은 한국인 선수가 있나요?
얼마 전에 (이)정후 형이 집에 초대해 주셔서 (김)혜성이 형이랑 밥을 먹은 적이 있어요. 한국에서는 같은 에이전트라 회사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은 있었는데, 이렇게 따로 연락을 주시고 밥 먹으러 오라고 하셔서 되게 감사했어요. 작년에는 (김)하성이 형이 불러 주셔서 식사한 적이 있고요. 그것 말고는 차세대 메이저리거가 될 LG 트윈스 (정)우영이 형이랑도 미국에서 만나서 밥을 먹었습니다.

이번에 LA 다저스로 온 김혜성과는 어떻게 교류하면서 지내요?
요즘 들어 만남이 늘어났죠. 얼마 전에 다저스타디움에서 팬 페스티벌에 가기 전엔 항상 저녁밥 메이트였어요. (언급한 사람 중에 제일 친한 느낌인데, 왜 좀 전엔 그렇게 얘기 안 했어요?) 제가 아직 ‘혜며들고’ 있는 중이라… 일부러 내색은 안 하고 있습니다. (웃음)

나름 다저스 유니폼을 먼저 입은 ‘다저스 선배’잖아요. 김혜성에게 한마디 남겨 보자면요?
예?! 제가요? 그게 그렇게 되나요? 제가 감히 그래도 될까요? 형은 메이저리거인데… (머뭇) 혜성이 형! 일단 뭐… 무슨 말을 드려야 할진 모르겠지만, 꼭 빅리그에서 성공하셔서 맛있는 거 자주 사 주세요.

#정상을 바라보며

작년 월드시리즈에서 다저스가 우승했잖아요. 마이너리거에게 직접 주어지는 혜택은 없다지만, 미국 진출 첫해 소속팀이 우승한 점은 꽤 의미 있게 다가왔겠어요.
그럴 수밖에요. 다저스는 미국에서도 유명한 팀이고, 역사도 긴 편에 속하거든요. 게다가 한국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MLB 팀이기도 하고요. 마이너리거일지라도 그 팀의 일원으로서 우승을 지켜봤다는 게 멋있었고, ‘나도 빨리 저기서 최고의 선수들과 야구를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마이너리그 시즌을 치르면서도 빅리그 경기는 자주 챙겨보나요?
중계를 다 보진 않아도 하이라이트 같은 건 종종 챙겨 보죠. 물론 평소엔 제 경기를 돌려 보기에도 바쁘긴 하지만요.

과거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본인의 영상을 보고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한 적이 있어요. 로버츠 감독과 직접 얘기를 나눈 적이 있나요?
그건 금시초문인데요? (웃음) 감독님이랑은 작년에 MLB 오피스 부사장님, 스카우트 형이랑 함께 인사하는 자리에서 잠깐 뵌 적이 있어요. 그때 저한테 응원한다고, “행운을 빌어!”라고 해 주시더라고요. 정말 짧은 만남이었지만, 되게 신사적이고 깔끔하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역시 빅리거의 명장은 다르구나 싶었죠.

최근 다저스가 적극적으로 선수를 영입하면서 ‘드림팀’이 돼 가고 있잖아요.
아직 제가 빅리그를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최고의 선수들과 한 팀이 된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죠. 그래서 마이너리그를 얼른 졸업하고, 그 선수들이 뛰는 무대까지 가고 싶어요. 팬분들에게 하루빨리 TV에서 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입니다.

소속 마이너리거로서 바라본 다저스는 어떤 팀이에요?
다른 것보다도 이 팀에 속한 모든 사람이 정말 착하고 친절하세요.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코치님들이랑 구단 직원분들 모두 집에 무슨 일이 있건 직장에 왔을 때만큼은 웃으면서 밝은 모습을 유지한다는 거였어요. 저도 경기가 잘 안 풀렸다거나 개인적으로 무슨 일이 있다고 해서 그걸 티를 내면 안 되겠다는 걸 배웠고요. 게다가 투수를 육성하는 시스템도 한국과 비교했을 때 완전히 달랐어요. 확실히 사람들을 대하거나 선수를 키우는 방식만 봐도 왜 다저스가 명문 구단으로 자리할 수 있는지 알겠더라고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나중에 빅리그 데뷔전을 치르는 순간을 상상해 보면 어떤 모습일 것 같아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네요. 그때가 되면 야구를 대하는 자세도 그렇고, 몸 관리나 지식적인 측면에서 노하우가 쌓여 있지 않을까요? 지금보다 완벽하게 루틴도 갖고 있을 거고요. 그리고 메이저리그 라커룸에 제 자리가 생기고, 멀리서만 보던 선수들과 함께 생활한다는 것 자체가 설레는 일이지 않을까 싶어요.

#에너지를 잃지 않고

평소에 밝고 활발한 캐릭터로 알려져 있잖아요. 그런 성격이 팀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됐겠어요.
동의해요. 실제로 또래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코치님들한테도 장난치고 하니까 다들 제가 밝은 캐릭터라는 걸 파악한 모양이에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저한테도 똑같이 허물없이 대해 주시곤 합니다.

