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SBS, 연차 휴가 소진 요청에 노조 "비루함 결정판"

윤유경 기자 2024. 10. 1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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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경영 위기를 이유로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급여 일부를 반납하기로 결의하고 이틀 뒤 직원들에게 연차휴가 소진을 요청하자, '경영진도 희생했는데 구성원들도 희생하라는 강요'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기호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은 16일 미디어오늘에 "인사팀장 명의로 기습 공지한 연차 소진 요청은 비루함의 결정판"이라며 "사장 및 임원들이 4분기 급여 20%를 반납하겠다고 공지한 게 불과 이틀 전이다. 따져보면 1년 수억 급여 중 고작 5% 내놓겠다는 뜻이다. 노조는 이를 솔선으로 평가했는데 이번 추가 공지로 그 평가를 거둬들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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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위원 급여 일부 반납' SBS, 전 직원 대상 연차휴가 소진 요청
노조 "연차 보상 한도 다 쓰면 기본급 4% 이상 삭감 수준" 반발
"사장도 희생했는데 너희도 희생하라는 강요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 ⓒ연합뉴스

SBS가 경영 위기를 이유로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급여 일부를 반납하기로 결의하고 이틀 뒤 직원들에게 연차휴가 소진을 요청하자, '경영진도 희생했는데 구성원들도 희생하라는 강요'라는 지적이 나온다.

SBS는 16일 오전 전 직원에게 인사팀장 명의로 이메일을 보내 연차휴가 소진을 촉구했다. SBS 경영위원회는 지난 14일 올해 SBS 광고매출이 창사 이래 최저가 될 거라 예상하며 사장을 비롯한 경영위원, 임원의 올해 4분기 급여를 20% 반납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지했다.

SBS는 “지난 14일 경영위원 급여 반납 공지를 통해 확인했듯이 창사 이래 가장 저조한 광고 판매 등으로 올해 경영 수지는 적자가 불가피하고, 작금의 국내외 경기 침체와 방송 산업의 수익성 악화 문제도 단기간 내 해소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리는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도 모든 임직원의 하나된 노력으로 이겨낸 바 있다. 다시 한 번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이어 “회사는 광고 매출의 급격한 하락 폭을 견뎌내고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어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 구성원 여러분에게는 이미 지난 6월부터 시행 중인 비상경영 조치에 더해 올해 잔여 연차휴가 사용 및 소진에 적극 동참해 주길 요청한다”며 “연차휴가 사용은 여러분의 자발적인 참여가 절실히 요구된다. 연차 사용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시고 회사의 수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조기호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은 16일 미디어오늘에 “인사팀장 명의로 기습 공지한 연차 소진 요청은 비루함의 결정판”이라며 “사장 및 임원들이 4분기 급여 20%를 반납하겠다고 공지한 게 불과 이틀 전이다. 따져보면 1년 수억 급여 중 고작 5% 내놓겠다는 뜻이다. 노조는 이를 솔선으로 평가했는데 이번 추가 공지로 그 평가를 거둬들이겠다”고 했다.

조 본부장은 “IMF 때 국민들의 자발적인 금모으기 운동을 생각한 모양인데, 이번 추가 공지는 '요청'이라 썼지만 '협박'으로 들린다”며 “연차 보상 한도를 다 쓸 경우 구성원도 기본급의 4% 이상 삭감되는 수준이라 이틀 전의 '솔선'을 경영진들의 희생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바랐다면 이런 기습 공지는 외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장과 임원도 희생했는데 너희도 희생하라'는 강요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했다.

한편 SBS는 지난 6월부터 업무추진비, 교육훈련비 감축 등을 골자로 한 비용 절감 조치를 기반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대주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오너 리스크'에 대한 내부 불안감이 커졌고, 지난 5월엔 경영 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조직 단순화'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지난 14일엔 경영위원 급여 일부를 반납하기로 하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모두가 영업사원이라는 절박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라고 공지해 방송사의 본질을 무시했다는 노조 반발이 나왔다. 사측은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각자 맡은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자는 표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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