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퍼붓다 역습에 당한 한국, 이대로면 월드컵서 위험하다[한국-코스타리카]

김성수 기자 2022. 9. 2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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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역습에 쉽게 실점했다. 유려한 공격 작업과는 달리 단순하게 실점을 허용하는 모습은 월드컵에서 분위기가 한 번에 가라앉을 수 있는 위험이 크다.

ⓒ연합뉴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3일 오후 8시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9월 A매치 첫 번째 평가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황희찬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코스타리카 쥬이슨 베네테에게 연달아 실점했지만 후반 막판 손흥민의 프리킥 득점으로 겨우 비겼다.

한국은 이날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당초 예상된 4-3-3이 아닌 4-1-3-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김승규가 골키퍼 장갑을 끼고 센터백에 김민재와 김영권, 양 날개에 김진수와 윤종규가 포진됐다. 정우영(알 사드)이 중원 중심을 잡고 2선에 황희찬, 황인범, 권창훈이 나섰다. 그리고 손흥민과 황의조가 투톱으로 나선 형태였다.

전반 시작부터 한국이 꾸준히 코스타리카를 압박했다. 후방 빌드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점유율을 올리면서 경기를 주도했다. 코스타리카는 라인을 내리고 굳게 걸어잠근 채 한국의 공격을 받아내며 역습을 노리는 식으로 경기를 풀었다.

꾸준히 코스타리카를 두드리던 벤투호는 전반 28분 기다리던 선취점에 성공했다. 우측 스로인 공격 과정에서 권창훈-황인범-윤종규의 유려한 패스 흐름으로 상대 측면을 흔들었다. 이후 윤종규가 급하게 크로스를 올리지 않고 중앙에서 버티던 황희찬에게 컷백 패스를 건넸고, 황희찬이 이 공을 한 번 잡아놓은 후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리드를 유지하는 데는 실패했다. 전반 41분 한국의 공격이 한 차례 저지되면서 코스타리카가 오랜만의 공격에 나섰다. 한국의 왼쪽 측면을 흔들며 침투한 거슨 토레스가 날카로운 크로스를 한국 문전에 붙였다. 정우영이 이를 머리로 걷어내는 데 실패하며 공이 흘렀고 윤종규 뒤편으로 돌아들어오던 베네테가 왼발로 이를 마무리해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클리어링 시도 미스와 마크해야할 선수를 놓친 윤종규의 플레이에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후반 18분 일격을 맞고 말았다. 중원에서 손흥민의 볼처리 미스로 소유권을 내주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조엘 캠벨이 개인기를 선보이며 전진한 후, 왼쪽으로 침투하던 토레스에게 공을 건넸다. 토레스가 곧바로 올린 크로스를 앤서니 콘트레라스가 강한 슈팅을 만들었으나 이는 김승규가 좋은 선방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튀어나온 공을 베네테가 다시 골문에 집어넣으면서 한국은 1-2로 리드를 내주고 말았다. 이후 후반 40분 손흥민의 프리킥으로 겨우 비긴 한국이다.

ⓒ연합뉴스

코스타리카는 '선 수비-후 역습'의 컨셉으로 북중미 예선을 통과했다. 예선 평균 점유율은 39%에 그쳤고 파나마, 자메이카 등 상대적 약체에게마저 점유율을 내줬다.

대신 후방에서 전진 패스를 찔러 빠르게 공간을 점유해 득점을 올리고 잠금수비를 펼친다. 최전방 공격수 한 명 정도를 제외한 전원이 하프라인 뒤에서 상대를 기다리는 수비를 가져간다. 공격에서 수비로의 전환 속도가 빠르다는 것도 이들의 장점이다. 이런 스타일로 예선 통과는 물론 뉴질랜드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전반 3분에 넣은 골을 끝까지 지키고 승리한 코스타리카다.

물론 코스타리카가 수비에 집중하는 팀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이 월드컵에서 만날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보다는 약체로 꼽힌다. 그런데 한국은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전반전 점유율 70%, 슈팅 수 9개, 유효슈팅 수 6개를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인 전반전을 보냈음에도 역습에 당했다.

한국은 왼쪽 풀백 김진수가 공격적으로 올라갔다가 끊기고 뒷공간을 허용한 뒤 코스타리카가 오른쪽으로 전환패스를 뿌릴 때, 역시 높이 올라가있던 오른쪽 풀백 윤종규가 자신의 뒤로 들어오는 상대 선수를 놓치면서 위험한 장면을 노출했다. 실점 장면 역시 유사한 상황에서 나왔다. 이는 코스타리카보다 전력이 더 강한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에도 당연히 효과적인 공간이다.

그리고 만약 월드컵에서 그 장면이 선제 실점으로 이어지고 상대의 잠금수비가 이어진다면 손흥민, 황희찬 등 돌파력이 좋은 측면 공격수들이 파고들 공간이 매우 적게 된다. 포르투갈, 가나, 우루과이 모두 달려드는 수비를 선호하는 팀들은 아니며 한국이 월드컵에서 지고 있을 때 상대가 잠금수비를 펼치는 장면 역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그림이다.

ⓒ연합뉴스

한국은 이날 여러 공격 장면에서 적극적인 모습으로 상대를 압도했지만 수비 전환에서 취약점을 드러내며 실점했다. 나중은 없는 월드컵에서 절대 허용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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