1년 동안 사귄 동료 중에서 단짝이라고 할 만한 선수를 소개해 보자면요?
와, 이건 진짜 고르기 힘든데… 안 뽑힌 애들이 보면 서운해하지 않을까요? “내 이름 왜 없어?” 이러면서요. (인터뷰는 한국말로 나가니까 괜찮을 거예요.) 그럼 몇 명만 뽑아볼까요? (웃음) 일단 알렉스 메카로위치(Alex Makarewich)라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굉장히 장난기도 있고, 저한테 한국어도 자주 물어볼 정도로 막역한 사이예요.

한국어 인터뷰를 알아볼까 봐 고른 건 아니죠?
없진 않아요. (장난) 이 친구가 “Good morning은 한국어로 어떻게 얘기해?”라는 식으로 물어보곤 하는데, 한 번 알려주면 딱 알아듣고 정확하게 따라 하더라고요. 악센트도 한국인처럼 하고요. 그렇게 신기하다는 생각으로 지내다 보니 어느새 절친이 돼 있었어요. 아, 그리고 두 명만 더 말할게요. 재작년 10월에 처음으로 미국 캠프에 갔을 때 사귄 칼슨 홉스(Carson Hobbs)라는 선수도 있고, 저보다 한 살 어림에도 굉장히 열심히 하는 스트링 패틱(Sterling Patick)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특히 스트링은 저랑 캐치볼도 함께하는 사이라 더 친한 부분이 있어요. 작년에는 시즌을 마치고 야간 골프도 치러 갈 정도였습니다.

아까 영어가 서투르다고 한 것 치고는 너무 잘 소통하는 거 아니에요?
작년에는 현지에서 엄청 열심히 배웠어요. 그리고 아무리 보디랭귀지가 전 세계 공통이라고 해도, 몸으로 표현하는 건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되든 안 되든 최대한 말로써 얘기하려고 노력하니까 주변 선수들도 대략 알아듣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영어가 늘었어요.

해외 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을 보면 한국어를 잘못 알려주는 장난을 치기도 하던데, 그런 경험은 없나요?
전 제대로 알려주는 편입니다. 근데 애들이 욕밖에 안 물어보던데요? 어느 순간부터는 절 보면서 “조용히 해”라거나 “저리 가” 이런 말을 배워서 하더라고요. 외국어를 공부할 때 욕부터 배우는 건 어디든지 비슷한가 봐요.

#자신만의 길을 걷길

올해는 어떻게 보내고 싶어요?
매년 목표는 똑같습니다. 한 단계씩 위로 올라가는 것만 바라보고 있어요. 그러려면 늘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는 것도 필요할 테고요. 그 외에도 세부적인 작은 목표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작년보다는 나은 시즌을 만들고 싶어요. 작년부터 만든 루틴이라거나, 투구 메커니즘은 크게 수정할 부분이 없거든요. 올해는 그걸 잘 유지하면서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게끔 하는 게 최대 목표예요.

코리안 마이너리거로서 자기 어필을 해 보자면요?
한국인 마이너리거는 대체로 한국에서 지명받는 걸 포기하고 미국으로 건너온 경우잖아요. 병용이 형처럼 아예 미국에서 드래프트를 거친 선수도 있고요. 흔하지 않은 사례인 만큼 팬분들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아요. 그럼에도 끊임없이 관심을 주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여기서 꼭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미국행을 결정하는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요?
안 그래도 요즘 이런 주제로 얘기가 종종 나오더라고요. 미국으로 직행하는 것보단 KBO리그에서 먼저 성공한 후에 포스팅으로 MLB에 진출하는 게 훨씬 낫다는 식으로요. 그래서 고민하는 후배들도 더 많아졌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결국 선택은 스스로 하는 거잖아요. 만약 미국에 올 기회가 주어졌을 때 단순히 ‘한국에서 먼저 뛰는 게 낫다’라는 말 때문에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해요. 물론 한국에서 먼저 성장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죠. 근데 전 오히려 미국에 직행함으로써 더 좋은 걸 경험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해요.

주변의 평가보다는 스스로 판단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이네요.
그럼요. 선수 본인이 미국에서 야구를 하고 싶다는 의지가 분명하다면, 자신 있게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 MLB에서 활약하는 대선수들도 다 루키 리그를 거치고 올라간 거잖아요. 근데 그 시간을 버티는 게 무서워서 못 온다는 건 선수로서 의지가 부족한 거죠. 사실 고등학생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미국에서 오퍼를 받을 정도면 분명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는 의미거든요. 비록 저도 이곳에서 고작 1년밖에 안 지냈지만, 미국에서 성공할 확률이 없는 건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20대 초반인데도 확실히 자신감이 넘친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야 고등학교 때부터 그랬죠. (웃음) 성공하려면 자신감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팬분들에게 인사하면서 인터뷰를 마칠게요.
작년에 이어서 시즌을 제대로 맞이하기 위해 잘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응원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68호 (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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